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능 당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참사.
하.. 망했네.
1. PANIC
수능 당일, 수학 8번 문제에서 막힐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높지 않을 것 같나요?
2 + 3 = 6이라는 실수를 하거나, 삼각형 넓이를 구하면서 1/2을 깜빡 빼먹는 실수. 이런 허접한 실수도 하는 우리가, 수학 8번에서 절어버리는 가능성이 무시할 만큼 낮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수능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혹시나 지금까지 실전 모의고사에서 그런 경험을 했으면서도 ‘수능 때는 괜찮을 거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제 그 생각을 버릴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안일함을 제거한 후에 수능장에 들어가길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패닉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고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패닉은 작은 긴장감이 서서히 누적되면서 발생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머릿속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증폭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왜 이 문제가 안 풀리지?’라는 생각에만 매몰되면 그 순간부터 패닉 상태가 되어버리죠. 당황스러운 순간에 이성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상황이 악화되어 패닉에 빠져버리는 불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수능 당일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성적으로 대처할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필요하죠. 여러분이 수능에서 해야 할 것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것이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멘탈이 털리지 않아야 하고, 빠르게 냉정함을 되찾아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수학뿐만이 아닙니다. 어떠한 과목에서든 너무나 당연히 풀려야 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다가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만났을 때 여러분이 느끼게 될 당혹감은 여러분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참사를 최대한 막고 싶습니다.
2. NEXT
자, 이제 본격적인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8번 문제에서 막히는 상황에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습니다.
① 실제로는 문제가 쉽지만 내가 놓친 경우
이 경우라면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는 실력이 있음에도, 긴장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입니다. 이때 당황한 상태로 패닉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시야가 더 좁아져 놓친 부분을 제대로 확인할 확률은 더 낮아지겠죠. 당황한 채로 계속 문제에 매달리다가 시간만 허비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는 쉬운 문제인데 말이죠. 그 문제에 몰입하면 할수록 긴장감은 증폭될 것이고, 결국 그 문제 하나 때문에 시험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문제를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보면 충분히 놓친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쉬운데 시험 초반의 긴장감 때문에 한순간 무언가를 놓친 거니까요. 이런 경우 저는 그냥 넘어갔습니다.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고 잠식되기 전에 이성적인 사고를 하며 넘어갔습니다. 순간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일단 넘어가는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분 또한 남은 기간 이성적 사고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본능이 튀어나오게 될 테니까요.
하.. 망했네.
② 문제 자체에 트릭이 있는 경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무언가 놓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문제 자체에 트릭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풀던 문제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말이죠. 이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왜 내가 이 문제를 못 풀지?’라는 생각을 하며 패닉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만약 문제에 트릭이 숨겨져 있는 거라면요?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당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결론은 같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만약 정말 어려운 문제라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허비할 것이고, 그걸 넘긴 여러분은 오히려 여러분의 경쟁자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 기회를 얻게 됩니다.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말이죠.
이 두 가지 경우 외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경우에서의 결론은 동일합니다. 분명 풀려야 하는 문제에서 막힌다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아니 넘어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첫 번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돌아와서 차분히 풀어 보면 풀리게 될 겁니다.
3. CHOICE
한 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능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올바르게 푸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포기하고 어떤 문제에 시간을 쓸지 선택하는 전략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합니다. 쉬운 문제라고 생각했던 문제에서 막히더라도 과감하게 넘어가고, 한 바퀴를 돌린 뒤 다시 돌아오는 결단이 말이죠.
문제를 넘어가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문제에 집착하다가 다른 문제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시험장에서는 한 순간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시기에 실전 모의고사를 풀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면 기회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단 시험 치는 동안 결단을 내리세요.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 그 결단이 어떠했는지, 실제 수능이라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피드백하세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쉬운 문제에서 막혔을 때 무너지는 이유는, 그런 가능성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공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능장에서는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입니다. 저 역시 재수생 시절 지금 시기에 수많은 실전 경험을 하며 이성적 사고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쉬운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받는 타격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냥 넘어가고, 한 바퀴 돌린 후 다시 돌아와 문제를 풀면 오히려 더 쉽게 풀 수 있다는 사실이 이성적으로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죠.
4. MENTAL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부드립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치며 예상치 못한 한두 문제에서 막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수능 당일 여러분을 무너뜨리는 건 어려운 킬러 문제가 아닌, 그동안 키워 왔던 안일함일 겁니다. ‘이 유형은 쉬우니까 수능에서도 당연히 풀리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실제 수능장에서 그 유형에서 막혀있을 때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멘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인정하고 미리 대비하고 준비한 학생들은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잠시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수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여러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준비는 멘탈 관리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멘탈레터를 통해 이성적 사고 훈련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남들보다 훨씬 더 단단한 멘탈을 가지고 수능장에 들어설 수 있을 겁니다.
100분 후면 D-Day가 10이 되는군요.
마지막까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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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봐요
하 망했네 ㅠ
이번 수능은 이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네요
종료령이 끝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순간에도 아주 건조해질 수 있도록 멘탈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기...병신한테 먹이주지말라해서 오늘 내내 굶었는데 이거 진짜 효과 있는거 맞아요?
제가 지금 4일차인데 효과 없는거 같음..
나를믿고나아가자
응원합니다 :)
나아갑시다
볼수록 정말 단단한 분이시다
본받고 싶네요 저는 당신의 발끝에도 못 미치겠군요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정진해서 좋은 본보기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
이거 특히 국어때 글자가 눈에 안들어오는 현상 심한거같아요
관련한 내용도 조만간 다루게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
이런건 실모가 좋은듯.. 갖가지 유형으로 갖가지 번호에서 막히니 8번에서 막히는건 예상가능 시나리오가 됐어요
맞아요. 실모를 제작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내주시니 감사할 따름.. 근데 그걸 틀리고 욕을 하니 최대한 그렇게 안 할려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선생님칼럼이 정말 여럿사람 살리는듯요 ㅎㅎ
스스로 가볍지 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려고 매번 다짐하는데,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캬
최상위권들은 저런 걱정이 없어서 부러움
음.. 저랑 같이 반에서 재수한 친구 중에 별명이 '가우스'일 정도로 수학을 잘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수능 전까지의 모든 모의고사에서 틀린 수학 문제가 2문제였는데, 수능 당일 3문제를 틀려서 2등급을 받고 삼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자신의 최상위권이었던 것이 더 타격이 큰 이유였다고 하네요ㅜ
2+3=6이라고 쓴 그사람이 접니다.
PTSD ON
따흐흑
그래도 이렇게 멋있게 활동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선생님!!!
찾아와 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 감사드립니다 :)
언제나 다정하게 코치해주는 바나나쌤.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수능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
응원할게요
시험보다가 바지에 똥 싸는 가능세계 이런건 줄 알았네...
헉.. 물론 이론적으로 어떤 가능세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0이 아니긴 하죠..
불담모 수학버전 배포or판매 기원 1일차
ㅜㅠㅠ 올해 가능했다면 좋았을 텐데..
내년에 후배들을 위해 더 분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열심히 도움받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