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체명징(國體明徵) 일만일체(日滿一體) 팔굉일우(八紘一宇) - 넷플릭스 ‘경성크리처’의 시대 배경 고증
수시와 정시로 골치 아프시죠? 혹 시간되시면 머리도 식히실 겸,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 보시렵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 크리처’를 최근 보았습니다. 미국의 동경 대공습(1945년 3월 9~10일) 직후였던 1945년 3월 말을 시대 배경으로, 일본의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괴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대 고증에 나름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첫 회의 시작 부분부터 받았습니다. 첫 회는 731부대로 보이는 일본군 생체실험부대가 만주에서 퇴각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드라마 개막 1~2분 만에 등장하는 세 가지 사자성어 때문이었습니다. 국체명징(國體明徵) 일만일체(日滿一體) 팔굉일우(八紘一宇)가 그것입니다.
잘 아시듯, 국체명징은 ‘일왕(日王)의 절대권력을 중심으로 일본이 운영된다’는 의미이며, 일만일체는 ‘일본과 만주는 같다’는 뜻입니다. 일본과 조선이 같다는 내선일체(內鮮一體)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두 성어 모두 1930년대 이후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말로, 우리에게조차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하나, ‘팔굉일우’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팔굉이 한 집이 된다’는 뜻인데, 굉(紘)이라는 단어는 평소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제 말기를 살았던 조선 지식인이라면, 이 단어는 치 떨림으로 다가올 겁니다.
‘굉(紘)’은 무언가를 매단 끈이나 그물의 벼리 등을 뜻하며, 여기서 나온 뜻으로 ‘매달다’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넓다 크다라는 뜻도 있고요. ‘팔굉’은 ‘사방팔방으로 뻗친 아득히 먼 지역’, 즉 온 세상을 뜻합니다.
고구려 패망 직후 당나라에서 태어났던 고구려 유민 고덕(高德 서기 676~742년)의 삶을 기록해 그의 무덤에 남긴 글(묘지명)에도 ‘당나라가 사해(四海)를 울타리 삼아 먼 변경 지역까지 복속시켰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먼 변경 지역까지 복속시켰다’는 의미로 쓴 표현이 ‘엄팔굉 奄八紘’이었습니다.
1940년, 일본 총리 고노에 후미마로는 ‘시정 방침 연설’에서 ‘황국(=일본)의 국시는 팔굉을 한집으로 삼는 정신(팔굉일우 八紘一宇)에 근거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주변국 침략 야욕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고노에의 연설 1년 뒤, 대동아전쟁이 발발했지요.
그래서인지, 필굉 혹은 팔굉일우라는 표현은 우리에게는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어로 다가옵니다. 일본이었든 당이었든, 주변 국가를 군사적으로 장악한 패권 국가의 오만이 한껏 묻어있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팔굉일우라는 표현을 드라마 화면에서 확인하면서, 한편으로 씁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 이 드라마, 시대 고증에 만만치 않은 공을 들였구나’라고 생각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물론 731부대가 패망 5개월 전쯤인 1945년 3월에 만주에서 퇴각했다는 내용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거야 뭐, 드라마 흥행에 따른 후속작의 흐름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추까지는 아니어도, 재밋거리로 보셔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경북대 치대 논술 가야할까요??ㅠㅠ 지금 6칸입니다ㅠㅠ
-
삼반수 할까 2
작수 55332 올해 33231 흠
-
내신 대비로 어떤 문제집이 괜찮은가요???
-
어느길로갈까요 5
젤 무서운 길을 8분 정도 걸리고 가로등 없음... 다른 길은 15분에 가로등 몇개...
-
재수는 싫고 반수하면 놀다가 제대로 못할거같고 남은건 군수뿐인거같은데
-
집이드 편의점최고
-
문제집 분리수거 2
이번 수험기간동안 푼 문제집들 다 종이 버리는곳에 버리면 될까요? 스프링은 없어요
-
치감걸린듯 4
왜 힐이안되냐
-
기적의 수면패턴 3
8시수면 4시반기상 ㅋㅋ
-
알바 헬스 대학공부
-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네 맘을 알고 싶은걸
-
반갑습니다. 10
-
아낌없이주는나무는이제없다..
-
전시즌 플레계정인데 랜만에 켜서 한판해서 첫판 이겼더니 실버 4를 주네
-
벌써 2028 수능 준비하는 사람 있음? 아는 08 지금 자퇴하고 2028 수능 준비하는데
-
이번 겨울부터 시대 라이브반 수강하려고하는데 언제쯤 개강하나요??
-
나도 그때까진 생지가 무슨 이과냐고 생각하면서 이과가 물화중 하나도 안 하는게...
-
방금 라면먹고 3
식은 밥말아먹는 중인데 살안찌겠죠? 오늘 아침안먹었고 점심 저녁만먹음 점심엔 떡볶이...
-
행렬 공간벡터 모비율의 추정 롤백시킨건 근본스러운데 1
행렬은 공통수학1에 있어서 간접 연계로 들어가는데 수학적 귀류법이나 순열처럼...
-
언 미 영 물1 지1 동대나 홍익대 공대는 가능할까요...?
-
지각안할라면넉넉히 6시50엔 일어나야하는데 ㅅㅂ오늘 ㅈㄴ쳐잣더니 잠안옴..ㅈ댬
-
기숙학원재수는 1년6개월동안 공부해야하고 기간동안 수능을 볼 수 없으며...
-
위치 신경안쓰고 학교 지원이나 아웃풋 측면에서만 ㅇㅇ 입시 커뮤 말고는 어떤 기준으로 알아봐야됨?
-
ㅏ 드디어 1
올 한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인강 커리 N제들 계획을 다 세웠다 이대로만...
-
세종대 논술 0
보통 수학 몇등급대가 오나여? 미적 안한 기하러 합격 가능세계잇음?
-
07들에게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
.
-
이새끼들 안죽냐 변기물로 익사시킴
-
긴장되네요.. 0
인생이 바뀌는 시험이라 그런지
-
올인원, 단어, 유형독해만 듣고 빈순삽은 교재없이 강의만 들어도 되나요? 목표는 2등급 이상입니다.
-
ㅈㄱㄴ 실모에요 N제에요?
-
이번에 보니까 호텔관광이랑 묶어서 계열로 뽑던데 2학기끝나고 전공 선택할때...
-
음..
-
의치한은 진짜 그런가요
-
계정은 남겨 두겠음
-
우울글 3
(반말주의) 사실 나는 의대가 너무 가고싶었다. 아니, 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말이...
-
은 없나여?
-
예비 고3인데 이 시점에 수 상하 복습해도 괨찮을까요… 4
초딩 때 수 상하 배우고 성적 개판 치다가 올해 시대 스파르타 다니면서...
-
고2까지 공부 던지고 펑@펑 놀기 고3때 공부 시작해서 재종 들어갈 성적 띄우기...
-
그냥 접겠다..
-
공통수학 (22개정) 공부 통합사회 (22개정) 공부 독서 심슨 정주행
-
자라. 4
3시 전에 자야지
-
이건 팩트인듯요
-
가천대 명지대 경기대중 셋다 붙을수있다고 가정하에 어디가 가장 괜찮을까요??
-
차 많이 막히려나 가기 존나 귀찮네 ㅅㅂ
-
인생이힘들다..... 나데나데나데나데나데나데해줄미소녀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다
-
얼버기 4
9시에 잠들었는데 지금 일남 ㅅㅂ 4시엔 다시 자야지
-
이훈식 오지훈
-
오지훈 개념완성 스텝1까지만 개념기출하고 이신혁쌤 현강 들어가도되나요? 0
스텝2 까지 꼭 수강하고 기출 풀어야 이신혁쌤 따라갈수 있을까요?
-
보고싶다 1
같이 살고 싶어 언젠가는 같이 살겠지
만주에서는 오족협화(五族協和)도 쓰였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