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5-01-19 12:22:35
조회수 8,873

[한국사] 한국사 지엽킹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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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이 길어질 것이므로 음슴체 가겠음. 양해 부탁 바람!!)


월요일 오전이라 잉여력 충만해진 나.

불현듯 2015 수능 한국사 4번 문제가 떠올랐음.

수험생 모두를 경악케하고,

한국사 강사들마저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바로 그 문제.


바로 얘.

정답은 ④번인데...

이게 정답률이 38%였던가? 암튼 올해 한국사 최고난이도 문제이자 최대 핵통수 문제였음.

이게 왜 어려웠느냐.

한마디로 전근대사에서 엄청나게 지엽적으로 문제를 내버렸음.

한국사 지엽적인 거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전근대사는 이렇게 내면 안 되는 거였음.

전근대사는 교과서에서도 분량이 30% 정도이며,

예비평가와 2014 수능, 그리고 작년 6, 9평가원 모의고사에서도 비교적 쉬운 난이도를 유지했었기 때문에 모든 인강 강사들도 전근대사는 흐름 위주로, 정치사와 문화사 일부 정도만을 가르치고 넘어갔음(이게 당연한 게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 딱 이만큼이었음).


그런데 뜬금포로 후삼국 시대 지도를 내놓고 핵통수를 때려 버림.


자, 그럼 이 문제가 교과과정을 벗어난 것이냐.

지금부터 그걸 따져 봐야 함.



그걸 따지기 위해 내 책장에서 빼낸 책들.

한국사 4종 교과서(총 6종)와 강민성, 고종훈, 최태성 한국사 개념 교재, 수특&수완,

그리고 저 스프링으로 된 건 7차 교육과정 국사 교과서(국정).


일단 문제에 쓰인 저 야리꾸리한 지도.

아마 많은 수의 수험생들은 저 지도 처음 봤을 지도 모름.

그만큼 존재감 약한 지도, 너란 이름 후삼국.



비상 교과서.

오른쪽에 후삼국 지도 있고, 비교적 친절하게 견훤이 완산도(전주)에 도읍을 삼아 후백제를 건국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음.

레알 친절. 이 정도면 개친절.

지도는 실었어도 완산주(전주)에 도읍했다는 얘긴 쌩까는 교과서도 많았음.

이 내용 몰라서 대충 지도 보고 백제 영토 같으니 '공주' 아닌가 찍어서,

②번 망이, 망소이의 난(공주 명학소의 난)을 답으로 마킹한 수험생도 분명 있을 거임. ㅠㅠ

②번 성왕이 수도로 삼은 부여로 찍은 사람은... 없겠지... -_-;;



미래엔 교과서.

이놈들은 심지어 후삼국 지도도 이상한 걸 실어놓음. -_-;;


그럼 강사들 교재에는 이 지도가 실려 있느냐,


고종훈



강민성.

아, 둘 다 제대로 실려 있음.

최태성 교재에는 없었냐고?

사진은 못 찍었지만 최태성 교재에도 지도는 실려 있음(38p).

최태성 좋은 강사다. 공짜라고 무시하지 마요. ㅠㅠ



근데 사실 중요한 건 이 지도가 실려 있느냐 아니냐가 아님.

④번 선지의 내용을 배웠느냐 안 배웠느냐,

그게 레알 중요한 거지.


지도에 표시된 (다)는 경주로 고려 전기에 동경이었음.

이 내용을 배우려면 현행 교육과정상 크게 두 군데서 배울 수 있음.

1. 고려 정치사 - 지방 행정 조직 정비
2. 고려 문화사 - 풍수지리설


보통 1에서 배울 때는 이렇게 배움.


비상 교과서.

중간에 "지방 행정 조직은 전국을 5도와 양계, 경기로 크게 나누고 그 안에 3경, 4도호부, 8목을 비롯하여..."로 기술되어 있음. 3경의 존재를 여기서 처음 배움.

그리고 옆에 첨부된 지도에 서경, 남경, 동경이 3경으로 표시되어 있음.

근데 문제는 이렇게만 알고 나면 고려 '전기'라는 선지의 질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게 됨.

교과서엔 '전기'니 '후기'니 하는 소린 일절 없기 때문.


다른 교과서를 찾아 봐도 마찬가지.


미래엔 교과서.

이 시키들은 심지어 본문에서 3경이란 단어도 구경할 수 없음. -_-;;
(얘들 아까부터 왜 이러지... 고려에 너무 무심한데? ㅠㅠ)

그나마 지도에 쥐똥 만하게 3경을 표시해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럼 2에서는?

사실 전, 후기 3경을 제대로 알려면 1보단 2가 제격임.

왜냐하면 전기에서 3경의 하나였던 동경이 후기에 이르러 남경(한양)에 밀린 건,

한양 길지설로 대변되는 풍수지리설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

풍수지리설은 신라말부터 흥하기 시작해서 이후로 쭉 문화사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단골 메뉴.


아, 그런데...

없음.

교과서에 없음.

고려 3경이 풍수지리설에 의해 결정되고 바뀌었다는 내용이 없음!!



천재 교과서.

문화사에 풍수지리설 내용이 딱 저거 한 줄임. -_-;;

다른 교과서들도 대동소이.

거의 한 줄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려 문화사가 거의 한 페이지 내외 분량이기 때문에,

불교, 성리학, 과학기술, 도자기, 건축... 이런 거 설명하기에도 바빠 죽겠음. ㅠㅠ



6종 교과서를 통합했다는 고종훈 교재 독학서에도 그래서 저 한 줄이 다임.

아아 고사부... ㅠㅠ



그나마 지엽킹 강민성짜응은 좀 나았음.

근데 여기에도 동경은 찾아볼 수 없... ㅠㅠ
(그래도 민성짜응은 나름 풍수지리설 재미지게 잘 설명하고 넘어갔음. 계룡 길지설을 세종시로 엮어서 믿거나 말거나 전설따라 삼천리까지... ㅋ)


수특, 수완 싹 다 뒤졌음.

관련 내용 0.1%도 없었음.

하도 빡쳐서 드디어 7차 국사 교과서 꺼내들었음.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사스가 국사 교과서.

근데 여기도 동경 누락. 아놔... ㅠㅠ


이제 다 접어야 하나.

한영우의 '다시 찾는 우리역사'에서 근거를 찾아야 할 것인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온 교과서의 한 구석...

그곳엔...



삼화 교과서.
(처음 들어봤을 테지만 한국사 교과서엔 미래엔만 있는 게 아님. 미래엔, 비상, 천재, 지학, 법문사, 삼화 이렇게 총 6종임)

오른쪽 구탱이를 보시오.

아아...

저 구탱이에 이번 4번 문제의 답이 있었다니!!

ㅠㅠ

망할 교수놈들... 싸우자...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4종 교과서 중 딱 하나,

삼화 교과서에만,

그것도 저 구탱이에 박혀 있는 내용을,

'답'으로 내다니...


이렇게 해서 무려 2시간에 걸친 2015 수능 한국사 4번 문제에 대한 나의 여정은 끝이 났...

ㅠㅠ


이 글이 주는 교훈.

1. 한국사 공부 오지게 합시다.

2. 평가원은 미쳤다.

3. 한 번 미친짓 했으니 내년에 또 할 지도 모르지.

수험생 여러분 화이팅...


P.S

이 문제에 대한 인강 강사들의 반응.

1. 고종훈 : 선 평가원 디스, 후 자책.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다 내 탓이오. 강의 시간에 언급은 했지만 강조는 안 했다며 결과적으로 반만 맞추게 했다고 너무 자책해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 ㅠㅠ 그래서 올해 강의부턴 전근대사 비중을 50% 정도 늘린다고.

2. 최태성 : 선 평가원 디스, 후 교수 위로(?). EBS 강사임에도 평가원 디스하심. 이렇게 내면 안 되는 거라며. ㅋ

3. 강민성 : 해설강의 없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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