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 절대는 없다...
불안했었다. 민주당의 삽질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불안하다고. 이기긴 이길 것 같은데, 이기는 건 분명한데, 질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런데도, 불안하다고. 께름칙하다고.
정국은 민주당을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승리의 여신이 두 팔을 벌려 이리 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작년 10.26 재보선 박원순의 승리 이후, 정국은 급물살을 탔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엉덩이를 떼고 밖으로 나와 나경원을 도운 박근혜가 안철수 신드롬에 밀렸다는 사실에 민주당은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덤으로 그들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이라는 보너스까지 얻을 수 있었다.
한나라당의 악재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고승덕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하면서 사상 초유 현직 국회의장의 검찰 소환이 거론됐다. 뿌리는 청와대에까지 닿아 있었다. 현직 국회의원들도 연루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총선을 불과 코앞에 두고, 당과 청이 민심의 거센 비난에 휩싸여야 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민주당은 그 반사이익으로 한 때 20% 가까운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총선 낙승을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것들이 화근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한나라당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홍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박근혜가 선두에 나서 비대위를 꾸렸다. 십수 년 만에 당명을 바꾸고, 로고도 바꿨다. 당색도 바꿨다.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현 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를 배척하고, 새로운 얼굴을 등용하려 애썼다. (친이계의 배척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박살난 친박계의 상황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 정도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현 정권과의 ‘연관 없음’을 주장하는 도구로 쓰였다.)
김종인, 이상돈 등 비대위원들은 당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당내 중진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박근혜는 이들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나름 충실하게 해냈다. 최대한 비대위원들을 존중했지만, 그들이 너무 나갔다 싶을 땐 언론플레이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죽이기도 했다.
공천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공천을 줬다가도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탈락시켰다. 물론 관점에 따라선 애초에 심사를 세밀하게 했다면 공천을 주지 않아도 됐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새누리당의 공천은 상대적으로 더 깨끗하고 공정하게 비춰졌다.
민주당의 공천은 안일함과 구태의연함 그 자체였다. 높은 지지율로 공천지원자가 새누리당보다 더 많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음에도 새 얼굴 찾기를 게을리 했다. 전형적인 나눠먹기식 공천이 이어졌다. 한명숙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벌써 청와대에 입성이라도 한 듯 여유 가득한 모습이었다. 전쟁을 하러 갈 병사를 모으는 게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 논공행상을 하는 것 같았다. 그 결과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을 민주당 공천 과정보다 더 긍정적으로 봤다는 것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새누리당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민주당이 다 이긴 것처럼 구는 동안, 20% 차이가 났던 지지율은 서서히 좁혀져, 총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을 즈음엔 비등해져 버렸다. 심지어 어떤 매체의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이 더 높은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분명 민주당에겐 일발역전의 기회가 있었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그러나 민주당은 때마침 터진 김용민 막말사건으로 이 불법사찰을 제대로 써먹을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연일 김용민 막말을 전면에 내세워 집중포격을 가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손익계산을 하며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불법사찰 건은 쏙 들어가고 남은 건 ‘라이스 강간’뿐이었다.
민주당 지도부의 안일함은 지역 민심 잡기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번 총선에서 9석 모두 새누리당이 가져간 강원도는 당초 선거 한 달 여 전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됐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 우세 예상을 너무 믿었던 것일까. 당의 얼굴인 한명숙은 강원도를 거의 찾지 않았다. 3월 말 마지막으로 찾은 게 전부였고, 그나마 4월 들어서는 한 차례도 강원도를 찾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는 4월에만 강원도를 3번이나 찾을 정도로 선거 막판 강원도에 공을 들였다. 언론에서는 그 정성에 도민들의 표심이 움직였을 거라 분석하고 있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유리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북산의 안 감독 가라사대, “승부에 절대는 없다.” 누구나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싸움이란 의외로 고약한 법이다. 하물며 그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쪽이 이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싸울 준비조차 등한시했다면 더더욱.
ㅇㅇ
선거가 끝났으니, 정리하는 글이 하나 정돈 있어야 할 것 같아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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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ㅅㅂ 공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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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한마디로 야권연대, 전략적으로 완패..
모 언론에서 본 분석 기사 중에,
국민들이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반복해온 MB 심판 구호에 피로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일리 있는 분석으로 생각하는데, 이게 야권연대에도 적용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박근혜에게 놀란 총선..
이글 보니 이번 총선 때 종종 생각나던게 있는데....
정치인들이 총선때만 되면 얼굴 내비추고 표 달라고 굽신거린다고 시민들이 욕한다던데
정치인들이 그런생각을 갖게 하는 이유는 선거 한두달 전부터 일어나는 사건들에
국민들이 너무 매몰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안철수 슨상님이 이번 총선 선택 기준으로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국민들이 한 표를 행사할 때 지난 4년간 정치인들의 행적을 고루 평가하지 않고
한두달에 매몰되다보니 정치인들도 지들 당선되고 나면 띵가띵가하다가 또 선거철이 온다 싶으면
긴장타고 굽신거리는 거겠죠. 물론 선거철에만 제기될 수 있는 인물검증 등은 필요한 것이지만 지난 4년간의
행적과 제발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좀... 그래야 정치인들 4년내내 긴장타면서 일하죠
어찌보면 선거 전략이라는 말도 국민들의 이런 자세만 견지된다면 사어가 되고 말겁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야권연대나, 반새누리당 비야권연대의 젊은이들 모두 현실인식을 잘못 했다고 봐요(저도 포함해서)
처음부터 야권이 유리했던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선관위 디도스공격? 비서들이 우발적으로 했나보지
전당대회 돈 봉투? 관습이자나
민간인 불법사찰? 원래 군사 정권 때부터 해왔던 거자나
새삼스럽게 이런 사건들이 동쪽지역 국민들의 마음을 바꿀 거라고 생각한 거 자체가 틀린거에요
차떼기 한걸 걸렸을 때도 동쪽지역은 한나라당 찍었었거든요
차떼기에 탄핵역풍까지 불어도 121석 즉 40%이상의 의석을 얻은 당인데 탄핵역풍 없이 차떼기만 들켰다면 그때도 140석 이상 얻었을거에요
즉 상대방의 도덕성을 공격하면 표가 우리에게 올 거라는 전제부터 틀렸어요
도덕적 우월의식을 버려야 해요
민간인 사찰과 선관위 디도스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는 엄청난 일이지만 야당의 후보가 인터넷 성인방송에서 막말한 것보다 별거 아닌 일로 받아들였는데 이게 현실인거에요
A당이 10을 잘못했고 B당이 2를 잘못했는데, A당이 우리보다 8만큼 더 잘못했으니 우리를 뽑아 달라 이런 식의 유세는 통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자신들이 8만큼 덜 더러우니 유권자들이 우리를 뽑아줄거라는 믿음, 거기서부터 잘못 된거에요
A당 지지자들은 8만큼 더 더럽고 뒤통수를 맞아도 우리는 같은 편이니까 일단 변하는 척이라도 해 그럼 우리가 찍어줄게 이런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거든요
그러니까 AA당에서 AB당으로 이름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냐?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꾼다고 다른 당이냐? 라고 조롱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짓인거에요
이번 선거 패배를 B당은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해요
A당은 차떼기를 하고 민간인 사찰을 하고 돈 봉투를 뿌리고 선관위 디도스공격을 해도 최소 121석 40%이상을 차지하는 당이고, B당은 거의 절반인 60석에서 시작하는 당이라는 걸
즉 A당은 30석만 얻는다면 과반이 되는 거고 B당은 85석을 추가로 얻어도 과반이 안 되니 애초에 선거는 B당이 유리 할 수 없는 게임인거에요
그리고 반A당이라고 해서 친B당이 아니라는 거, 그러니까 A당이 얼마나 못하냐만 주목하지 말고 B당이 집권했을 때 얼마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느냐를 설득하고 공감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억울하고 불리하다고요? 네 원래 선거는 B당 C당이 무조건 불리한 게임이에요
이게 맞는 듯. 야권은 국민을 과대평가해서 망했음
야권이 국민을 과대평가해서 망한게 아니고 A당과 그 지지자들의 결집도를 과소평가해서 망한거에요
그리고 국개론은 야당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생각이라고 봐요
이번 투표독려 방식이 실패한것도 같은 맥락인데
니들 투표안하면 권리를 포기한 노예로 사는거다 라고 말하면 투표안하던 사람이 투표를 할까요?
오히려 피로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반발합니다
국개론으로 자극해봐야 서로 피곤할뿐 변하는건 하나도 없어요
과대평가라는게 별게 아니고
말도 안되는 범죄를 벌여도 지지해주는 콘크리트를 인식 못했다는 거 였어요
이것도 넓게 보면 국개론인가요 ;
과대평가라니요 ㅎㅎ 말에서 국민들을 무시하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ㅋㅋ 말도 안되는 범죄를 벌여도 그들을 찍어줄만큼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야권연대가 무능했다는 생각은 안하시나요? 아니, 야권 연대가 총선때 내놓은 구호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먹힐 만한 것이였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음 좋겠습니다.
네 야권도 호구같이 했죠.
공감합니다.
국개론안버리면 절대 집권못한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되는데 국민보고 지들눈높이에 따라오라고 한 격이니
사실 영남 67석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이번 선거에서 완패한 강원도와 충북은 민주당이 잘만 했으면 이기지는 못해도 반땅 싸움은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강원은 가장 최근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때도 민주당 손을 들어줬고, 충청 지방은 민주당이 지난 18대 국회에서 25석 가운데 9석을 차지했던 곳이었죠(18대에서 새누리는 충청 3석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12석으로 껑충 뛰었죠. 반면 민주는 9석에서 10석으로 1석 늘리는 데 그쳤고).
인천에선 비겼지만 서울과 경기에서 거둔 우위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도 6:4로 앞섰고, 강원과 충북에서 좀 잘해줬더라면 새누리와 의석수 동점으로 만든 다음, 통진당과 연대해 여소야대 정국 만들 가능성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_-;;
한명숙이 낙동강 벨트 신경 쓴 것 반 만큼만 강원과 충청에 관심을 쏟았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게 참 아쉽습니다. 결과적으로 MB 심판론 때문에 영남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낙동강 벨트 낙동강 오리알 만들어버렸고... -_-;;
전국구표로 야권연대가 새누리당보다 많은데 이렇게 처참하게 발린건 선거전략미스죠. 더군다나 충청도랑 강원도는 지방선거에서 전부 야권후보를 뽑아줬음에도 민주당이 소홀히했으니 발린거죠. 한명숙탓이 제일 크죠. 위의 글 한번 보고오니 판단이 좀 서네요
각종 해석들이 나오는데 잠깐 수긍하다가도 참 헷갈려지네요.
처음으로 투표하고 제대로 지켜본 선거였는데 이번에 새로운거 많이 배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