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부도 점진적 과부하다
저는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웨이트 운동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말이 많은 측면에서 실력향상을 설명하는 아주 좋은 용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이쪽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수험생들을 만나고, 상담해왔습니다.
100% 노베이스부터 도대체 저와 상담을 왜 하는건지 모를 의대, 문과서울대생들까지요.
공부를 어디 가서 잘했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의 수험생활을 보냈고(수미잡ㅎㅎ), 일개 영어를 가르치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공부도 해보고, 수백명이 넘는 학생들을 상담하며 느낀 점이 근성장과 공부 실력 향상은 참 비슷하구나입니다.
근성장은 간단히 말하면 저항성 운동을 통해 근섬유를 손상시키고, 단백질을 공급 받으면 그걸 소모해서 근육이 커지는 겁니다.
이걸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전진적 과부하라는 개념이 사용되는데, 쉽게 말하면 '본인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조금씩 조금씩 점진적으로 부하를 늘려나간다' 입니다.
공부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갓 시작한 사람이 벤치 100kg를 들지 못하는 것처럼, 5~6등급 학생이 릿밋딧 변형이나 수학 2230 킬러문제모음집을 푸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걸 굳이 도전하는건 바보같은 짓입니다.
물론 인자강들은 운동 해본 적도 없는데 그냥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도 뇌지컬이 아주 좋은 괴수들은 그냥 공부 따로 안 해도 국어 100점 받는 것과 똑같은 예외라는 점에서 참 신기하지요.
저는 공부 실력 향상이 근성장 과정과 똑같다고 봅니다.
저항성운동=문제 풀이, 영양분=개념,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고기를 먹어도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안 커지는 것처럼, 개념와 강의를 비롯한 컨텐츠들을 아무리 많이 다양하게 봐도 실제 문제풀이가 없으면 실력이 잘 늘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리 양치기를 많이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먹는 영양분이 있으니 근성장은 이뤄지지만,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더 효율적인 근성장이 이뤄지는 것처럼, 문제풀이만 해도 실력은 늘지만 그에 맞는 개념과 컨텐츠의 충족이 더 효율적인 실력 향상을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무리 없이 하는 방법은 근성장과 공부가 똑같이 '점진적 과부하'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이번 주는 비문학 기출을 하루에 5개를 봤고, 그게 집중도/피로도의 한계치라고 생각을 하면 그 다음주는 그보다 난이도가 어려운 비문학 기출을 봐주던가, 아니면 기출을 보는 갯수를 늘려주면 좋습니다. 그리고는 단순히 풀이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들이나 강의 혹은 독학서 해설 등을 보면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쉴 때는 충분히 쉬고 잠을 잘 자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겁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뇌가 받아주는 한계치만큼 스트레스를 주고, 그 양을 한계 범위 내에서 조금씩 늘려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실력 향상이 되어 있을겁니다. 운동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몸에 근육이 붙어있는 것처럼요.
그러다보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이번 주보다는 다음 주가, 이번 달보다는 다음 달이 더 실력이 향상되어있을 겁니다.
운동에서 저중량 고반복이냐, 고중량 저반복이냐의 싸움이 결국 둘 다 하면서 잘 먹고 잘 자는게 근성장의 지름길이다 하는 것처럼
공부도 킬러 적게 푸냐, 아니면 단순 양치기냐가 아니라 둘 다 섞어서 열심히 풀고 해설보고 하는 것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물론 최상위권들은 초고난이도 지문이나 수학 킬러 문제 몇 개 딱 풀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지만, 그것 또한 웨이트에서 운동 초고수들은 고중량으로 딱 적당한 세트 수로 주동근을 털어버리는 것과 매우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 해도 이미 실력 향상이 되는 것이니까 하는거지 초고수가 아니면 그럴 시도 안 하는게 맞습니다.
또한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하는 종류도 공부랑 같습니다.
기초 맨몸 운동, 스트레칭= 기본 개념, 기초 지식(이것도 못하면 다른 것들을 정확하게 할 수 없음)
삼대 운동= 기출 문제(이것만 해도 실력 상승 가능, 근본. 이걸 잘 씹어먹은 사람들이 공부 잘 한 사람)
다양한 웨이트 기구= 다양한 컨텐츠들(결국 근본과 함께 추가적으로 다양하게 해주는 것들)
이라고 생각하고요.
갑자기 실력이 느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진짜 짧은 기간에 극한의 효율성으로 근성장을 이룬 사람들도 있듯이 짧은 기간에 성적 상승을 본 케이스들도 있습니다만, D-100일이 깨진 시점에서 XX일의 전사...를 외치면서 급격한 실력 상승을 바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실력 상승을 남은 기간 이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개인적으로 제시하고 싶은 솔루션은 운동과 똑같습니다.
점진적 과부하를 하되, 평소보다 더 부하를 많이 일으키고, 평소보다 더 잘 먹으면 됩니다. 즉, 평소보다 문제 더 많이 풀고, 평소보다 다양한 컨텐츠들을 통해 비어있는 개념들을 채워주면 됩니다.
말은 쉽죠...ㅎㅎ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게 남은 기간 수험생들이 가져야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P.S 여기저기 아파 골골대느라 정작 저는 운동을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 혹여나 운동 질문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더 저보다 무게 잘 칠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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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대 수학교육과 Team SEOL:NAME입니다. 오늘은 중요한 떡밥...
수험생은 아니지만 좋은글이라 스크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뇌 운동은 텍스트읽기라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점차 수월해질 수록 모든 과목의 공부가 수월해지는것같습니다.
닉네임이 무척 맘에 드네요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ㅌㅋㅌㅋㅋㅋ
실례지만 3대 무게 몇 치시나요?
본문 막줄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ㅎㅎ
기만인 줄 알았어여... 가늠이 안 가는데 150 위/아래인지만 얘기해주시죠
3대 150이요...? 그건 당연히 넘습니다..
ㅋㅋㅋ 혹시 그 밑인가 해서 막줄처럼 말씀하시는건가 했어요. 근데 그 밑이면 점진적 과부하 단어 들어본 적 없긴 할 듯...
목표는 오지훈 선생님 같은 강력한 몸을 갖는 것인데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ㅎㅎ
개추
국어가 너무 막막한데 어쩌죠…. 하루에 한지문 하면 2시간은 뚝딱 지나가요….
얻어가는게 많다면 그럴 수 있지만 일반적인 기출 한 지문을 가지고 2시간을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6월 초에 퇴사 후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하루에 한두 개씩만 수업하며 공부 중인 일개 동네 트레이너입니다.
공부에도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해보자고 생각하고 플래너 맨 앞 장에 적어둔 뒤 매일 공부시간을 늘려가고 있는데 글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네요:) 힘이 되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부상 조심하시고 득근하십시오^^
감사합니다 ㅎㅎ 트레이너시면 이미 정진하는 방법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성장 하듯이 묵묵히 충분한 양치기와 개념을 넣어주면 수능날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최적쌤이 항상 요즘에 강조 하시는게 점진적 과부하인데 같은 말씀 하시네용
그렇군요...!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따라한 것 절대 아닙니다 ㅎㅎ
아아 따라하셨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같은 부분을 말씀하셔서 공감이 간다는 뜻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