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돌이는자유예요 [1196949]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12-15 05:41:19
조회수 725

3년 간 시달렸던 입시 논술의 끝

게시글 주소: https://rocket.orbi.kr/00070599640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요


가끔, 아주 가끔 마시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이 조용할 때가 있어.

뭔가 다 멈춘 것처럼 그러면 또 확 독주를 들이 부어. 

편안하고 좋을 때도, 그게 싫어서 깨 버리려고 확 마셔.

살 만하다 싶으면 얼른 확, 미리 매 맞는 거야.

난 행복하지 않습니다. 절대 행복하지 않습니다. 불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은 조금만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앉는 게 힘듭니다. 

왔던 길을 다섯 걸음 되돌아가는 것도 못 할 거 같아서

두고 나온 우산을 찾으러 가지도 않고 비를 맞고 갔습니다.

그 다섯 걸음이 힘들어서, 비를 쫄딱 맞고

아, 나는 너무 힘들고, 너무 지쳤습니다.

엄청나게 벌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좀!


딱 이 심정이에요

유명 논술 학원에서 정규반 마치고 파이널반까지 개근이었고요 리라이팅, 복습은 뭐 그냥 생활 중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한 번 보시곤, 복습 노트는 학원에 기증해라, 이걸 리라이팅 해 왔다고? 하신 적도 많아요 그만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글쓰기뿐이니까. 이거라도 끝장을 봐야지. 최고가 돼야지. 하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파이널반...

첨삭 때 늘 안정권이었고 간간이 우수답안으로 채택돼서 카피까지 뜨곤 했어요

정말 모든 선생님들이

넌 하나라도 안 붙으면 그게 이상한 거야

하셨어요

그 말을 질리도록 들으며, 동시에 제 자신을 늘 의심했어요

불행은 언제든 찾아오니, 안주하지 말자고.

정말 다시는 수업 자료를 보기 싫을 정도로 성실히 임했어요


물론 카톨릭대 시험은 많이 떨어서 답안을 다 못 채웠지만, 다른 대학교 시험은 준수하게 봤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한양대는.. 여기서 뭘 더 해~ 할 정도로 만족스럽게 치렀어요.

그냥 했던 대로, 대치동에서도 안정권이었으니까 실력 발휘만 잘 하자..

모든 시험에 이 마인드로 임했어요


사실 뭐

제 불행(대입 가지고 불행이니 뭐니 하는 것도 웃기지만)이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

성인 되자마자 목숨을 잃을 뻔 한 적도 있고, 한양대 예비 1번도 그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기도 했으니까요.

오히려 6떨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던 것 같네요.


근데 막상 그게 현실이 되니까 허탈할 뿐이에요

제가 그냥 기구한 인생인 걸까요

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체념하고 살아요

예상했던 불행이라 놀랍진 않았어요

그냥 뭐...

내가 잘 풀릴 리가 없지

그치 이래야 세상이지

싶었어요

근데 그 씁쓸한 체념을 삼킬 때마다 참 허탈하고 괴로워요

너무 이른 나이에 많은 걸 체념하고 사는 것 같고, 다들 이러고 사나 싶어서 또 괴롭고. 늘 그런 식이에요


두서없이 막 적는 글이지만 그냥.. 하소연해 보고 싶었습니다

남들은 노력하면 된다던데, 인생이 그냥 뜻대로 수월하게 풀리던데 나는 왜 이러나 싶고.

시험을 망친 것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

학원에서 유망주였는데, 왜 꼬였을까 싶고.

참ㅋㅋ 다 모르겠어요. 일단 대학 갈 운명은 아닌가 봐요.

그래도 뭐 알아주는 전문대에 속해 있다는 걸로 위안삼아야 하는 걸까요. 돌아갈 학교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요.

일단은 또 휴학계를 내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몇 번의 불행이 더 닥쳐야 행운이 올지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이젠 깨지는 게 두렵지가 않아요

좋게 들리겠지만, 모든 걸 다 포기했다는 뜻이에요

희망따위 버리고 그냥 살아보자, 일단 깨져 보자, 하는 거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가 않네요.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주절주절 길었네요

결론은

전 계속 불행할 것 같아요

근데 그냥 두려고요

이제 극복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요

그냥 현재를 느끼면서 살아보려고요

원하는 걸 찾고, 열심히 해 보고, 깨지고, 또 깨지고 살겠죠.

딱히 기대도 두려움도 없어요

간절히 원하는 것도, 들끓듯 사랑하는 것도 없어요

죽지만 말자

그게 다예요

결론이 참 이상하죠

새벽이라 아무 말이나 하게 되네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정상화 · 1237764 · 5시간 전 · MS 2023

    인논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정말 글 잘쓰시는 것 같은데 입시판은 조금 다른걸까요..
    힘내십셔 ㅜㅜ

  • 지돌이는자유예요 · 1196949 · 4시간 전 · MS 2022

    제 글이 그럴 듯해 보이나요? 다행입니다.
    음 일단 입시판에서는 인정받지 못 하는 것 같아요. 운칠기삼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뭐... 잘 모르겠어요.
    문예창작과 입시도 준비했었는데, 누군가가 원하는 틀에 맞춰 글을 쓰는 게 참 괴롭긴 하더라고요. 내가 뭐하고 있나 싶고. 근데 또 해야 하니까 하고.
    제 글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힘내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