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윤-어떤 인강강사의 오개념(칸트의 출산목적 성)
다음 글 때문에 쓰는 글입니다.
위 글의 요지는, 어떤 강사가 칸트의 인격주의를 설명하면서 '부부간 성관계'를 예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아내의 성을 출산 목적으로만 대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봤다는 거예요.
그런데 칸트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언급된 강사는 추론을 통해 설명한 듯합니다. 이 추론이 근거를 가지면 문제가 없는데, 근거가 없으면 뇌피셜이 되는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라고 하면서 설명하고 문제 만드는 일이 윤리(생윤, 윤사)에는 참 많습니다. 심지어 평가원도 이런 일이 많아요. 그러니 인강강사나 교재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거예요. 평가원의 뇌피셜은 여러분이 그냥 암기하면 되지만, 인강강사나 교재의 뇌피셜은 암기하면 할수록 위험하죠.
위와 같은 설명을 윤사에서 했다면 윤사에서는 칸트의 혼인관을 다루지 않으므로 설령 뇌피셜이더라도 문제가 안 될 텐데, 하필이면 칸트의 혼인관은 교과서에서는 없지만 평가원이 문제로 낸 적이 있어서(연계교재에서 다루니까 일종의 연계 문제로 낸 듯), 이거 잘못 다루면 큰일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칸트는 아내의 성을 출산 목적으로만 여기든 아니든 그것에 대해 도덕적이라든가 비도덕적이라는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성의 향유가 도덕적일 수 있는 조건은 단지 '혼인'일 뿐입니다. 이 혼인만 한다면 설령 남편이 아내의 성을 출산 목적으로만 여긴다고 하더라도 '도덕성'을 획득합니다. 이것은 칸트가 혼인을 '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심지어 칸트는 성행위는 자신을 '물건으로' 만드는 것으로서 인격성에 반하지만 타방의 성을 '물건으로' 취득함으로써만 그 비인격성이 해소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혼인'이라고 합니다.
출산 목적의 성행위인 경우에 남편은 자기 자신의 성을 물건으로 내놓는 것이지만, 역시 아내의 성을 물건으로 취득하면 그 비인격성이 해소됩니다('남편', '아내'라고 했으니 이미 '혼인'이 전제된 겁니다). 여기에 성행위 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언급은 없죠.
다만, 칸트는 부부는 각자 "배우자에 대한 존경심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혼인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말이지, 성행위나 성행위의 목적과는 무관한 언급입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인강강사나 교재들의 뇌피셜, 오개념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했는데, 마침 어떤 분이 어떤 강사의 강의 내용이 이해 안 된다는 글을 올렸기에 답변 겸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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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해당 강사 쪽에서 이의제기해 온다면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