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스러움"에 대한 소고
안녕하세요, The Exquisite Selection, Hit The Nail의 저자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문제를 볼 때 중시하시는 '평가원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평가원스러움에는 어떠한 특별한 원리나 비법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은 평가원 문제만을 절대적인 척도로 삼으며 '비평가원' 문제들을 깎아내리고 계십니다.
특히 자신이 틀린 문제에 대해서, 더럽고, 조잡하며, 평가원이었다면 그런 문제를 내지 않았으리라고 하시지요.
만약 '평가원스러움'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평가원에는 문제를 내는 내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빈칸추론 문제를 어렵게 낼 때에는 '이러이러한 논리적 허점을 이용하여 매력적인 선지를 만들자'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런 것이 만약 존재했다면, 지금까지 평가원 출제를 맡았던 수많은 교수님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무언가가 유출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아직도 베일에 싸인 비밀만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저희 어머니도 예전에 수능 출제에 투입될 뻔 하셨지만(제가 당시 어려서 양육 문제로 거절하셨답니다), 그런 원칙은 금시초문이라고 하시더군요.
결국 답은, 평가원스러움은 그냥 '보편적인 관점에서 좋은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들 우리의 사고방식이 '보편적'이라고 믿기에, 스스로의 지각 범위 내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비보편적인' 즉 '비평가원스러운' 문제로 치부하게 됩니다.
특히 지금까지 평가원이 시도하지 않았던 발상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비평가스러운 특성을 강화시켜주는 '일탈'에 불과하다고 느끼기도 하죠.
그러나 지금까지 평가원 문제가 진화해 왔고, 전례 없는 새로운 시도들도 여러 번 해 왔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영역 30번에 발견적 추론 문제가 나오기 전에 사설 시험에서 그러한 유형을 봤다면, 많은 분들은 문제가 '더럽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내가 왜 이걸 하나하나 다 나열해야 되지? 나열해서 규칙을 찾아야 하는 것이 과연 좋은 문제일까?"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결국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었고, 정답이 정답인 이유, 오답이 오답인 이유가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라면 어떤 문제든 평가원스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특히 국어영역에서,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일부 문제가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제가 작년까지 수험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는 사설시험도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될 문제는 한 세트에 많아야 한두 문제 뿐이더군요.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의 오류로 틀린 문제들이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시간이 촉박하다면 문제의 질이 100% 검증된 평가원 문제를 먼저 푸시는 편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설 문제에 대해서도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미숙한 잣대를 가지고 마음대로 문제의 질을 판단해서도 안 되고요(만약 오류가 있는 문항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적어도 선생님이나 잘 하는 친구들하고 토론이라도 해 보고 결론을 내리시길 바래요).
잘못된 사고방식을 내면화하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어떤 문제에서도 배울 점은 많습니다.
오히려 사설 문제에서 처음 시도한 방법이 평가원에서도 유사하게 등장할 가능성도 있고요.
이렇게 간단히 제 의견을 남겨 보았고..
남은 기간, 진심으로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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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설수대다.
재수생 이상이라면 아마 격하게 공감할 것이고
현역이라면.. 아직 이해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진짜 완전 공감되네요...
현역때는 너무 기출만 고집하지않앗나...
저도 현역 때까지는 평가원만을 고집하고 그 '원리'를 추출해내려 고심했습니다.
하지만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특히 출제자의 입장에 서게 되니 많은 부분 생각이 바뀌더군요.
이미 깨달으셨다면 내공이 상당한 수준에 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학교에도 출제자 한분이 계십니다만 그들만의 논리가 있다기보다도 많은 수험을 모두 납득시켜야 하기때문에 그런것가탕요
ㅇㅇ 오류가 없어야 하니까요
최대한 누가봐도 근거타당한 문제를 내야겠죠
그렇지요.. 평가원 문제의 깔끔함은 결국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에서 나온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번에 올린 문제의 선지 품질이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괜찮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아주 좋은 문제들을 많이 만들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번에 쓴 글에서 오답선지에 대한 내용 부분은 인상깊었습니다. ^^ 계속 꾸준히 발전해 가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기출문제의 분석을 많이 해보세요. 자꾸 분석하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된답니다. 지금도 물론 다른 학생들보다는 더 높은 수준이겠지만 더 파고 들면 더 나올 것이 있을겁니다.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춰지셨으므로 분석을 통한 시각만 더 날카로와진다면 최고의 문제 출제자가 되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 나중에 제가 함께 일하자고 부탁 할지도 몰라요 ㅋㅋ
각설하고, 평가원스러움은 한마디로 정의가 될 수 있는것 같습니다."깔끔함"이죠. 위에서 "정답이 정답인 이유, 오답이 오답인 이유가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란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평가원은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지를 정확하게 해석한다면 절대로 틀릴 수 없도록 문제를 출제합니다. 이의제기를 받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이 없을 수 없죠. 그래서 선지들을 분석해보면 평가원은 나름 평가원의 선지의 특징이 존재합니다. 절대로 오답시비에 말릴 수 없는 장치를 자주 활용하죠. 빈칸 같은 경우에는 정답 선지와 문맥적으로 반대되는 내용이 자주 등장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설의 경우에는 평가원의 수준에 도달하는 깔끔함은 부족합니다. 모든 문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차이가 납니다. 그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평가원을 중요시하고 사설을 평가절하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설은 간혹 제대로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몇 년 전에 평가원에서 나온 어휘 문제는 "문맥어휘"였는데 사설모의고사에서 또는 EBS교재에서 조차 "혼동어휘"로 어휘문제를 출제한 적도 있었습니다. 빈칸추론도 역시 그런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생각되구요...
교육청 모의고사 같은 경우에도 평가원을 능가하는 훌륭한 문제들이 가끔 보입니다. 그런데 출제하는 시도가 바뀌면 문제 수준이 바뀌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띄죠 ^^
중요한 것은 "깔끔한"문제를 틀리지 않는 능력이고, 조금 더 욕심을 내면, "깔끔한"문제와 그렇지 못한 문제의 차이점이 보일 정도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뭐든지 하나만 죽어라 하다보면 달인이 될 것입니다. 저는 가끔 수능 문제의 선지를 보다가 소름이 끼치는 경험도 합니다. 수능 문제는 정말 최고의 문제들이라 생각이 되구요, 그 정도 수준의 문제는 혼자서 만드는게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제 메뉴얼에 맞춰서 그리고 학생들이 빠질 수 있는 오답의 함정까지 고려하면서 출제되니깐요... ㅋ
글을 읽고 나름 제가 갖고 있던 생각도 표현하고 싶어 글을 남겨봤습니다. ^^ 화이팅하세요!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계속 내공을 쌓아 더 좋은 문제 출제자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말씀대로 사설 문제에서 정말로 수능과 '같은' 수준의 문제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 해도 여러 교수님들의 집단지성을 따라가긴 어렵겠지요. 저도 역시 수능 선지를 보며 감동한 기억이 많고요(국영수 모든 과목에서요^^;) 다만 적어도 수능을 이상향으로 삼아 사설 수준에서는 최고의 문제를 내고자 노력해야겠네요. 덕분에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딱 저를 위한글이군요.. 항상 평가원아닌 문제에서 틀리면 문제가 더럽다고 탓햇던...
^^; 물론 비평가원 문제 중 더러운 문제도 실제로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설사 더러운 문제라 하더라도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몽쉘님께 더 이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모의고사 풀이의 형식을 갖추더라도, 실상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학습의 과정일 뿐이니까요. 수능을 제외한 모든 것은요..
진짜공감되네요리얼공감
리얼공감영어 이명학입니다.
헐 음성지원;;
음.. 제가 인강을 듣지 않아서 이해를 못 하는 것이겠죠!?ㅋㅋ..
네그런듯요ㅜㅜ ㅋㅋㅋㅋ언제맛보기로들어보심이ㅋㅋ목소리좋으세요
영어는 사설보다 평가원이 풀기 훨씬 쉬워요... 컷하고는 상관없이 평가원 문제는 오래 보고있으면 구조나 흐름이나 이런게 명확해서 결국에는 풀리더군요...
어떤식으로 그렇다는 거죠?? 그 둘의 차이점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ㅜ
아마 지엽적으로 꼬아서 쓸데없이 어렵지(?) 않다는 것 같습니다. 보통 평가원이 낸 어려운 문제를 보면 지문만 100% 이해한다면 잘 풀 수 있도록 해 놓았죠. 지문을 얼핏 오해하거나, 미흡하게만 이해한 경우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선지들이 있고요. 사설 중에서도 그렇게 깔끔한 문제가 꽤 되긴 하는데, 반대의 경우도 너무 많기 때문에 사설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설은 선지를 너무 대충내는느낌들던데
아무래도 그런 경우가 평가원보다는 많죠. 그래도 공들여서 선지를 만드는 사설 문제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진정한실력자들은 문제가어떻든다잘풀던데....
사실 실력이 정말 출중해서 문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그렇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수험생활 중에 모든 과목에서 그런 경지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능에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평가원은 뭐랄까 논리적 비약같은게 없다고 해야되나, 논리가 주관적이지 않고 누구나 납득하는 느낌. 이게 아마 논리학이랑도 관련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제가 듣기론 국어영역 출제 경우에는 교수님들이 출제할때 논리학적 기호로 대화한다고 들었음. 그렇기 때문에 틈이 없이 정밀한 거고, 반면에 사설같은 경우에는 이것도 답이될수 있고 저것도 이의제기의 여지가 있는 문제들이 간혹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자꾸 접하게 되면 평가원스러운 논리흐름의 감이 무뎌져서 오히려 방해가 될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한 모의고사라는 것이 결국은 수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출제가 돼야하는데, 현재 출제경향이 아닌 것들을 자꾸 접하다보면 뭐랄까 촉이 무뎌진다 해야되나, 그런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평가원 문제가 훌륭하다는 점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해요. 그런데 유형이 다른 것을 풀어본다고 해서 (문제에 논리적 오류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는) 감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요.
평가원은 수능매뉴얼같은걸로 풀이의 방향은 제시해주고있죠 평가원에 내부지침없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그건 하찮은 원리 그니깐 모두가 아는 원리중에 하나일거라는 추측을 하고있습니다 평가원스럽다는 말은 유효하다보네요 하지만 신유형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성향탓에 기출로만은 분명부족하고요
아마도 내부지침이 존재한다면 수능출제매뉴얼 그 자체이거나, 출제진 분들 사이의 암묵적 동의의 형태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에서 말씀드린 논리적 정합성과 '깔끔함'이 거의 유일한 '내부지침'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30번문제가 신유형인 것 같지는 않은데요
발견적 추론 문제는 20년 전부터 있던거고, 단지 요즘은 그 소재가 경우의수나 확률에서 지수로그로 옮겨간 것 아닌가요?
제가 잘못 알았으면 죄송합니다..ㅠ 수학영역은 꼼꼼히 분석해 보지를 않아서요.. 그런데 기저에 있는 원리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수험생이나 선생님들이 발견적 추론이라는 카테고리로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즉 그 패턴이 명시적으로 반복되어서 나온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