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쓴 자작시중 가장 긴 거
시골집 마루 천장엔
으레 낡은 전등 하나가
작은 바람에도 날려갈 듯
허공을 휘적이며 매달려 있습니다
빈방들에 숨 하나 흘려보낸 후
애써 등지고 앉자 고갤 들면
동녘이 옅은 안개를 깨우듯,
주변 공기를 살살 붙잡고
서서히 켜지는 저 전등
한 손으로 닭을 꼭 쥔 환한 아버지의 얼굴이요
문턱 너머 가마솥 앞 분주한 어머니의 등이요
맞은편서 사괄 깎아 건네는 누님의 하얀 손길입니다
허나 다시 어두워지는 전등은
나를 숨죽이게 하고,
내가 볼 것은 오래된 이슬 먹은 잡초들이요
절대 같이 서지 않은 저 별들이요
사방이 잠긴 짙은 어둠뿐임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어느덧 나도 잠겨 갈 무렵
잊지 말라는 듯 켜지는 저 전등은,
나를 놀리려는 건가요
나를 위하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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