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수정됨) · 쪽지

2018-09-18 0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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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세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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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직 한국사가 상대평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지엽의 끝판왕을 달리던 한국사를 대비하기 위해 수험생들은 미친듯이 공부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사 1타였던 강민성의 개념강의 강좌수는 무려 110강에 육박했지만 그런 강의조차 15수능의 킬러문제를 커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교재가 바로 동사서독 한국사 2016(사진의 왼쪽)이었습니다. 시중의 6종 교과서를 탈탈 털어 지엽적인 심화 개념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개념서였죠. 반응은 좋았습니다. 출간 보름만에 증쇄에 들어갔으니까요. 아직 예약판매 기간이 다 끝나지도 않았던 시점이었습니다.



회사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강남대성에서도 많이들 본다는 글이 올라오자 저런 카피로 광고를 해주시더군요.



동사서독 한국사 2016에는 큰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타였죠. 오타가 상당했고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100% 제 잘못이었습니다. 출판을 처음 하다보니 너무나 무지했었죠. 원고를 완성해서 회사에 넘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 그 이후의 편집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당시 이 책을 구매하셨던 분들께는 지금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오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잘 팔리더군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죠. 오타가 있는데도 이렇게 잘 나가니, 오타 없는 좋은 책을 만들면 더 잘 팔리겠구나,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단순한 생각이었죠.



2016년


절대평가로 전환된 첫 해였습니다.


형식에서뿐만 아니라 내용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개정 전 35:65였던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율이 50:50으로 바뀌어 그에 맞게 책을 고쳐써야 했습니다. 전근대사 분량은 추가하고 근현대사 분량은 줄이면서 작년에 지적받았던 오타도 전부 고쳤습니다. 내용을 새로 추가한 부분에서도 오타를 최우선으로 신경 썼습니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타 생각, 꺼진 불도 다시 보고 덮은 책도 다시 펴자. 그런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내놓은 동사서독 한국사 2017은, 망했습니다. 오타는 없었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0로 줄었습니다. 위 광고 카피에서도 나왔듯이 상대평가 시절 한국사 선택자 수는 3만명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어려운 과목이었던 데다 서울대가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과 진성 역덕후 외에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과목이었죠.


그런 과목이 수능 응시자 전원이 치러야 하는 필수과목이 됐습니다. 응시자 수는 3만명에서 60만명으로 20배가 뛰었는데, 판매량은 오히려 1/10 토막이 나버렸죠. 저 자신에게 화가 났고, 무엇보다 회사에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2018년


동사서독 한국사 2017이 왜 망했는지 분석했습니다. 시험은 터무니없이 쉬워졌는데 여전히 수능특강 식의 딱딱한 개념서를 내놓았으니 팔릴 리 없었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의 내용과 재미있는 역사의 뒷 이야기가 섞인, 수험생은 물론이고 대학생도 읽을 만한 입문 교양서 형식의 개념서를 내놓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작업 기간은 1년이었습니다. 2017년 4월에 쓰기 시작했는데 2018년 3월이 되어서야 끝이 나더군요. 중간에 원고를 두 번 갈아엎었습니다. 그것도 7, 80% 가까이 완성된 원고를요. 첫 번째는 교과 외적인 내용을 너무 심도 있게 다루다 보니 분량이 한없이 늘어나는 바람에 갈아엎었고, 두 번째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갈아엎었습니다. 결국 세 번째로 쓴 원고가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야한국사가 됐습니다.


요약식의 개념서를 쓰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었습니다. 오타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어 A4 용지 한 장 분량을 쓰고 나면 서너 번씩 점검했습니다. 약 한 달 동안의 편집과정에서도 오타를 최우선으로 신경 썼습니다. 그 결과, 아직까지 오타는 단 한 개밖에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출간 전 오르비에서의 반응도 좋았고, 회사에서도 기대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도 약간의 자신이 있었고요. 하지만 그게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약판매 시작 이후 며칠 동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던 판매 순위는 금방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수능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더 남아있지만 판매량은 폭망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출간 이후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증쇄 소식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완전히 망했다고 봐야죠. 1쇄가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타입인데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이번에는 또 왜 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도 이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지만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원인을 찾는다 하더라도 내년에 책을 다시 낼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는 제가 책을 내고 싶어도 회사에서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연속 망한 저자의 책을 또 내줄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번 책이 잘 팔리면 개정판에는 이름 있는 웹툰 작가에게 표지나 삽화를 부탁해보겠다던 이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번에도 믿어주고 출판 결정을 내려주신 이사님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끝으로, 그동안 제 책을 구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 돈으로 이름난 인강 강사의 교재를 구매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저를 믿고 제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책이 여러분의 한국사 점수에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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