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기차 [477377] · MS 2013 · 쪽지

2024-10-26 23: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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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매일 침대에서 내려오며 했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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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후 난, 침대에 누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 별나고 독한 놈

수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지금 시기에 여러분을 흔드는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지금껏 이성적 사고 훈련을 강조해 왔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오늘 칼럼을 다 읽고 난 후면 ‘와.. 이 사람 정말 진~짜 별나다..’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매주 세 편의 칼럼을 40주 동안 한 주도 빼먹지 않고 집필하려면 진짜 독하고 별나야 하는 게 맞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 저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한 달에 많아야 한 편의 칼럼을 쓰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제가 이렇게나 별나고 독한 사람이기에 해줄 수 있는 조언입니다. 잘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2.레전드와 미신

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테니스 선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테니스의 전설 라파엘 나달은 독특한 루틴을 가진 걸로 유명한 선수인데요, 얼마나 별난지 한 번 보시죠.


나달은 입장하면서 라켓 한 개만 꺼내 들고 자신만의 루틴을 시작합니다. 상의 재킷을 벗고 몇 차례 점프를 하고 또 생수병 2개를 벤치 근처에 세워 놓습니다. 근데 생수병의 상표는 코트 쪽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서브를 넣을 때 또한 루틴이 복잡합니다. 상대방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한 적도 있죠. 먼저, 엉덩이 쪽에 손을 대고 이후 왼쪽과 오른쪽 어깨를 번갈아 만집니다. 그리고 코, 왼쪽 귀, 다시 코, 오른쪽 귀를 차례로 만지고 나서 서브를 넣습니다. 근데 또 첫 서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세컨드 서브에서는 어깨를 만지는 걸 생략하는 것까지가 나달의 루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신이라고 하지만, 나달 스스로는 이러한 루틴이 자신이 경기에 온전히 임하도록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3.Hypnosis

저는 재수생 시절, 두 번째 수능을 대비해 저만의 특별한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수능 2주 전부터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올 때 저는 왼발부터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양말과 옷, 신발 모두 왼쪽부터 착용했죠.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왼쪽이었던 이유는 제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제가 뇌과학 지식이 별로 없는 때였는데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느꼈죠.


'수능 당일'은 지금 여러분에게도 그렇듯 재수생이었던 저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렇기에 D-Day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분명 제 멘탈은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죠.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해야 통제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되죠.



정신력으로 신체를 통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체활동을 통해 정신을 통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떠올린 후, 저는 수능 당일날 아침부터(정확히는 전날 밤부터)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행동들을 하게 될까를 노트에 적었습니다. 최대한 생생하게 상상했습니다. 그렇게 루틴이 탄생했죠.


수능 2주 전부터 저는 ‘아 내일이 수능이네’하면서 가짜 긴장감을 느끼려 애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수능 보러 가네’하면서 왼쪽 발부터 디디고, 모든 것을 왼쪽부터 착용하는 LEFT ROUTINE 실행했습니다. 수능이라는 중요한 날, 나 자신에게 통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신체적인 루틴은 실제로 저의 정신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느 순간 되니까 밤에 누워서 느끼는 긴장감이 가짜가 아닌 진짜로 느껴졌습니다. 수능이 다가올 때의 긴장감이 아니라, 진짜 내일이 수능이라는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긴장감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나 있었죠. 2주 동안 ‘내일이 수능이네..’하며 긴장감을 느끼며 잠들었던, 저는 수능 전날 밤에 정해진 시간에 똑같은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까지 꿀잠을 잤죠. 그리고 진짜 수능 당일 아침에도 LEFT ROUTINE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너무나 평온한 상태로 수능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딱 알맞은 정도의 두려움만을 나의 진정성의 증거로 삼아서 말이죠. 돌이켜 보면 제 자신에게 최면(Hypnosis)을 건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4. 상상

이제 수능까지 19일이 남았습니다. 


18일 후 침대에 누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감정적으로 어떤 상태일까요?


지금부터 상상하고 받아들이세요. 지금 상상했을 때 떨리고 두렵다면, 실제 그날이 왔을 때는 어떨까요? 그렇기에 더욱 상상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되도록 회피하지 마세요. 회피해도 결국 그날은 오니까요. 그동안 배웠던 이성적이 사고 훈련과 함께, 남은 기간에는 자신만의 신체적인 루틴을 정해 실행해 보세요. 이 두 가지가 결합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차분하게 이 길고 길었던 레이스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항상 더 많은 진심을 담으려 합니다. 

여러분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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