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철저히 '논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르비 독재팀 2관 영어 멘토이며
논술실록 저자로도 활동중인 넵튠(신주용)입니다.
오늘은 조금 뜬금없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멘토를 하고 있는 영어도, 책을 쓰는 논술도 아닌
국어 과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본 칼럼은 6평 직전임을 감안해서
지금까지 받았던 오르비 독재팀 및 개인 학생들의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부에서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사고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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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렵지는 않은, 그러나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문항을 가져왔습니다.
2014학년도 A형 20번 문항입니다.
전체 문항을 복사해오기는 어려우니,
질문이 들어왔던 선지와 해당 선지 판단의 근거가 되는 지문의 일부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한번 확인해보시고 일단 정오 판단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문>
선암사 가는 길에는 독특한 미감을 자아내는 돌다리인 승선교가 있다.
승선교는 번잡한 속세와 경건한 세계의 경계로서 옛사람들은 산사에 이르기 위해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승선교는 가운데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를 세우고 그 좌우에 석축을 쌓아 올린 홍예다리로서, 계곡을 가로질러 산길을 이어준다.
<선지>
승선교는 계곡 사이를 이어 통행로를 만든 것으로 보아, 자연의 난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겠군. (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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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보시고 내려오셨다면 이제 함께 학생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먼저 따라가보죠.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체적인 지문 내용으로 보아 승선교는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기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연 친화적 사고가 묻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선지는 자연이 '난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으니... 이것을 맞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우선 윗 문제의 정답은 O입니다.
학생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하고서 해당 문항을 질문했던 것입니다.
과연 학생의 판단이 맞을까요?
학생은 이 문항을 어떻게 접근했나요?
느낌으로 접근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난관이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과연 국어가,
아니 수능에 출제되는 모든 과목들에 출제되는 문제들이
단순히 느낌으로 접근해서 정오판정을 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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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지문] 승선교는 번잡한 속세와 경건한 세계의 경계로서 옛사람들은 산사에 이르기 위해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지문의 이 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산사에 이르려면 승선교를 건너야 한다.
즉, 승선교를 건너는 것은 산사에 이르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승선교를 건너지 않으면 산사에 이를 수 없습니다. 산사에 이르러면 승선교를 건너야만 합니다. 지문은 또한 다음도 밝혀두고 있습니다.
>> [지문] 승선교는 가운데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를 세우고 그 좌우에 석축을 쌓아 올린 홍예다리로서, 계곡을 가로질러 산길을 이어준다.
즉, 앞 문장에서 '산사에 이른다'는 것은 곧 뒷 문장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이어진 산길을 지남'을 의미합니다. 즉, 승선교를 건넌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산사에 이를 수 있고, 이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이어진 산길을 지난다는 말과 같습니다.
따라서 선지를 보죠.
<선지>
승선교는 계곡 사이를 이어 통행로를 만든 것으로 보아, 자연의 난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겠군. (O/X)
잘 보셔요.
사실 이 선지에서는 '난관'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 느낌'에 휘둘릴 이유가 없습니다.
지문에 등장하는 논리만 잘 생각해보세요.
승선교를 건너야만 산사에 이를 수 있으며, 계곡을 가로지를 수 있기 때문에
승선교를 건너지 않으면 산사에 이를 수 없고, 계곡을 가로지를 수도 없는 것입니다.
즉, 승선교는 '필요조건'이고, 계곡을 가로질러 산사에 이르는 것은 '충분조건'입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명제 논리로 너무나 단순하게 처리가 되는 문제입니다.
단어의 느낌을 가지고
저 선지를 틀리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까?
장담컨데, 단어에 대해 사전적으로 가지는 잘못된 뉘앙스나 느낌에 의존하면
정답을 오답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걸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리를 더 날카롭게 벼리는 방법, 그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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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국어만 가져왔습니다만,
제가 멘토링하고 수업하는 영어나 논술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사실 모두 같은 이야기를 전제로 하여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 뿐입니다.
6월 평가원을 준비하고 계시는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
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시험을 앞두고 진도를 무리하게 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당연하게 여겼지만, 확실하게 스스로 해명되지 않았던 것들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 논리는 온전히 내 것이 되었는지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수단은 기출문항이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스스로 점검, 또 점검하셔서 원하시는 최선의 결과를,
그러면서도 약점은 모조리 까발려져서 9평까지 완전한 실력을 가다듬는
그런 보람있는 6월 평가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6월 평가원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일 것입니다.
아무쪼록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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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하나 쓴다면 어디 쓰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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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군 성대 자과 0
630.16에 예비없는데 가능할까요?? 630.9×가 예비 47번으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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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성대 자과랑 컴교가 있으면 어디 가실건가요?? 이유들도 간단히...ㅎㅎ
언능뵙고싶어요 -2관생-
(멘토분들중에 어떤분머리가심상치않던데..누군지 아시나요..)
그게 바로 저인 것 같습니다. ㅠ
뵙게되면 여쭐라그랬는데.. 쪽지로드려도되나요..
어차피 곧 대면상담을 하게 될테니.. 내용을 쪽지로 주시기 보다는 간단한 내용과 성함만 살짝 쪽지로 알려주셔요. 답변은 대면상담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영어 멘토님이신데 국어 질문 해도 되나요?
잘 생기셨어요 ㅋㅋ 강균성 느낌이 ..
올해 들어 머리를 길렀더니 매번 듣는.... ㅋㅋㅋㅋ 부끄럽네요
국어질문은 원칙적으로는 국어 멘토님께 하시는 것이 맞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영어와 함께 가져오시는 질문을 매정하게 밀어내지는 않는답니다. ㅋㅋ
벌써 6평시즌이라니 헐
헐이다 헐 진짜.. 그렇지 않나요 ㅠ
나이먹어가는게 피부로 느껴지네...
피부 팽팽하고 희게 만들어주는 혈 어디 없습니까..
자연의 난관이 아니라 속세의 난관 이라서 틀렸다고 생각해서 x라고 했는데 설명부탁드려요!
사람들은 산사에 이르기 위해 승선교를 건너야했고, 승선교는 계곡을 가로질러 만들어졌다고 했으니/ 만약에 승선교가 없었다면? 산사에 이를때 계곡이 방해물이 되어 못올라간다고 추론할수도 있을거같아요.
승선교가 통행로의 역할이니 계곡은 자연물이니까 속세의난관이라기보단 자연의난관이라 표현하는게..더 맞지않나..싶네요
+걍 개인적인생각입니다
늦게 왔는데 설명을 잘 해주셨네요. 그렇습니다!
계곡은 자연물이고 건너편 산사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존재라면, 승선교는 자연물을 가로질러 저 편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하는 필요조건으로 기능하고 있죠!
아 선택지에서 말하는 자연이 계곡이였군요! 이해가 됬네요 감사합니다..다른 선택지가 없이 보니까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가는 통로가 승선교라길래 속세의 난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고 생각해서 틀렸다고 했네요 하하;;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갑니다~
헛...^^ 이 질문ㅋㅋㅋ 그때 명제논리설명 정말 깔끔해서 좋았어요 ㅎㅎㅎ
:) 학원에서 봅시다~
잘읽고 갑니다~~
문장에서도 필요조건 충분조건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이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좀 알려주세요...
자연'의' 난관보다는 자연'으로 가는' 난관이 되는 것 아닌가요??ㅠㅠ
자연'의' 난관보다는 자연'으로 가는' 난관이 되는 것 아닌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