피보나치 수열과 엘리어트 파동 이론
주식 거래를 하다 보면 한 번 쯤은 기술적 분석에 빠져들게 된다.
특정한 세력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왜곡하려 덤벼들기에는 너무 커다란 선물 시장이나 외환 시장 같은 경우라면, 셀 수 없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내어 놓은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그리고 그 둘이 충돌하는 지점의 기록인 거래 내역 가운데에는, 분명 어떤 법칙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만도 하기 때문이다.
발전된 통신 기술과, 트레이딩 플랫폼, 다시 말해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해서 증권 거래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도입으로, 투자자 개인도 사전에 입력해둔 공식과 법칙에 따라 컴퓨터가 거래를 하도록 위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종류의 거래를 일컫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식의 가치를 기술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던 100여년 전부터 수많은 천재와 범재들이 증권 가치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여러 창의적인 지표와 이론들이 발견되거나 주장되었다.
그 중에서 매우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이론 중의 하나가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다.
엘리어트는 1940년, 주가가 일단 항 방향으로 추세를 잡으면, 일정한 법칙에 따라 파동을 그리며 제 갈길을 간다는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주장했다. 이를 요즘 시장에 적용을 해 보면 일단 한 번 떨어지기로 한 주가는 잠깐 반짝해서 반등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떨어지게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된다.(DTD)
실제 주식 거래를 해 보면 손가락 빨 틈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 번 쯤은 줄 듯 말 듯 희망고문을 하면서 잠시 반등을 하다가,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어트의 파동 이론을 스티브 잡스가 좋아하는 인문학적인 수사를 동원하여 두 개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여자 친구는 첫날 밤을 허락하기 전에 두 번 튕긴다.
2) 고아원에 가기 전에는 짜장면을 한 번만 준다.
(그래프: '파동이론의 기초' 에서. 엘리어트, 1940년 10월.)
그래프의 중앙 지점까지, 이 그래프는 상승 추세를 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한 번에 쭉 올라가기보다는 일단 한 번의 되돌림(1~2)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여 더 높은 지점(3)으로 치솟은 다음, 다시 한 번 더 되돌림(3~4)을 겪고, 최고점(5)에 닿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 최고점이 추세의 전환 지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래프가 내려가는 길만 남아서, 상승 때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을 경험하다(5~A) 딱 한 번 짜장면을 먹여주고 (A~B) 고아원으로 간다(B~C)는 것이다.
원래 증권의 가치는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기울기가 급하다. 이건 무언가를 더 갖기를 원하는 탐욕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는 인간 심리의 근본적인 문제에 기원하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에서처럼 사겠다는 주문이 또 다른 사겠다는 주문을 낳는 경우는 시장이 버블의 극에 달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보기 어렵고, 다들 팔겠다고 할 때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더 싼 가격에 빨리 팔아치우려하는 투매는 정말 어느날 갑자기, 빠른 속도로 찾아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결말을 본다. 그래서 증권가에는 '소는 계단으로 올라오고, 곰은 창문으로 뛰어 나간다.' 라는 말이 있다. 증권가에서 소는 상승장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곰은 하락장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주식이 오르다가 언젠간 떨어지고, 다시 또 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뭘 그런 호들갑이냐고 묻는다면, 엘리어트 파동 이론의 아름다움은 주가가 어느 시점에서 오르고, 어느 시점에서 저항을 받아 잠시 떨어지고 다시 오를지를 알려준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 피보나치 수열을 만나면서 이루어진다.
피보나치 수열이란 1, 1 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 숫자는 앞에 있는 두 개 숫자의 합으로 표시해 나가는 수열이다. 1+1=2 이니까, 1, 1 다음의 수열은 2가 되고, 같은 이유로 이 수열은 1, 1, 2, 3, 5, 8, 13, 21, 35, 56 ... 와 같은 식으로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수열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열 상의 어떤 숫자를 바로 뒤의 숫자로 나누면 0.618 에 가까워지고, 어떤 숫자를 바로 앞의 숫자로 나누면 1.618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 1.618:1 이라는 비율을 황금비라 일컫는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의 주장은, 주가의 되돌림 비율은 0.618 즉 61.8%, 또는 1에서 0.618을 뺀 값이기도 하면서, 피보나치 수열 상의 어떤 숫자를 그 뒤 뒤 숫자로 나눈 값에 해당하는 0.382 혹은 38.2%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외 중요한 지점으로 괜히 상식적으로도 중요해 보이는 50.0% 지점이 있으며, 그보다는 덜하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지점으로서는 피보나치 수열을 좀 더 쥐어짜면 (이를테면 뒤 뒤 뒤 숫자로 나눈다든지) 나오는 23.6% 이나 76.4% 같은 비율이 있다.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38.2% 와 61.8%.
사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은 시장에서 거래 되며 일정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증권이라면, 즉 개별 주식이든, 주가 지수든, 환율이든 간에 어디에든 끼워맞출 수 있으며, 어떤 시점의 그래프에 들이대더라도 제법 들어맞는다.
주가 지수 선물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래대금이 많은 미국의 E-Mini S&P 500 선물 지수의 최근 3개월 간의 일봉 그래프를 가져와 보자.
여기에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적용하는 방법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겠지만) 쉽게 생각하면 정말 간단하다.
일단 그래프 상에 보이는 최고점을 찍는다. 7월 8일에 기록한 1,354.50 이 최고점.
그 다음은 최저점을 찾는다. 8월 9일에 기록한 1,077.00 이 최저점이다. 그래프 상에는 10월 4일 1,608.00이 최저점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고아원 행에 대해 고려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8월 초에 추락한 주가가 일단 되돌림을 시작하면 어디까지 갈지를 알고 싶은 것이므로, 당시 아비규환의 정점이었던 8월 9일 1,077.00을 저점으로 상정한다.
최고점에서 최저점을 빼면 1,354.50 - 1,077.00 = 277.50
이 277.50 에 38.2% 와 61.8 % 를 곱해 보면 각각 106.005와 171.495가 나온다.
이 값을 최저점인 1,077.00 에 더하면 약 1,183 또는 1,248.5 정도가 나온다.
또다른 중요한 지점인 50%에 해당하는 주가는 1215.75.
그 지점에 수평선을 그어 보면, 신기하게도, 8월 9일에 저점을 찍은 주가가 반등하다가 이 뭔가 피보나치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지점에만 오면 힘을 잃고 아래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그래프 상의 봉 하나 하나는 하나의 거래일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트레이더에게는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8월 저점을 찍은 8월 9일 옆의 봉 세 개를 보면 계속 38.2% 지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그 선 하방에서 거래를 마감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8월 10일에도 38.2%를 뚫어보려다 실패하고, 8월 11일에도 그 지점을 살짝 닿았다가 다시 추락하고, 8월 12일에도 그러한 일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신봉하는 트레이더라면, 38.2% 선에 닿았을 때 매수했던 주식을 털어버리고, 그 믿음이 더 강경하다면 공매도 포지션까지 잡아서 다시 하락하는 주가를 보며 계속 이익을 챙겼을 것이다.
이것만 보면 엘리어트 파동 이론에 따라서 거래하기만 하면 뭔가 큰 돈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되지만, 역시 현실은 그렇지 않고 냉혹하다.
일단 주가가 막 폭락하기 시작하는 8월 1일 정도 시점으로 가보자. 1일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며칠 째 계속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저점을 찍은 9일 바로 전날인 8일까지도 하락 일변도였다. 8월 5일까지의 그래프만을 두고 보면,
뭔가 8월 5일 (마지막날) 장중에 꽤 낮은 저점을 찍고 반등을 해 마감을 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엘리어트 파동 이론 신봉자는 그날 찍은 장중 저점과, 7월 8일 고점인 1,354.50 사이의 간격을 계산하며 그 나름대로의 38.2%와 61.8%를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다음주에 촉촉하게 부풀어 오를 지갑을 생각하면서 금요일 밤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주말을 지난 월요일에도 폭락. 이렇게까지 오면 밑바닥이 어딘지 투자자는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엘리어트 파동 이론에 의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이 날 시장에 매수 진입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 주가가 반등을 할지, 아니면 10일째 떨어진 주식이 11일은 못 떨어지랴 하며 계속 떨어질지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누군가는 그 날 주식을 샀고, 왠지 이제부터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 맞을 것 같아 ! 라고 하며 위에서처럼 차트에 줄을 긋고, 매수-매도 거래 드리블을 하며 이익을 챙겨갔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기술적 분석은 기본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름답게 맞아 떨어질 수 있고, 미래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제법 큰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엘리어트 이론에 따르면, 앞으로도 1182, 1215, 1249 지점에서는 시장이 다시 반락할 수 있다'와 같은 말은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어쨌든 엘리어트의 성과이기도 하다.
1934년만 해도 집에서 손가락 빨고 있던 엘리어트는, 인베스트먼트 카운셀 사의 찰스 콜린스에게 '내가 주식 시장을 죽어라 분석한 결과 이론을 하나 찾아냈는데 아무래도 연말이면 다우지수가 폭락할 것임 ㅋ' 같은이메일 우편을 보냈다. 콜린스는 처음엔 '뭥ㅋ미ㅋ?' 하며 무시해 버렸지만, 엘리어트는 답장이 오건 말건 계속 자신의 예측이 담긴 우편을 콜린스에게 보냈고, 시장은 정말로 그해 말에 폭락했다. 앞선 1929년의 대공황으로 투자자들이 다들 쫄아있던 터라, 시장의 분위기는 정말 흉흉해져 있었는데, 1935년이 되자 엘리어트는 '내 이론에 따르면 주가 폭락은 끝나고 이제 반등할 것임ㅎ' 라고 콜린스에게 우편을 전송, 뒤늦게 우편 봉투의 소인에 찍힌 날짜를 보고 주가 반등 시점이 정말 엘리어트의 말과 일치하는 걸 보고 부왁!!한 콜린스는 3년 후 엘리어트와 함께 '파동 원리'라는 책을 쓰기에 이른다.
사실 1/2 의 확률로 일어날 일을 10번 연속으로 맞출 확률도 거의 0.1%나 된다. 세상에는 적어도 백만 명은 넘는 투자자들이 있고 그 중의 0.1%인 1,000명은 억세게 운이 좋은 일들을, 단지 아무런 노력 없이 말 그대로 운만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옆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동전의 면을 열 번이나 연속으로 맞힌다고 생각해 보라.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해 보이겠는가? (게다가, 통계적으로, 100만 명 중의 한 명은 무려 20번 연속으로 동전의 앞 뒷면을 맞힐 수 있다)
엘리어트는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순수학문 분야를 실용의 첨단인 주식 시장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앞서 최근 3개월 간의 S&P 500 선물 그래프를 보며, 8월 9일이 저점이라는 사실은 8월 9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한참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예증하였다. 만약 1934년 여름 언젠가에 다우 지수가 찍은 저점이 엘리어트의 예상과 달리, 몇 개월 더 길어졌다면, 1934~1935년의 다우 지수에 대한 파동 이론은 몇 년 후의 수정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자, 이제 결론.
1) 어쨌든 좋은 일이 있기 까진 두 번은 참아야 하고 나쁜 일에도 한 번의 도망갈 기회는 준다.
2) 일단 사람은 억세게 운이 좋고 봐야 한다.
3) 스팸 메일을 계속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도전이다.
특정한 세력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왜곡하려 덤벼들기에는 너무 커다란 선물 시장이나 외환 시장 같은 경우라면, 셀 수 없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내어 놓은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그리고 그 둘이 충돌하는 지점의 기록인 거래 내역 가운데에는, 분명 어떤 법칙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만도 하기 때문이다.
발전된 통신 기술과, 트레이딩 플랫폼, 다시 말해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해서 증권 거래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도입으로, 투자자 개인도 사전에 입력해둔 공식과 법칙에 따라 컴퓨터가 거래를 하도록 위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종류의 거래를 일컫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식의 가치를 기술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던 100여년 전부터 수많은 천재와 범재들이 증권 가치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여러 창의적인 지표와 이론들이 발견되거나 주장되었다.
그 중에서 매우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이론 중의 하나가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다.
(사진: 랄프 넬슨 엘리어트. 주의깊게 보면 인중이 비뚜러져 있다. 사실, 의학적으로 얼굴이 완전히 대칭인 사람은 거의 없다.)
엘리어트는 1940년, 주가가 일단 항 방향으로 추세를 잡으면, 일정한 법칙에 따라 파동을 그리며 제 갈길을 간다는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주장했다. 이를 요즘 시장에 적용을 해 보면 일단 한 번 떨어지기로 한 주가는 잠깐 반짝해서 반등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떨어지게 되어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주식 거래를 해 보면 손가락 빨 틈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 번 쯤은 줄 듯 말 듯 희망고문을 하면서 잠시 반등을 하다가,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어트의 파동 이론을 스티브 잡스가 좋아하는 인문학적인 수사를 동원하여 두 개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여자 친구는 첫날 밤을 허락하기 전에 두 번 튕긴다.
2) 고아원에 가기 전에는 짜장면을 한 번만 준다.
(그래프: '파동이론의 기초' 에서. 엘리어트, 1940년 10월.)
그래프의 중앙 지점까지, 이 그래프는 상승 추세를 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한 번에 쭉 올라가기보다는 일단 한 번의 되돌림(1~2)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여 더 높은 지점(3)으로 치솟은 다음, 다시 한 번 더 되돌림(3~4)을 겪고, 최고점(5)에 닿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 최고점이 추세의 전환 지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래프가 내려가는 길만 남아서, 상승 때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을 경험하다(5~A) 딱 한 번 짜장면을 먹여주고 (A~B) 고아원으로 간다(B~C)는 것이다.
원래 증권의 가치는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기울기가 급하다. 이건 무언가를 더 갖기를 원하는 탐욕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는 인간 심리의 근본적인 문제에 기원하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에서처럼 사겠다는 주문이 또 다른 사겠다는 주문을 낳는 경우는 시장이 버블의 극에 달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보기 어렵고, 다들 팔겠다고 할 때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더 싼 가격에 빨리 팔아치우려하는 투매는 정말 어느날 갑자기, 빠른 속도로 찾아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결말을 본다. 그래서 증권가에는 '소는 계단으로 올라오고, 곰은 창문으로 뛰어 나간다.' 라는 말이 있다. 증권가에서 소는 상승장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곰은 하락장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사진: 메릴 린치의 'Bull vs Bear' 동상)
주식이 오르다가 언젠간 떨어지고, 다시 또 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뭘 그런 호들갑이냐고 묻는다면, 엘리어트 파동 이론의 아름다움은 주가가 어느 시점에서 오르고, 어느 시점에서 저항을 받아 잠시 떨어지고 다시 오를지를 알려준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 피보나치 수열을 만나면서 이루어진다.
(사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또는 피사의 레오나르도. 이탈리아 사람이라 잘 생겼다.)
피보나치 수열이란 1, 1 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 숫자는 앞에 있는 두 개 숫자의 합으로 표시해 나가는 수열이다. 1+1=2 이니까, 1, 1 다음의 수열은 2가 되고, 같은 이유로 이 수열은 1, 1, 2, 3, 5, 8, 13, 21, 35, 56 ... 와 같은 식으로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수열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열 상의 어떤 숫자를 바로 뒤의 숫자로 나누면 0.618 에 가까워지고, 어떤 숫자를 바로 앞의 숫자로 나누면 1.618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 1.618:1 이라는 비율을 황금비라 일컫는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의 주장은, 주가의 되돌림 비율은 0.618 즉 61.8%, 또는 1에서 0.618을 뺀 값이기도 하면서, 피보나치 수열 상의 어떤 숫자를 그 뒤 뒤 숫자로 나눈 값에 해당하는 0.382 혹은 38.2%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외 중요한 지점으로 괜히 상식적으로도 중요해 보이는 50.0% 지점이 있으며, 그보다는 덜하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지점으로서는 피보나치 수열을 좀 더 쥐어짜면 (이를테면 뒤 뒤 뒤 숫자로 나눈다든지) 나오는 23.6% 이나 76.4% 같은 비율이 있다.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38.2% 와 61.8%.
사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은 시장에서 거래 되며 일정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증권이라면, 즉 개별 주식이든, 주가 지수든, 환율이든 간에 어디에든 끼워맞출 수 있으며, 어떤 시점의 그래프에 들이대더라도 제법 들어맞는다.
주가 지수 선물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래대금이 많은 미국의 E-Mini S&P 500 선물 지수의 최근 3개월 간의 일봉 그래프를 가져와 보자.
여기에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적용하는 방법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겠지만) 쉽게 생각하면 정말 간단하다.
일단 그래프 상에 보이는 최고점을 찍는다. 7월 8일에 기록한 1,354.50 이 최고점.
그 다음은 최저점을 찾는다. 8월 9일에 기록한 1,077.00 이 최저점이다. 그래프 상에는 10월 4일 1,608.00이 최저점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고아원 행에 대해 고려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8월 초에 추락한 주가가 일단 되돌림을 시작하면 어디까지 갈지를 알고 싶은 것이므로, 당시 아비규환의 정점이었던 8월 9일 1,077.00을 저점으로 상정한다.
최고점에서 최저점을 빼면 1,354.50 - 1,077.00 = 277.50
이 277.50 에 38.2% 와 61.8 % 를 곱해 보면 각각 106.005와 171.495가 나온다.
이 값을 최저점인 1,077.00 에 더하면 약 1,183 또는 1,248.5 정도가 나온다.
또다른 중요한 지점인 50%에 해당하는 주가는 1215.75.
그 지점에 수평선을 그어 보면, 신기하게도, 8월 9일에 저점을 찍은 주가가 반등하다가 이 뭔가 피보나치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지점에만 오면 힘을 잃고 아래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그래프 상의 봉 하나 하나는 하나의 거래일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트레이더에게는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8월 저점을 찍은 8월 9일 옆의 봉 세 개를 보면 계속 38.2% 지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그 선 하방에서 거래를 마감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8월 10일에도 38.2%를 뚫어보려다 실패하고, 8월 11일에도 그 지점을 살짝 닿았다가 다시 추락하고, 8월 12일에도 그러한 일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신봉하는 트레이더라면, 38.2% 선에 닿았을 때 매수했던 주식을 털어버리고, 그 믿음이 더 강경하다면 공매도 포지션까지 잡아서 다시 하락하는 주가를 보며 계속 이익을 챙겼을 것이다.
이것만 보면 엘리어트 파동 이론에 따라서 거래하기만 하면 뭔가 큰 돈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되지만, 역시 현실은 그렇지 않고 냉혹하다.
일단 주가가 막 폭락하기 시작하는 8월 1일 정도 시점으로 가보자. 1일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며칠 째 계속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저점을 찍은 9일 바로 전날인 8일까지도 하락 일변도였다. 8월 5일까지의 그래프만을 두고 보면,
뭔가 8월 5일 (마지막날) 장중에 꽤 낮은 저점을 찍고 반등을 해 마감을 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엘리어트 파동 이론 신봉자는 그날 찍은 장중 저점과, 7월 8일 고점인 1,354.50 사이의 간격을 계산하며 그 나름대로의 38.2%와 61.8%를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다음주에 촉촉하게 부풀어 오를 지갑을 생각하면서 금요일 밤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주말을 지난 월요일에도 폭락. 이렇게까지 오면 밑바닥이 어딘지 투자자는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엘리어트 파동 이론에 의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이 날 시장에 매수 진입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 주가가 반등을 할지, 아니면 10일째 떨어진 주식이 11일은 못 떨어지랴 하며 계속 떨어질지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누군가는 그 날 주식을 샀고, 왠지 이제부터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 맞을 것 같아 ! 라고 하며 위에서처럼 차트에 줄을 긋고, 매수-매도 거래 드리블을 하며 이익을 챙겨갔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기술적 분석은 기본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름답게 맞아 떨어질 수 있고, 미래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제법 큰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엘리어트 이론에 따르면, 앞으로도 1182, 1215, 1249 지점에서는 시장이 다시 반락할 수 있다'와 같은 말은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어쨌든 엘리어트의 성과이기도 하다.
1934년만 해도 집에서 손가락 빨고 있던 엘리어트는, 인베스트먼트 카운셀 사의 찰스 콜린스에게 '내가 주식 시장을 죽어라 분석한 결과 이론을 하나 찾아냈는데 아무래도 연말이면 다우지수가 폭락할 것임 ㅋ' 같은
사실 1/2 의 확률로 일어날 일을 10번 연속으로 맞출 확률도 거의 0.1%나 된다. 세상에는 적어도 백만 명은 넘는 투자자들이 있고 그 중의 0.1%인 1,000명은 억세게 운이 좋은 일들을, 단지 아무런 노력 없이 말 그대로 운만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옆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동전의 면을 열 번이나 연속으로 맞힌다고 생각해 보라.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해 보이겠는가? (게다가, 통계적으로, 100만 명 중의 한 명은 무려 20번 연속으로 동전의 앞 뒷면을 맞힐 수 있다)
엘리어트는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순수학문 분야를 실용의 첨단인 주식 시장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앞서 최근 3개월 간의 S&P 500 선물 그래프를 보며, 8월 9일이 저점이라는 사실은 8월 9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한참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예증하였다. 만약 1934년 여름 언젠가에 다우 지수가 찍은 저점이 엘리어트의 예상과 달리, 몇 개월 더 길어졌다면, 1934~1935년의 다우 지수에 대한 파동 이론은 몇 년 후의 수정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자, 이제 결론.
1) 어쨌든 좋은 일이 있기 까진 두 번은 참아야 하고 나쁜 일에도 한 번의 도망갈 기회는 준다.
2) 일단 사람은 억세게 운이 좋고 봐야 한다.
3) 스팸 메일을 계속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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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열린문 5
대학은 닫힌문^★^
옛날 선배와의 대화 왜 사라졌나요?
답을 기다렸는데..
기술적 분석은 역시 ...
라끌횽 이거 테마주 같은쪽에는 적용이 더 힘든게 맞는거겠죠?
엑스티큐브 8연속 상한가간거보면 배가 아파요.ㅠ
추석 연휴 끝나고 지금 4배가까이 올랐다는....(사실 이거 매수할려고 눈여겨 보고있었는데...)
바이오관련주(줄기세포 관련주)는 요즘 괜찮은건가요?
알앤엘바이오 8500원대 완전 고점에서 물려서
지금 심하게 마음 고생하는중.ㅠ
반등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중.ㅠㅜ
아무튼 재밌고 흥미로운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