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쌤] ‘배경지식’에 대한 원천쌤의 제안
미리 보는 결론
1) 수능 국어 시험에서 인문, 과학 등 특정 영역의 비문학 독해를 할 때, 그 분야의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분야의 글을 읽은 경험은 도움이 된다.
2) 현실적인 대안 : 수능 및 평가원 기출을 영역별로 모아서 풀고 특별히 취약하다고 느껴지는 분야는 기출을 반복하여 보거나 학평 및 사설 기출도 읽고 풀어 보면서 경험치를 쌓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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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르비를 통해 쪽지를 받았습니다.
“ㅂ 선생님은 비문학 독해에서 배경지식이 필요 없다고 하시고 ㄱ 선생님은 배경 지식 강좌까지도 따로 하시는데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방향이 옳은 걸까요?”
저의 대답은
“ㅂ 선생님과 ㄱ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등급이 대체로 다르니까 각각 하시는 말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라는 내용의 답변을 했습니다.
몰론
둘 중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고르고 싶지 않지만) 저는 수능 국어는 배경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원칙론에 설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니까요.
(반면 옛날의 학력고사는 이미 쌓아놓은 학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었죠. 수능은 이 학생이 대학가면 대학공부 할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이고, 학력고사는 이 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얼마나 많이 공부했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단순화시킬 수 있겠네요.)
또한
배경지식을 쌓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할 때의 문제점도 있지요.
1) 독해력 자체를 키우는 것을 등한시할 위험이 있습니다.
2) 배경 지식도 정확한 독해력을 바탕으로 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제시문 독해가 안 되고 있는데 구멍난 부분을 머릿속에 있던 배경지식으로 메우다보면 제시문의 정보 자체를 왜곡할 위험이 있는 것이지요.
3) 최악의 경우는 머릿속에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배경지식’이 선입관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정보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나 견해를 수용하는 훈련을 게을리하면 보통의 인간들은 40살 전후에 이 단계에 접어들게 됩니다. 일명 ‘꼰대’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생물학적으로는 젊지만 벌써 꼰대의 뇌를 갖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게 함정)
그런데 말이지요.
반면
우리가 머릿속에 그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이 글을 읽을 수가 있을까요?
학생들 중에 가아끔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순수한 뇌를 가진 학생들을 봅니다.
“넌 어떻게 20년 가까이 살면서 주워들은 것이 이렇게 없을 수 있니? 혹시 너 수학공식만 입력된 인공지능 아니니?” 이런 썰렁한 농담으로 면박을 준 학생도 있었지요. 이런 학생들은 아무래도 비문학 독해가 좀더 힘이 들겠지요?
아마 세종대왕께서 살아오셔도 지금의 수능 국어 시험을 ‘80분 내’에 다 풀어서 만점을 받는 것은 힘드실 것입니다. (어휘나 표기의 변화를 감안하고라도 말이지요) 수능 시험은 21세기를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응시하는 시험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으니까요. 아무리 수능 국어가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은유’, ‘상징’ 등등의 개념을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출제하듯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의 공통교과과정을 이수한 학들이 응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출제하는 시험이란 것도 사실이지요.
문제는
고등학교 3학년이나, 재수생을 만나서 최대 10달 남짓한 시간 동안 국어강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란 것입니다.
배경지식 자체를 강의하는 것은 매우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고요,
“시간 내서 독서하세요.” 라는 말은 사실 하나마나한 말 아닐까요?
결국 강의를 통해서 강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수능 제시문이 가질 수 있는 모형들을 머릿속에 그려주는 것, 그리고 제시문과 문제를 접했을 때 머릿속에서 떠올려야 할 생각들의 경로를 제시하고 하나의 습관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것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략적이나마 전에 쓴 컬럼을 통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택한 방법은
수능/ 평가원 / 학평 등의 기출을 영역별(인문 / 사회 / 예술 /과학 ~~ 등)로 분류하고 다시 하위 주제별로 나눈 후에 이 주제들이 출제되는 배경을 독해 이론 수업과 연결해서 설명하고 난 다음 계속해서 과제로 주는 것입니다.
제가 설정한 주제들의 예를 들면
인문 영역에서 수능이 사랑해왔던 주제 1번: 인식론, 2번: 논리학 등등 (인간이 객관적인 지식을 얻는 것이 가능한가? 어떻게 가능한가? 획득한 지식이 타당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이런 주제들을 제일 많이 출제했죠)
사회 영역에서 수능이 던져왔던 주제들
1번 : 시장의 작동원리 (시장 속의 각 주체들의 의사결정) 채권, 옵션 등이 여기에 해당
2번 : 정부와 시장의 관계(최근의 추세는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는 쪽의 학파들의 견해가 나오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죠) 이 부분이 제일 많이 출제되었죠.
3번 : 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제요소들 : 미디어 이론, 커뮤니케이션 이론 역시 수능에서 사랑받아온 주제들이죠)
등등이 되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매주 과제로 주고, 채점하고, 문자로 성적통보하고, 일정 기준 이하로 틀리면 수준별로 또 유사 주제 지문을 뽑아 주고~ 이런 것들은 반복합니다.
저로서는 대단히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사실 이 과정들 통해서 학생들의 비문학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다만 수능장에 가서 좀더 편하게 시험을 보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단지 거들어 줄 뿐)
‘아~ 역시 논리학 주제가 자주 나온다더니 올해에도 나왔네~~’ 이 정도의 느낌이면 감사한 거죠.
철학이나 과학 지문을 읽고 풀기 위해서 해당분야의 지식을 알 필요는 없지만, 관련된 주제의 글을 읽었던 경험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니까요.
수험생 입장에서 배경지식을 절대적으로 신봉할 필요도 없고, 또 배경지식을 배척할 필요도 없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여가시간에 여러 분야의 책을 즐기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겠지만 (그게 당장 국어 점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능 및 평가원 기출을 주제별로 엮어 풀어보면서 그 주제에 대한 경험치를 올리는 것은 어떨까요?
이상 생계형 수능 국어 강사 원천쌤이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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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보고 이해했음 ㅠ ㅠ
제생각에도 배경지식은 하나도안중요한거같아요 경제지문이아니라면말이죠.. 근데이젠그경제지문도잘앉나오니
사실 저마다 취약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은 배경지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요.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수능장에서 비문학 지문의 내용을 들어본적이라도 있다는건 상당히 위안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실제로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배경지식에 의존하는건 너무 위험한것 같습니다. 지식과 지문 내용이 꼬여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위안은 위안에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늘 공감되는 수업과 글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지식과 지문 내용이 꼬여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 요부분 중요하지요.
사실 배경문제를 가지고 며칠 제자들과 토론해 보았는데
이과생의 경우 돌림힘에 대해 알고 있어 편했지만
꼼꼼히 읽고 풀었으며 돌림힘에 대해서 몰랐어도 풀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하더군요.
배경지식을 배척할 필요도 없고 신봉할 필요도 없다는 것에 매우 동감합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배경지식을 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재별로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요. 책을 더 읽는다는 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죠. 고등학교 수학을 위해 대학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요!
기출을 제재별로 !!
이거시 나의 소신.
제 글을 단순한 양비론이나 양시론같은 느낌을 줄까봐 살짝 걱정되는군요. ㅠ ㅠ
사실 저는 수능 국어에 관해서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원칙은 없어요. (남이 적어주는 것을 받아적고 만족하지 마라 정도는 강조하는 군요)
저의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수능 당일에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면 올바른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올바르지 않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가 원칙이라면 원칙이겠지요. 때로는 다소간 모순되어 보인다 할지라도 말이지요.
선생님 강대문학 모르겠는거 질문받아주시나요ㅜㅜ
강대문학이라 함은?
쪽지 부탁드려요~~
히히 쌤 수업 진짜 재밌어요ㅋㅋㅋㅋㅋ유익함 굳!!
앗 감사요~~ ^0^
ㅋㅋ 단과때 했던 방식 그대로 글을 쓰셨네요 저도 동의해요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면 동시에 잡는 방법은 역대 기출들 풀어보는 정도인 듯 해요!!
단과 때 했던 방식은 내 나름대로 고민하고 실제 해보고 하면서 나름 최선이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니까..
올해는 더 좋은 방식을 고민해 보아야지요.
역대 기출을 영역별 / 제재별로 풀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그 분류와 순서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계속 계속 고민 중이 있어요.
이번 수능 때 돌림힘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지만 푸는데 지장이 없었던 사람으로서 배경지식을 너무 파는 것 보다는 수능이나 평가원 기출 문제 유형을 공부하는게 더 나을것 같습니당
실제 수능을 본 학생들의 경험담이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배경지식자체가 중요치 읺은것은 맞는거같아요 없어도 그자리에서 충분히 읽어낼수있고 그렇게문제를출제하니까요
그래도 확실히 배경지식이있고없고는 읽는속도나 정확도,주제를 파악하는정도에 꽤큰영향을끼치는것은 맞는거같아요 아는얘기가나오면 첫단락만읽고도 무슨얘기를할지 감이오니까요!
그리고 배경지식은 평소에 관심을가지고있던 영역이 있는것은 개인의 재량이지만 그외에는 공부하면서 얻는게 훨씬큰것같아요 국어공부는 선생님이주시는 주제별 소재별 지문이 배경지식을쌓는데 효과적인것같구요
배경지식은 중요하지만 독해능력자체를 높이기위해 국어공부를 열심히하면 자연스럽게 충분하고도남는 배경지식이 얻어진다고 봅니당~!
배경지식은 중요하지만 독해능력자체를 높이기위해 국어공부를 열심히하면 자연스럽게 충분하고도남는 배경지식이 얻어진다고 봅니당~! =>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만 위의 댓글에도 말한 것처럼 보다 완벽한 분류 체계와 순서를 만들어야지요.
홧팅!!
작년 강대 재수반 다녔던 학생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올해 문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어요!! 감사합니다ㅎㅎ 국어 문학은 손원천! 사랑해요 손원천!
비문학에 관한 썰을 푸는 글에 문학을 띄우는 이 댓글은
흠..............지능적 안티?
ㅎㅎㅎㅎ
고마워요. 성과를 얻었다니 다행이고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참으로 기쁜 일이지요 ^0^
수험생의 목표는 어떠한 시험지에서도 100점을 받는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배경지식을 신봉하는 자들은 어떠한 시험지를 받느냐에 따라 기복이 존재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악의조건, 이를테면 전혀모르는 분야와 문학작품으로만 이루어진 시험지에서도 100점을 받도록 공부하는것이
수험생으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0%
격하게 공감합니다. ^ ^
강대본관에서 수업 너무 잘 듣고잇어요 ㅋㅋ
강대 오길 잘햇다는 생각 들게 해주시는중 ㅎ
와우~~ 고마워요 ^ ^
앞으로도 열공, 열강을 다짐하면서~~~
국어 4지만 비문학은 어휘빼고 다 30분만에 (적절하게 비문만) 다맞췄는데요 물리 어렵게나와서 2분정도 더썼는데 사실돌이켜보니 배경지식 그닥필요없던거같네요 문학좀할껄 ㅠ 목표대학에서 살짝 어긋나 아쉽네요
배경지식의 도움 없이도 읽어내는 독해력을 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요.
문학때문에 목표대학에서 살짝 어긋났나요? 안타깝네요.
그래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