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_푸념.txt
제 기준으로 요즘이 가장 힘든 시기인것 같네요.
실컷 달려와서 드디어, 혹은 벌써 80일 정도 남은시점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나 정보는 없고 앞으로 해야할 공부량은 방대하다고 느껴지고.
해도해도 수능까지는 끝나지 않는다는걸 한번 경험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지치고 힘들고 투정부리고 싶은건 작년이랑 똑같네요. 이런 점에서 보면 저는 성장을 하지 못한게 아닌가 싶을때도 있어요.
최근에 든 생각인데
재수보다 +1 +2.. N수생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죽어도 삼수이상은 못할것같아요. 이 생활이 너무 지겹고 버거워요. 애초에 시작하면 안될 게임을 시작해버린것 같고 처음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고 먼 길을 떠나버린 것 같아요.
지금와서 후회하고 한탄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머리 좋은 놈들이나 재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실수로 원하는 대학 못갔을 때, 그럴 때나 재수를 한다던 어른들의 말이 틀렸다는걸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제 재수생활의 시작과 다르게 지금은 그 어른들의 말이 어쩌면 맞는 말이구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재수를 해서 성공하는 비율은 고작 몇퍼센트 안된다는 말을 들었을때도 '아, 나는 저 성공하는 몇퍼센트에 들어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바보같고 멍청한 생각이었던것 같네요..
그치만 오늘,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이나 힘들고 아픈 가정사를 가지신 분들에 비하지는 못하겠지만 재수를 시작할 때 저희 집 재정상태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작은 사업을 하시는데 일이 없다고 어머니께서 항상 힘들다고 하셨는데 그 말들을 다 못들은 체하고 꼭 이뤄내서 갚아드리겠다고 생각했는데 몇개월이 지나면서 그 생각을 잊었나봅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올해 꼭 이뤄내야한다는 생각. 그 생각이 절 좀 더 벼랑끝으로 몰아세우고 절박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이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저희 친가 식구들은 저희 부모님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십니다. 완전 과거부터 시작하면 저희 아버지는 장남이시고 저희 아버지 회사에서 작은아버지가 일을 하셨습니다. 아는 측근에게 사기도 먹으면서 힘들게 가꿔낸 아버지의 일터에 작은 아버지께서는 소위 '숟가락 얹기'식으로 편하게 일을 시작하게 되셨습니다. 그러다가 약 2년전 작은 아버지께서는 독립을 하겠다며 나가겠다고 하셨고 저희 아버지는 아버지 회사와 거래하던 거래처 몇 곳과 아버지 회사의 기계(장비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를 '대가없이' 주며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친가에서 저희 부모님이 안계실 때 당시 고1이었던 저는 그냥 휴대폰을 만지고 있을 때, 작은 아버지들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은아버지가 독립하겠다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간 뒤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저희 아버지가 내보냈다는 식으로 가족들에게 말했고 순식간에 저희 아버지는 나쁜 장남이 되었습니다. 근데 정말 빡쳤던건 작은아버지들이 저희 아버지 앞에서는 저희 아버지편인척 행동하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희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씀드릴 용기는 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스스로를 나쁘게 생각하실까봐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어쨌거나 아버지께서 작은 아버지를 다시 회사로 부르셨고 작은아버지에게 '그냥' 주었던 기계를 작은 아버지께서는 '2000만원'이라는 값에 '파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네요. 어쨌거나 그렇게 회사가 돌아가다가 올해 초 재정난으로 고생하시던 아버지는 작은아버지께 결국 나가달라고 하셨고 작은 아버지께서는 "나를 자를게 아니라 회사가 잘 돌아가게 열심히 해야되는거 아니냐"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친가 할머니댁에 가서 앞뒤 상황설명없이 '저희 아버지가 작은아버지를 잘랐다. 나는 이제 일거리도 없이 어떡하냐.'는 식으로 투정부리고 저희아버지는 또 한번 나쁜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항상 무시당하는듯하고 만만하게 보는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저희 아버지는 가장 노릇한다며 항상 할머니를 뵈러 가십니다. 그건 옳은 일이지만 황당한건 할머니께서도 저희 아버지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며 저희 어머니를 대놓고 무시하십니다. 이제 저는 친가 할머니댁에 대해서는 '분노, 화' 라는 감정 외의 호의적인 감정은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친가댁에서는 제가 재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제가 보란듯이 좋은 대학에 합격해야 저희 아버지, 어머니의 기세가 조금이나마 등등해질 수 있을것 같아서. 전 꼭 대학에 합격해야 하고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엿같고 열불나는 집안에 얽매이지 않고 보란듯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제가 꼭 성공해서 다 되갚아 주고 싶습니다.
두서없고 정신없는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꼭 좋은 대학에 합격해서 합격증 들고 오르비에 돌아오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로피탈 질문 2
이거 맞나여??
-
이 다음에 뭐 푸시나요?
-
소설도 막 미친듯이 못알아먹게 모르는 단어 남발 아니면 어느정도 읽히는데 고전시가나...
-
조퇴하고 병결해야하나
-
1. 올해 서울대 가려는 친구들은 가산점 때문에 2과목 2개하나요? 작년엔 2랑...
-
콘서타27 매일 복용하고 평가원 모고때는 긴장을 심하게 해서 위부팽만감 + 심장이...
-
ㄱㄱ
-
입실하러 가기 전에 집에서 싸고 가고 싶은데 집에서 한번 싸도 국어나 수학 볼때 꼭...
-
뭐든 상관 없으니 그냥 공감해줘.
-
지금 ㄹㅈㄷ로 조용하네 내일부터 8 40에 쳐야겠다
-
오밐추 2
오부이들 오늘도 화이팅
-
[속보] CNN 초기 출구조사, 후보 긍정적 평가 해리스 46% vs 트럼프 42% 3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
-
제발요 너무졸림
-
국어 : 구주 연마의 서 복습 + 최근 3개년 수능 + 언매 기출 + 혜윰 모의고사...
-
성적차이 말 안 됨
-
내일부터 기출로 회귀해야지
-
부사관 학벌 2
대부분 고졸 혹은 지방 4년제 맞음??
-
오늘의 모닝실모 1
한수 8회 강대X 10회 목표 점수대 90이상 100이상
-
강의실 책상에 그대로 있네 진짜 존나 다행이다
-
옯모닝 0
음 9시이전이면 얼버기지.. 음음
-
수 상 수 하 개념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신공부를 하나도 안했다보니 문제를...
-
다들 화이팅!
-
와 1
수능 냄새 난다
-
동네 작은 학원에서 재수반 관리 및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오늘 모의고사 치르는...
-
가방회수완료 0
이제 옷이랑 자켓이랑 이어폰만 찾으면 된다
-
그냥 대부분 직관적인감에 의존하는거죠?
-
ㅎㅇ 2
-
얼어죽겄네
-
clothing20snu 대성 커피 먹구 가 ~~ ⸝⸝ɞ̴̶̷ ·̮ ɞ̴̶̷⸝⸝ 0
있잖아, 지금 2026 19패스 구매하고, 내 ID를 입력하면 너도, 나도 각각...
-
중대 3
검은색 한자 과잠 사랑합니다
-
사연보고 추첨 90씩 두과목이면 현강비 한두푼 아닐텐데 쿨하게 포기하네
-
굿모닝 10
-
처음도 아니고 수능 일주일 남기고 이러니까 화가 ㅈㄴ 남 그냥
-
모교 갓다가 학교 알려주면 그 학교로 가는 곤가? 어케대는거예요?
-
4 1
군수생 달린다 재활하기 가장 만만한 생윤부터 공부하는 걸로...
-
그놈이 왔구나
-
이거 진짜 루틴된 것 같은데 족비상이에요,,,
-
사설벅벅벅벅하다가 평가원 푸니까 모래주머니 풀은 느낌 1
엿같은 계산도 배배 꼬아놓은 표현도 나를 막을 수 업다. 이몸, 최강.
-
나중에 볼려고 했는데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요
-
삼수해야지 5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게 긴장을 줄일 최대한의 방법인 것 같다
-
내 다리털 땜에 내가 간지러움;;
-
나 7시 45분에 기상함 이게 최대야 어무이가 밥 억지로 먹여서 이제 나갈준비하는중
-
비약이 있으니까 약사 할까
-
물2 개념 강의 누가 ㄱㅊ았나요?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물2는 지금 친구가 대성...
-
수능이라고 세상에서 없애버리고 싶은데 보면볼수록 자꾸 또 보고 싶고 안보면 자꾸...
-
공못광광울 8
제발 수능까지 처참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
승무원학원 그런거 안다녀도 성적 개높으면 붙여줌?
전화 한 통화하고 싶지만...
너무 늦었으니 그냥 응원만...
오오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기대가 되지만 제가 아쉽게 휴대폰이 없어요. ㅠㅠ 으아 아쉬워요...
그냥 제 이야기 같아서요.
저희 집 이야기 같다.
길게 얘기하긴 좀 힘들지만
옛날에는 참 즐거웠는데
사촌형들 언제 오나
문 밖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삼수를 시작한 이후로
명절이 참 싫어지더라구요.
나 이렇게 힘든데
정말 힘들게 하는데
위로와 격려보다
암묵적인 부담이랄까요..?
합격 여부에 따라
많이 무시하더라구요. 에휴.
그 후에 뭐 사업 같이하면서
글쓴이 분처럼 저희 집도
그렇게 됐는데.
음 응원과 격려는
당연히 저도 해드려요.
진짜 진심으로 잘되시길 바랍니다.
다만
저도 삼수할 때 느꼈는데
그런 증오의 감정들 때문에
어느 순간 저도 악마가 되어있더라구요.
스스로가 재수 때 미처
바꾸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그때 이루지 못했던 공부를 위해서
그때 무너져버렸던 스스로를
일으켜세우기 위해서
정말 대학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닌
큰 목표와 이상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나를 무시하고
조롱했던
우리 가족을
짓밟고 욕했던
이들에 대한
복수심에, 증오감에
공부를 하고 있더라구요.
내가 이럴려고 한게 아닌데..
정말 이런 사람이 아닌데..
정말 괴물이 되어가더라구요.
전 스스로가 악마와 괴물이기
싫어서 그런 조롱과 비난을
견뎠고 또 용서했습니다.
독서실 책상에 붙여놨던
학교 친구들.. 잘 나가던 친구들
그들의 사진을 떼버렸어요.
독서실의 제 자리가
그동안 증오심의
인큐베이터였던 셈이죠.
증오심에 시작한 무언가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증오심을
만들고 사람을 병들게 해요.
전 그대가
정말 진심으로
올 한 해 원하는 바를 이뤄서
부모님의 가슴에 있는
멍에를 덜어드렸으면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버리진 않았으면 해요.
피치 못할 오해들로 인해 발생하는
그것이 정말 오해인지 아니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내 힘으로 지금 당장 어찌하기 어려운
무언가 때문에 쉽게 상처받고
화나시진 않았으면 해요.
지금까지 잘 해왔구요.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냥 달려봅시다.
반드시 수능만으로 안 보여줘도 됩니다.
너무 부담갖지마시고요.
내 살아보니 결국
사필귀정이더라구요.
정말 결국 옳은 것으로
다 귀결되더라구요.
잘 될거에요.
진심으로 응원하니까
수능끝나고 합격해서
꼭 오르비에 인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댓글로 감사를 표현할 수 없는게 제 진심이니까 합격증으로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묵묵히 외부적인 것보다 제 내면에 신경쓰면서 꿋꿋하게 끝내고 떳떳하게 돌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뭔가 저랑 공감가는부분이 많네요
진짜 대학 잘 가서 부모님이 친가나 외가사람들에게 어깨피게해드리고싶네요
저는 다시 수능보는이유가 제 목표를 위해서도 있지만 부모님이 어디가서든 아들 좋은대학다닌다고 자랑하시고 어깨피드리게해드리고싶은게 제일 크네요
같이 힘냅시다!!
제발 주눅들지마세요 엄마아빠.. 항상 이 생각은 하면서도 틱틱거려서 죄송할 따름...
저희 집도 형편이 좋은 편도 아닌데 재수 시작했거든요. 근데 진짜 현역 때보다 패기는 없어지고 불안감은 좀 더 커진거 같고..진짜 해도 해도 양이 한참 남은거같은 느낌...작년에는 이맘때쯤 9평 참교육 당하기전에 "아 이제 할 거없는데" 이 지랄 했었는데...이제ㄴ는 할 게 너무 많다 이생각 밖에 없네요. 그래서 진짜 존나게 열심히 하려고요. 같이 힘내요. ㅋㅋ공감되서 그런가 되게 길어졌네요
저희 집도 약간 그런 케이스에요 온라인이라 할 수있지만 저는 아버지께서 내쳐졌거든요 아버지가 20년동안 일하고 독립하셨는데 안좋은 얘기가 들릴때 얼핏들었지만 독립할때 고모부께서 도와주셨는데 계약서에 장난을 쳐놨더군요 아버지가 3년동안 열심히 일하셔서 회사 다키워놓은거 구렁이마냥 꿀꺽했습니다 지금은 그집안과 연을 끊은 상태구요. 저도 첨 재수할때 글쓴이님처럼 그집안이 보기에 떳떳해지려고 했지만 요새 많이힘드네요 같이 화이팅해요 응원하겠습니다
앞쪽문단 너무 공감가요...ㅠㅠㅜㅠ화이팅!
읽다 빡친.. 정말 ㅂㄷㅂㄷ한 집안이군요ㅠㅠ!! 힘내세요. 성공하든 안하든 아버지 인품 닮으셨다면 성공한 인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