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게임으로 모의고사 만들기 (ft.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관리능력평가 대비 실전 모의고사.pdf
모의고사 정답지.pdf
작년 고2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한창 게임만 즐기고 있었던 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덥니다.
'요 게임을 가지고 모의고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9월 학평이 막 치뤄졌던 때였고
중간고사도 다가오는 시기였던지라
'잘 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로 생각이 금세 이어지더라고요.
무슨 게임을 하길래 그딴 생각을 했느냐,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라는 게임이었습니다.
온갖 괴물들을 관리하는 회사의 관리자(사장)가 되는 게임입니다.
(괴물이 들어있는 공간인 격리실입니다. 왼쪽이 관리 대상인 괴물, 오른쪽이 괴물을 관리하는 직원.
이런 격리실이 게임의 회사 내에는 수십 개가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이 게임을 하는데 쏟으면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경험해보니
모의고사로 내기에 좋아 보이는 몇몇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가 여러 종교적인 사상이나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 부분이 많았기에
그것들을 가지고 국어 지문을 만들 수도 있었고,
게임 자체의 시스템이 복잡한 면도 있고, 관리하는 괴물의 종류와 특성도 다양해서
과탐 스타일로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문제 상황 해결하는 문제들도 만들 수 있었죠.
책상에 앉으면 중학교 졸업앨범을 꺼내볼지언정 공부는 안하는, 강한 공부 회피 본능을 가졌던 고2는
곧 이쪽으로 머리가 열심히 굴러가기 시작했고, 곧
'모의고사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과목 스타일로 문제를 만들어볼까 하다가...
국어 지문을 쓰기에는 고2 수준의 처참한 글쓰기 실력을 가졌던 저로써는
국어 지문을 만들기는 도저히 불가능했기 때문에
과학탐구 스타일로 만들어보기로 했죠.
그 뒤로 며칠간 문제 주제도 생각해보고,
문제를 만들고 나서는 시험지 양식도 구하러 인터넷을 뒤지고,
(오르비도 이때 처음 접속했던 것 같네요.)
같은 게임을 즐기는 몇몇 고인물분들에게 문제 검토도 요청하고 해서,
드디어 모의고사를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학탐구 스타일에 맞추어 20문항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저 혼자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안 될것 같아
25점 만점, 10문항짜리 하프모의고사로 제작했었습니다.
문제 구성을 보시면 전체적으로 생I의 냄새가 강하게 나실 겁니다.
특히 7번 문제같은 거요.
처음부터 생I을 목표로 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만들고 보니 문제도 생I 스타일이고, 시험 구성도 기본문항(1번~8번) : 킬러문항(9번, 10번) = 8 : 2가 되어 생I과 비슷해지더라고요.
이 모의고사를 국내에서 규모가 컸던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유저 커뮤니티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갤러리에 올리고 온라인 OMR로 답안도 받았었습니다.
며칠 동안 받은 답안으로 오답률도 내어보니,
요렇게 결과가 나왔습니다. (회색 음영이 정답, 점수 평균은 9.84점/25점)
킬러 문항으로 냈었던 9, 10번이 의도대로 정답률이 굉장히 낮게 나왔었습니다.
아래는 9, 10번과 그에 대한 간단한 개념, 그리고 해설이 나와있습니다. 이해 못해도 괜찮아요.
9번
[개념]
괴물(환상체)를 관리하는 직원은 체력과 정신력의 두 가지 스탯이 있습니다.
피해를 입어 체력이 모두 소모되면 사망, 정신력이 모두 소모되면 통제불능의 패닉 상태가 됩니다.
이 스탯들이 소모되는 경우는 주로 환상체가 직원을 공격하는 경우인데,
주는 피해 방식이 여러가지입니다. 위 문제에 있는 BLACK 대미지는 정신력과 체력을 동시에 깎는 피해 종류이고요.
피해를 받을 때에는 직원이 입고 있는 방어구인 E.G.O Suit가 그 종류의 피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내성을 고려하여
대미지가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BLACK 대미지에 대한 내성이 0.2면 100의 BLACK 피해로 받을 떄 실제로는 20의 피해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 내성은 방어구마다 다른데, 문제에 있는 방어구들은 괴물들 중에 가장 강력한 환상체들로부터 파밍할 수 있는 방어구인지라 잘 알고 있는 유저들이 많을 것 같아 이를 문제로 냈습니다.
또, E.G.O Gift는 직원이 환상체를 관리하다 보면 낮은 확률로 얻는 환상체의 선물 같은 건데, 체력이나 정신력 최대치를 올려주는 소소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ㄷ선지의 '가호'는 받는 데미지를 줄여주는 버프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를 풀 때에는 생I에서 토나올 정도로 많이 하는 케이스 분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문제에 주어진 정보를 통해 케이스를 분류하면 2가지의 케이스가 나올 텐데,
한 가지는 조건의 부등식을 만족하고, 하나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요거를 기본적으로 ㄱ,ㄴ를 풀고, ㄷ을 따로 풀어나가면 됩니다.
10번
[개념]
환상체의 관리를 거지같이 하면 가끔 격리실 밖으로 환상체가 탈출합니다.
이 탈출한 환상체를 뚜드러 패서 다시 격리실로 집어넣는 게 관리자, 즉 플레이어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탈출한 환상체가 직원이랑 만났을 때, 환상체가 직원보다 강하거나 위험하다면 쫄아서 '공포 피해'라는 정신력 피해를 입습니다. 이 피해의 정도는 직원의 등급(레벨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1~5등급까지 있고, 숫자가 커질수록 높은 레벨, 즉 더 강력한 등급이 됩니다.), 그리고 환상체의 위험 레벨(직원의 레벨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5개의 레벨이 있는데, 1등급에 대응하는 ZAYIN부터 5등급에 대응하는 ALEPH까지 있습니다.)의 차이가 결정하게 됩니다.
또 위험한 환상체를 만났을 때 말고도, 주변의 직원이 죽거나 패닉 상태가 되면 공포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이떄도 피해의 정도는 직원들 간의 등급 차이가 결정하는데, 환상체를 만났을 때에 적용되는 수식과는 조금 다른 수식이 결정합니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이 문제를 풀 때에 핵심 요소가 됩니다.
맨 위 표를 보시면 공포 피해가 전체 정신력에 비례하는 퍼센트 대미지로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들어오는 대미지의 종류는 10%, 30%, 60%, 100%의 네 가지밖에 없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이걸 가지고 70=60+10이라는 걸 시작으로 하나하나 매칭시켜가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문제를 내면서 고민했던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고,
우리가 늘 보던 게임에 모의고사를 접목하니 신선함이 무지하게 컸습니다.
나중에 수능 끝나고 시간 되면 다른 과목이나, 다른 게임을 가지고도 시도해 보려고요.
이제 고3이 되니 게임을 즐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고,
독서실과 집 뺑뺑이를 반복하며 공부만 주구장창 하고 있네요.
수능이 끝나면 1년 동안 못 했던 게임들을 실컷 즐길 계획입니다.
스타듀 밸리, 비시즈, 어쌔신 크리드... 사놓고 박아둔 게임이 쌓여 있거든요.
마음놓고 게임들을 즐기려면 좋은 결과를 낸 뒤에 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죠.
1년동안 열심히 불태워 보려고요.
여러분도 열심히 해서 모두 좋은 결과 내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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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
재밌네요
아니 ㅋㅋㅋ 무슨 게임 모고가 유형을 과탐, 사탐 유형처럼 만들수 있죠? 대단한데용 ㅋㅋ
ㅋㅋㅋ게임 자체의 시스템이 조금 복잡한 편이어서 여러 요소들을 조합해서 문제로 내기에 좋아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