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110512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8-03 21: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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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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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시간이 촉박해지니까 불안해서 공부를 못하고, 공부를 못했으니 당연히 시간은 더 촉박해지고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요즘 들어서 계속 문학 칼럼과 같은 진짜 공부 글 위주로 올렸었는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수험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어느새 또 100일이 다가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질문 중에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힘들어하는 글이 종종 보여서..



"지금부터 시작해봐야 수능 때 점수 안 나올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제로 100일은 짧은 시간이 맞습니다. 아무리 이거 가능? 저거 가능? 물어도 200일, 300일 남았을 때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100일밖에 안 남은 상황을 두고 "200일 때부터 했으면 됐는데 이젠 늦어버렸어." 와 같이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이미 흘러가버린 것을 잊으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합리화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수험생활 동안에는 하루라도 빨리 지나간 시간을 지워내는 게 중요합니다.


가끔 이런 류의 글들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아니 연초에는 지금부터 쭉 이렇게 하면 된다 그러고, 7월에는 반수 커리가 어쩌구 이렇게 하면 된다 하고, 지금 와서는 또 100일 남았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하라 그러네."


사실 저 생각은 글을 쓰는 저조차도 많이 했었습니다. 이게 무슨 어그로용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바뀌나 싶어서요.


그런데 시기별로 글을 쓰는 게 꼭 나쁜 거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런 생각은 원래부터 달리던 사람들이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만약 지금에 와서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의 계획, 마음가짐 등을 알려주는 글은 유용할 겁니다.



'지레짐작'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거 같은데

위에서 언급한, 많이 받는 질문만 보더라도, 저 학생은 벌써 본인의 미래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100일 중에서 기출 분석하는데만 며칠이 걸리고.. 실모는 얼마나 풀어야 하고.. 벌써 머리가 아파오는 데다 불안감에 공부가 될 리 없습니다.


그렇게 99일이 되고, 98일이 되고 수능 한 달 전이 된다면, 그때는 진짜 늦은 거겠죠.


이미 망했다는 지레짐작은 불안감을 유발하고

성공과 실패 확률이 반반인 미래를 실패로 확정짓습니다.


저는 4개월 반수도 해봤고, 3개월 반수도 해봤고 소위 말하는 진정한 치타였습니다.

그럼 왜 '치타는 웃고 있다.'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요?


어차피 수험생활 동안의 공부는 크게 보아서 개념 - 기출의 두 단계를 제외하면 전부 체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체화 시간이 길수록 개념을 숨겨서 물어보는 것과 같은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본다면.. 결국 그뿐입니다. (체화가 의미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지금 기간 동안 개념, 기출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운에 맡겨볼 수라도 있다는 거죠.


100일은 개념, 기출 단계까지 완료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아마 지금껏 장시간 달려온 수험생 분들도, 연계 교재, 사설 컨텐츠, 실모 비중이 더 많았다는 데 동의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본인의 위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해집니다.


개념을 어느 정도 아는데 공부를 놓은 지 오래되었다면 컴팩트한 개념 강의/교재를 통해 빠르게 이 부분을 정리하면 될 테고


개념은 완벽히 끝났다면 지금부터 기출을 쭉 보면 될 테고


지금부터 기출만 보고 수능 치기가 두렵다면 사설 컨텐츠(N제, 실모)를 경험할 시간을 확보하면 될 겁니다.


여기서 사설 컨텐츠 활용 시간을 확보하려면? 최근 기출을 컴팩트하게 보면 되겠죠. (10개년 보려던 걸 5개년만 본다든지..)

만약 사설 볼 시간에 기출 한 번이라도 더 돌리겠다! 싶으면 수능 때까지 10개년 20개년치 기출만 줄곧 붙잡고 있어도 될 겁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실전 모의고사는 그렇게 많이 풀 필요 없다 싶으면 그 시간을 줄여서 개념, 기출에 투자하고

기출을 그렇게 많이 보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느끼면 그 시간을 줄여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투자해야겠죠.


개념, 기출을 보느라 체화 시간을 줄이는 쪽을 선택한다면, 수능 때 그나마 덜 낯선 문제가 나오기를 바라야 할 테고, 이건 운의 영역일 겁니다. 그런데 포기할 수준이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닙니다.


저는 개념, 기출의 중요성에 거의 꽂히다시피 한 사람이라, 체화용으로써 사설 N제는 한 번도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화작문 N제가 있었지만 그건 과년도 모의고사를 가져다 놓은 것으로, 실모 기간에 실모 대용으로 썼습니다.)


나형 시절이라 사실상 공부가 필요없었던 것이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

나형이었던 21학년도보다 통합이었던 22학년도 대비 기간이 더 짧았습니다.

(물론 22학년도 대비 때는 노베이스가 아니었고, 이 글의 내용은 베이스에 따라 자신이 덜어낼 부분과 추가할 부분을 찾아서 짧은 기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쓰자는 의도로 작성했습니다.)



기출 보다 보면 N제 풀 시간이 없고, 그것 때문에 망치면 어떻게 해야 하냐에 대한 생각을 하지만 기출만 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커버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오죽하면 1~2 아래는 기출부터 제대로 하라는 조언이 그렇게 많을까 싶습니다.



결국, 미리 생각해서 좌절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 불안감 때문에 공부를 안 할 때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수능은 쳐야 하니까..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공을 한 사람은 많지 않고, 저는 늘 제가 이뤘던 단기간의 성공이 읽는 사람에게 일종의 희망고문이 될까 걱정합니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 후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는 말이 있지만, 이 글은 어차피 달려야 할 수밖에 없는 길이 그렇게 막 되어먹은(?) 길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쓴 글입니다. 재수 이상의 수험생이라면 100일은 짧지만 긴 시간이라고 지겹게 들어오셨을 겁니다.


성공 후 포장되었든 말았든 당장 지금 연료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론은 하던 공부를 하자겠지만, 이 글이 의미있을 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하던 공부도 안 되게 만드는 요인(이미 망했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지워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내용에 공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해보세요.

https://orbi.kr/00063951095

제가 직접 대화를 나눠본 선생님도 아니고, 과목도 다르시지만 정말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다면 미리 좌절하는 학생이 좀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래에 본 글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걸 보고 꼭 무슨 ebs나 그런 것들을 온전히 다 따라가는 것이 아니어도

전체적으로 "나는 개념이 많이 부족하니 저 글보다는 좀 더 길게 가져가야지", "기출은 많이 돌렸으니 조금 줄이고 N제 볼 시간 확보해야지" 등과 같이 내용을 참고 후 개별 수정하는 방식도 좋을 거 같습니다. 원래부터 쓰려던 주제였는데 굉장히 구체적으로 잘 정리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획을 세우는 저러한 방식은, 수학 뿐 아니라 국어, 영어, 탐구에도 모두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칼럼 모음집 배포 링크 : https://orbi.kr/00063556473 

(너무 많이 물어보셔서 글마다 달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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