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이 독해를 쉽게 한다 (예: 주형DNA)
1
성적이 낮은 학생들 중에는 어휘의 뜻을 몰라서
지문을 잘못 이해하거나 문제를 틀리게 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정미소'를 사람 이름으로 착각한 경우였습니다.
[사례1] 정미소 = 여성 이름?
윗글은 염상섭이 쓴 소설 『삼대』의 중간 줄거리입니다. 조부(할아버지)가 아들 상훈을 건너뛰고 손자인 덕기에게 재산을 물려줬는데, 정미소를 두고 아들과 아버지가 다투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딱히 어려운 부분이 없죠? 그런데 어떤 삼수생과 상담하다가 저는 깜짝 놀랍니다. 그 학생은 ‘정미소’를 여자 이름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그래서 윗글을 읽으며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첩인 정미소가 얼마나 예뻤으면,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차지하려고 한 걸까? 어쨌든 소설은 아들, 아버지, 정미소 이 셋의 삼각관계가 중요할 테니 이를 중심으로 읽어나가자!“
(이게 왜 웃긴지 이해가 안 되는 학생이 없길 바랍니다...)
2
어휘력이 좋은 학생들은
어휘력을 바탕으로 낯선 지문도 좀 더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6월 모의평가 PCR 지문에 '주형'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사례2] 주형 = 주 brother?
주형 DNA란 시료로부터 추출하여 PCR에서 DNA 증폭의 바탕이 되는 이중 가닥 DNA를 말하며,
_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14~17번 지문
이때 주형의 뜻을 몰랐던 학생들은, '주형 DNA'라는 단어와 그 뜻이 한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해야 할 머릿속 짐일 뿐이죠.
반면 주형의 뜻을 알았던 학생들은, 단어로부터 뜻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으므로, 지문을 더 빠르게 읽고, 쉽게 기억할 수 있었을 겁니다. (혹 '주형'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진지하게 아래 영상을 봐주세요. 54초밖에 안 됩니다.)
물론 '주형'의 뜻을 안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어휘력은 아닙니다. 이미 시험에 몇 차례 나온 적 있으니까요.
이 기술은 한 쪽에서 판유리의 원료를 주입하면 다른 쪽으로 액체 유리가 나와 주형(鑄型)으로 가도록 탱크가마를 설계함으로써
_2005학년도 수능 33~36번 지문
반죽 상태의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부어 경화시키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_2017학년도 9월 모의평가 25~30번 지문
사람에게 직접 석고를 덧발라 형태를 뜨는 실물 주형 기법
_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 16~19번 지문
3
저는 어휘력이 독해를 쉽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어휘력'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런 책은 응급처치용이고,
더 중요한 건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입니다.
사실 6평 칠 때 '주형'이 뭔지 알았냐 몰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능 때 '주형'이라는 단어가 안 나오면 그만이니까요.
근데 시험칠 때 '주형'이 뭔지 몰랐던 학생들 중,
시험 끝나고도 '주형'을 사전에서 찾아보지 않았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모르는 단어 만났을 때
사전에서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길 바랍니다.
국어지문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신문기사, 유튜브 등
어디서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대충 지나치지 말고
꼭 국어사전을 찾아보세요.
그런 사소한 습관이 시험장에서 한 문제 더 맞히게 해줄 겁니다.
사례3. 기꺼워 = 역겨워?
선택지 ①이 적절한지 쉽게 판단이 되나요? 굉장히 쉬운 문제인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틀렸습니다. 선택지의 ‘기꺼워하다’가 무슨 뜻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어감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라도 판단하기 위해 "기꺼워, 기꺼워, 기꺼워" 발음을 하다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띠꺼워’, '역겨워'였고, 그래서 부정적인 뜻이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꺼워하다’는 기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부탁인데 기꺼이(=기쁘게) 해줘야지!” 할 때의 ‘기꺼이’와 사촌관계에 있는 단어입니다. 어른들은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학생들은 놀랄 만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 쉬운 문제를 틀렸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1방학 빡세게 해서 미적분도 시발점으로 뗀다 2.시발점 수2까지만 하고 김기현...
-
ㅇㅈ 6
-
19년도 그립다.. 그때 같은반 애들 잘 지내겠지?ㅎㅎ
-
적외선 영상을 보고 밤 낮을 확인할 수 있나요 ㅜㅜ
-
ㅇㅈ 하고싶은데 2
동영상이 안올라가서 못하네ㅠ 슬퍼라ㅎ
-
어그로 죄송합니다 지금 수학 대략 4 머리~3 중반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고 (6모는...
-
오/르/비 이걸 아직도 안하는 사람이 잏다고? 오르비티.비 수위 완전 미쳤다?
-
이감 on 6
개비쌈뇨..
-
인스타 이상해 1
디엠 알림이 안 와
-
현재 1:0
-
자 이제 끝 0
-
허허 d-10 2
다들 오랜만입니다 곧 입대 ㅠㅠ
-
막걸리는 있는데 1
막보이리는 없나
-
숙취덜해지냐심해지냐
-
화학 작년 엣지 0
구해서 풀만한가요? 아님 그냥 시중 n제 풀까요 당근에서 1,2,3권만 팔아서 고민…
-
질려
-
잘있어라 4
할 말 다 했다 혹시 몰라서 글 쓴다 는 사실 자러감 잘자요
-
전제가 거짓이라 공허참임
-
대치러셀 옯만추 쪽지주세요
-
단위 부피당 원자수 같은 발문 있잖아요?? 여기서 부피 곱하면 원자수가 나오잖아요?...
-
완전 중학생인줄 ㅋㅋㅋ,,, 현역 수능 망한 12월 22일에 간다고 다짐한 '그...
-
그냥 장마 때문인거같다 비는 좋아하는데 이런 날씨는 축축 쳐져
-
흘레란 단어도 있구나 11
신기방기
-
심리학과에서 배우는 인지심리학(인지과학)이랑 철학과에서 배우는 논리학인데 국어...
-
싱글커넥션 커넥션 더블커넥션 다 작년이랑 겹치는 문제 없나요?
-
하레전드고백멘트하나없나 14
오르비언들 고백우로 혼내쥬ㅓ야하는디
-
수능 130일 2
6모 53555 수학은 2고정 뜨다가 3 영어는 듣기 4개정도 맞고 기본내주는...
-
일본이나 외국가서 키면 돌아가지나요?? 얘 왜 메이플하고있지
-
이제 그만 슬슬 뇌절임
-
고3때 애들이 쓰껄쓰껄 쓰레기걸~~ 아니 쓰트롱걸~~ ㅇㅈㄹ 하던거밖에 기억이안남
-
꼬츄기름 등장 6
이녀석 high한 상태임
-
우리 유전자 비분리 확률에 대해 귀납적으로 추론해볼래? 5
나라는 평면과 너라는 평면의 이면각을 변화시켜볼래? 우리 허리 운동의 주기성에대해 탐구해볼래?
-
어쩌면 8
피코=유빈이일수도있지않을까
-
뭔말임요 활동을했다는게 뭔지
-
우리 쓰껄할래 ? 12
우리 dna 섞을래 ?
-
근데 진짜 4
오르비 사이코패스 악질유저 이거 난데..
-
05년생 현역 정시파이터의 2024 수능(1-중학교~고2) 12
안녕하세요.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24수능 끝나고 제 입시 얘기를 풀어보고 싶어져서...
-
구라고 키임ㅋㅋ
-
비가 와요 1
잔잔한 제이팝 들으면서 쉬기
-
멘트도 못정하겠어
-
https://youtu.be/k5jHybr6cK8?si=QqYBsjUxLO4o9MU...
-
나도 고백 해보고 싶다 12
저한테 고백 받으실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
너무 늦었다 3
빡쳐서 장문으로 댓글쓰느라 시간썼네 이만 자러...
-
아아아아아아 1
습해서 뒤져 버릴 거 같다
-
자야지.... 3
낼 학원 좀 일찍가서 화작 하나 쓱 풀고 덮봐야징
-
문제로 잘 안나온다길래 안하려다가 혹시나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쉽긴한데 막...
-
근데 시발 말이 안 되게 존나 비쌈
-
현역 확통 6모 2컷이구 배성민쌤 피지컬엔제랑 문해전s1 풀었어요 좀 메이저한 n제...
-
공부는 재능맞음 12
나 아는 형도 대치동에서 강호길, 이원준 현강듣고 10수해서 전문대 감 이형 매일...
국어의 기술 잘 보고있습니다.ㅎㅎ
선생님 어휘력에 관하여 한자 학습이 도움이 된다는 모 유튜버가 있던데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저는 다음과 같이생각합니다. 혹시 몰라서 영상설명에 있는 헌재 판결문도 인용해둡니다.
7강. 한자공부 필요없다! [부모의 어휘력이 자녀의 이해력]
https://youtu.be/VEXyQYIDDwM
“한자어는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낱말에 담긴 뜻은 결국 그 단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실제 생활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 낱말이 한자로 어떻게 표기되는지를 아는 것이 어휘능력 향상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독해력이나 사고력의 향상도 근본적으로는 꾸준한 독서와 다양한 경험 등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한자지식이라는 하나의 요소가 학생들의 독해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_국어기본법 제3조 등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12헌마854, 2016. 11. 24.]
2
한자뿐만 아니라, 뭐든지 공부하면 다 어휘력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휘력을 위해 한자를 우선순위로 공부한다는 건........ 여기까지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헌재 판결문에 다 답이 나와있기도 하고요.
국가공인 3급 딴 학생인데 확실히 도움 됩니다. 근데 어휘력 때문에 중3, 고등학생때 그걸 시작하는 건 효율이 별로라 생각합니다.
기꺼워는 처음 알았네요..ㄷㄷ
보자마자 "껄끄러워"랑 어감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반대였구낭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5.gif)
주형을 제외하고는 많이 보던 사례들이네요아 정미소 보고 현웃터졋어요ㅠ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