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낙수 효과’ 정면 반박
출처 : KBS 뉴스
http://news.kbs.co.kr/news/view.do?ref=A&ncd=3100209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 경제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제시해 줄 [대담한 경제] 순서인데요.
재벌과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면 그 돈이 물처럼 아래로 내려가 서민들도 더 살게 된다는 낙수효과...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최근 IMF가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주목되고 있습니다.
IMF가 밝힌 낙수효과의 진실, 경제부 박종훈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재벌과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면 그 돈이 물처럼 아래로 내려가 서민들도 더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가 중요한 경제 기조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국제통화기금, IMF는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IMF가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159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는데요.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1%P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0.08%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P 늘어나면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0.38%나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우리 재계나 몇몇 경제관료들이 주장해 온 낙수효과에 따르면 부자들에게 돈을 더 벌게 해줘야 가난한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논리였거든요.
그런데 IMF의 연구 결과 거꾸로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해줘야 부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낙수효과는 왜 작동하지 않은 걸까요?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한 이야기가 바로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한 가난한 농부는 옆집에 사는 부자 이웃을 항상 부러워했습니다.
어느 날 그 부자 농부가 소 한 마리를 사오자, 소를 살 수 없었던 가난한 농부는 이게 너무 부러워서, 매일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며 간절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죠.
오랜 기도 끝에 하나님이 정성이 갸륵하다며 무슨 소원이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는데요.
가난한 농부의 기도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충격적이게도 가난한 농부의 소원은 "저 옆집에 사는 부자 농부의 소를 죽여주세요."였습니다.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옆집 소를 죽여 달라고 하는 어이없는 결말이었죠.
바로 이 가난한 농부는 배가 고픈 것보다 배가 아픈 것을 참을 수 없던 겁니다.
1982년 독일의 사회학자 베르너 거스가 고안한 '최후통첩 게임’ 역시 이 같은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데요.
‘최후통첩 게임’은 실험에 참가한 두 사람을 제안자와 응답자로 나눕니다.
그리고 먼저 ‘제안자’에게 1만 원을 주고 이 돈을 어떻게 나눌지 응답자에게 제안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응답자’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응답자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이 돈을 나눠 갖지만, 응답자가 거절하면 아무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게임이죠.
예를 들어, 제안자가 1만 원 중 자신이 7,000원을 갖고 응답자에게 3,000원을 받을지 묻습니다.
만일 응답자가 받아들인다면 두 사람은 각각 7,000원과 3,000원을 갖고 게임은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응답자가 거절하면 제안자와 응답자 모두 돈을 갖지 못하는 거죠.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경제학의 가정대로라면, 제안자가 9,999원을 갖고 응답자에게는 단돈 1원을 제안하더라도 응답자는 공짜로 1원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므로 당연히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직접 실험을 해 봤더니 일반적으로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4,000원에서 5,000원 사이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3,000원 미만을 제시하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자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제안자를 응징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공정함을 전혀 추구하지 않고 눈앞의 자기 이익만 따지는 이기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있는데요.
극소수의 부자들이 과도한 몫을 챙겨가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떨어지는 낙수를 바라보고 자기 일만 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놓고 낙수효과를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은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하면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최선을 다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조차 사라지면 결국은 자포자기에 빠져 아예 일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되죠.
여기에 부당함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결국, 옆집 소를 죽여 달라는 소원을 비는 러시아 농부처럼 공멸의 길을 선택하기도 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옆집 소를 죽이는 현상’이 얼마나 경제 성장에 치명적인지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뉴욕 대학의 벤하빕 교수나 하버드 대학의 알레시나 교수 등은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매우 파괴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제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이 심화돼 투자가 급감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낙수효과에 대한 IMF의 경고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부의 편중이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인 ‘소비기반’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득의 73%를 소비에 쓰고 있는 반면, 소득 상위 10%는 고작 58%만 소비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소비 부진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부유층이 차지하는 몫이 이렇게 급속도로 불어나면,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가 더욱 줄어들고 투자가 감소해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성장 동력을 훼손하기 전에 낙수효과에 대한 IMF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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