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참 [1020565] · MS 2020 · 쪽지

2023-08-10 20: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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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지능 싸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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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투자 싸움입니다. 그리고 마음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주어진 개념,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쓸 것이냐의 차이이지 누가 얼마나 더 똑똑한지를 가르는 싸움이 아닙니다.


물론 공부는 재능입니다. 어떤 뇌를 물려받아 태어나는지에 대해 일정 수준, 일정 점수까지 도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학생에 따라 큰 차이를 지닙니다. 관계대명사에 대한 설명을 2번 들은 후 바로 관계사절을 해석해낼 수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6개월 동안 관계대명사절을 접해도 끝내 스스로 해석을 해내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극한의 직관적인 이해를 통해 미분을 이해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능 전날이 될 때까지 왜 미분과 적분을 학습하기 전에 함수의 극한을 배우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하루에 주어진 24시간 중 14시간을 홀로 공부에만 투자해보아야 공부가 재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에 들이는 에너지를 조금 줄이고 오직 실력 향상과 그에 따른 성적 향상에만 초점을 둔 채 1년을 지내보아야, 그렇게 해도 목표 점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가 되어야 '공부는 재능이야, 나는 안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 동안 하루의 14시간을 공부에만 투자해보지 않고서는 스스로가 공부에 재능이 있었는지조차 알아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학생 분들께 제가 권해드리는 책 2권과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황농문 교수 님의 '몰입'이라는 책입니다.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든 머리가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하든 이 세 권의 책을 천천히 반복해서 읽다보면 누구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 배우고 싶은 마음과 주어진 것들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의지를 지니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왜 가끔씩 노트에 샤프로 그래프를 그리거나 계산을 하는 대신 두 손 놓고 생각만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rdős Pál 이라는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가 있었습니다. 이 분이 1475편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수학 논문들을 남기시고 하루에 19시간씩 수학을 생각하고 저술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24시간 중 19시간을 제외하면 5시간이 남는데, 5시간 동안 씻고 밥 먹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활동들을 마무리했을 것이라고 우리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14시간이라는 시간은 이보다 5시간이라는 여유 시간이 더 주어집니다. 1년 동안 하루에 14시간씩 학습을 이어갈 마음을 먹지 못하겠다면 목표 대학, 학과 합격은 그저 '꿈'으로만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을 얻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겠다면 얻고자 했던 것 또한 얻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시험은 시험이며, 겉모습과 사회의 모습이 바뀔 뿐 사람은 여전합니다. 대치동에 가서 현강을 듣든 집에서 인강을 듣든 각종 사설 컨텐츠를 활용하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출 자료들과 ebs 연계교재를 활용하든 큰 차이는 없습니다. 결국 얼마나 더 깊이 고민해보았는가, 그 고민을 얼마나 길게 가지고 가보았는가가 한 수험생의 실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고민하고 핑계대고 걱정할 시간에 다시 문제집을 펴고, 모의고사 시험지를 펼치고 머릿속에서 정리해내지 못했던 사고의 흐름을 한 가지 더 정리하는 것이 여러분의 2024학년도, 2025학년도 수능 성적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올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제대로 걸어온 수험생 분들께 행운이 함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시에 주어진 길을 걸어오는 동안 매 순간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이들에게 n수의 길이 놓여있다하더라도 그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별 감흥 없이 넘어갈테지만 분명 깨달음의 한 파편을 얻어가실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파편이 목표하는 일을 이루는 데에 작지만 확실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공부는 재능인데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품는 분들께는 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미 진 것처럼 패배자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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