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이 비문학을 두려워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쭝오리입니다. 오르비에 가입하고 활동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혼자 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첫 칼럼을 작성해 봅니다. 앞으로 올릴 국어 공부법 칼럼의 예고편 버전인데, 칼럼이라고 하니까 괜히 거창해 보이네요. 너무나도 당연하고 가벼운 이야기니까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4-5등급 이하 학생, 혹은 비문학에 막연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당신이 비문학을 두려워하는 이유
수능 국어에서 가장 까다로운, 혹은 어려운 파트를 고르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문학(독서)을 꼽고는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주제든, 얕게나마 알고 있던 주제든 간에 비문학 지문의 형태를 띠게 되면 까다로운 것은 매한가지니, 어찌 보면 당연하죠.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비문학 공부를 꺼려 하고, 스스로의 방향성을 의심합니다. 강의를 들어도 뭐가 남는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시간을 써가며 지문을 이해하려고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고.. 인강, 혹은 수업을 들을 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비문학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원인'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문학이 왜 어렵고, 싫은 걸까요? 대부분은 '애매함'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주제도 생소한데, 내용도 복잡하고, 전개 방식은 왜 이렇게 불친절한지... 지문을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죠. 반복해서 읽자니 시간이 모자랄 것 같고, 킬러 문제에서는 '추론'마저 요구합니다. 답답하죠.
그럼 한 걸음 더 가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글을 읽어도 붕 뜨는 느낌이 들고, 애매함만 남을까요? 사실 정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글을 제대로 못 읽거든요.
2. 글을 제대로 못 읽는다?
'눈에서 들어온 정보를 뇌에서 입력받아 종합해 다시 출력할 수 있는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독해의 기준입니다. 거창하죠? 사실 뜯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정보를 종합하고 재구성, 출력하려면, 즉 추론하거나 응용하려면 반드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니까요.
보통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은 정보를 종합해 재구성하고, 응용, 추론하는 부분입니다. 킬러 문제가 출제되는 부분이죠. 이 부분을 막힘 없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고, 문단과 문단 간의 연관성을 파악해 글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건 상위권 학생들이 해야 할 연습이고, 4-5등급 이하, 혹은 비문학이 너무 애매하고 어려운 학생들이 해야 할 연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한 문장씩 제대로 끊어 읽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요? 위의 기준을 봅시다. '눈에서 들어온 정보를 ~'에서 중요한 부분은 '정보'입니다. 비문학 지문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은 '문장 단위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종합이고 재구성이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정보가 있어야 정보를 종합하고,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겁니다. 전쟁에 나가는데 들고 있는 무기의 숫자부터 모자란 거예요. 다음 예시를 보겠습니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융합형 지문입니다. 많이 봤던 지문이죠? 첫 문장만 봅시다. '전국 시대의 혼란을 종식한 진은 분서갱유를 단행하며 사상 통제를 기도했다.' 원래 읽던 대로 읽어보세요.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면, 이제부터는 정보를 뽑아내 봅시다. 이 한 문장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국시대는 진이 있던 시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이다.
2) 진은 전국 시대의 혼란을 종식했다.
3) 진은 분서갱유를 단행했다.
4) 분서갱유를 단행한 이유는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 분서갱유는 사상통제의 수단이다.)
5) 사상을 통제하려했던 이유는 이전 시대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추측)
자, 우리는 단 한 문장에서 4개의 정보, 그리고 1개의 추측을 뽑아냈습니다. 이 정보들은 처리해야 할 정보들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입니다.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글을 매끄럽게 읽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죠. 4), 5)가 직관적으로 떠올랐다면, 다음 내용을 읽어가면서 '순자'와 같은 통합적인 사상이 왜 약해졌는지, 이사가 역사 지식과 학문에 대해 왜 부정적이었는지 매끄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이 글의 핵심인 한나라의 유교사상과 연결되죠. 과대포장 같나요? 이를 응용한 문단 단위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이중차분법 지문입니다. 익숙하시죠? 많은 학생들이 이중차분법과 평행추세 가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 했습니다. 이중차분법은 실험적 방법의 한계와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그럼 실험적 방법을 설명한 지문에서 먼저 간단하게 정보를 뽑아내 봅시다.
1) 사건을 경험한 표본들로 구성된 집단을 시행집단이라 한다.(시행집단의 정의)
2)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표본들로 구성된 집단을 비교집단이라 한다.(비교집단의 정의)
3) 실험적 방법에서 사건의 효과는 시행집단과 비교집단의 결과를 비교하여 평가된다.
4) 따라서 두 집단은 사건 외의 변인에 대해 통제가 필요하다. (+ 그래서 실험적 방법인가?)
5) 얼레? 근데 현실에서 완벽한 변인 통제가 가능한가? 이거 한계 같은데?(추측)
매우 중요한 정보들입니다. 시행집단과 비교집단의 정의를 제시했고, 실험적 방법에서 사건의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습니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시행집단과 비교집단의 정의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하고 정보를 뽑아내야 합니다. 또한, 1) ~ 4)를 통해 충분히 5)를 추측할 수 있었고, 이는 지문에서 실험적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중차분법이 등장하는 맥락을 매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계속 가봅시다.
6) 이중차분법은 시행집단에서 일어난 변화에서 비교집단에서 일어난 변화를 뺀 값을 사건의 효과라 평가한다.
7) 평행추세가정은 사건의 유무와 상관없이 비교집단에서 일어난 변화와 같은 크기의 변화가
시행집단에도 일어났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8) 이중차분법은 평행추세 가정에 근거한다. 즉, 평행추세 가정이 충족돼야 이중차분법을
사용할 수 있다.
9) 평행추세가정이 충족되려면 두 집단의 변화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
10) 평행추세가정이 충족되면 실험적 방법처럼 두 집단을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실험적 방법의 한 계 극복)
위 문단에서는 이중차분법과 평행추세 가정의 정의, 관계, 성립 요건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자, 이중차분법을 뚫어봅시다.
ㄱ) 실험적 방법은 두 집단의 결과를 비교했지만, 이중차분법은 변화를 비교한다.
-> 변화에 포커스를 맞춥시다. 그러고 나니, 평행추세가정에서도 변화가 나오네요?
ㄴ) 두 집단의 변화의 크기가 같아야 평행추세가정이 충족되고, 평행추세가정이 충족되어야
이중차분법이 사용될 수 있다.
-> 결국 이중차분법이 사용되려면 두 집단의 변화의 크기가 같아야 하는데.. 변화의 크기,
변화율,평행... 이거 기울기 아닌가요? 두 그래프의 변화율이 같으면 두 그래프는 평행이니까.
결국 이중차분법은 두 집단의 평균적인 상태를 같게 할 필요 없이, 두 집단의 변화율만 같으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실험적 방법의 단점을 보완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대강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겠네요. (그래프는 이해황 선생님 해설 참고했습니다!)
물론 문장을 곱씹으며 정보를 제대로 뽑아내고 재구성한다고 해서, 이해 안 되던 문장이 마법처럼 바로바로 이해되고, 모든 지문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문장, 문단 간의 유기성을 찾아내고, 종합하는 과정에서 '내 언어로 뽑아낸 정보'들은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글에 쓰인 내용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내용이거든요. 문장을 곱씹고, 분해하고, 정보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정보들은 내 언어로 바뀌어 인식, 저장되고, 이는 문장의 내용을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지문 내용의 기억, 기호의 사용 등 비문학 다음 칼럼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3. 그럼 어떻게 잘 읽어야 하는데?
지문을 잘 읽는 것, 문장 문장을 잘 읽고 정보를 뽑아내는 것. 사실은 이게 비문학 공부의 전부입니다. 문장을 잘 읽는 법, 지문을 제대로 읽고 정보를 종합하는 법 등은 앞으로의 칼럼에서 심도 있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결국 핵심 내용은 빠진...). 이번 칼럼은 예고편 느낌이니 가볍게 읽어보시고 나는 문장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처음 쓰는 칼럼이라 두서없고 모자란 부분이 많습니다. 몇 분이나 읽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이 국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아주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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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명 뽑는데 막판에 18명 더 들어옴 ㅅㅂ ㅋㅋㅋㅋㅋ
그냥 책 읽을때도 이렇게 읽어서 체화시켜야겠죠..?
네! 결국 문장을 곱씹으면서 놓치는 것 없이 제대로 읽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글을 읽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습니다! 근데 체화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내용은 아니니까 문장을 한 번 더 뜯어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
글 많이 써주세요:)큰도움되었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ㅎㅎ
기출 모음집으로 글을 읽으면서 자꾸 국어 시간을 채우기만 하니까 안 늘는 거였군요..
한 문장씩 뜯어보면서 정보를 내 언어로 서술하는 힘을 길러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꼭.. 올려주세요. 제 국어 실력을 꼭 향상시키고 싶습니다.
넵 가능하면 이번주 내로 하나 올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예를 들어, 이중차분법의 정의를 내려준 부분에서 변화라는 단어를 빼먹고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는 경우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 부분을 읽을 때, 기존의 방식과 무슨차이이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물론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만, 변화라는 단어를 날려먹었다고 해도 '기존의 방식과 차이가 무엇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면 괜찮습니다. 이럴 때는 이중차분법과 실험적 방법의 정의로 돌아가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다시 비교하면 좋습니다. 물론 연습하실 때는 본문의 내용처럼 천천히, 차근차근 읽으면서 빠지는 내용 없이 읽는 연습을 하시는게 가장 좋습니다.
맞네요! 제가 그런 의문을 가졌다면, 다시 위로 돌아가서 비교라도 해보는 시도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요…의문만 가지고 시간이 두려워서 시도 조차 안했게 아쉽네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위에 예시로 드신 첫 번째 문장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뽑아내셨자나요. 실전에서도 저런식으로 어떤 정보들이 있는지 생각하며 독해하는 건가요? 글구 재구성하기 위해 이런 이해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이 글애서는 재구성에 관한 언급은 안하신거죠? 제가 이 칼럼에서 제대로 못 받아온 부분이 있을까봐요 ㅎㅎ
보통 연습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재지 않고, 문장 단위로 천천히, 확실하게 읽는 연습을 하다보면 위와 같은 다양한 정보들은 자연스럽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저 예시는 빡빡하게 뽑아낸 것입니다. 보통 뽑아낸 정보들을 글의 맥락, 흐름에 맞춰 기억해야 할 '진짜 정보'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가짜 정보'로 구분하면 정보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위 내용은 이 칼럼 다음 칼럼 뒷부분에 기호와 관련해서 서술해 놓았는데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https://orbi.kr/00063775588#c_63804455
넵 재구성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실 재구성과 추론은 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도움이 되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