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방심리 [273208] · 쪽지

2009-03-09 10:59:29
조회수 2,673

의사, 얼마나 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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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의대 준비중인 수험생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07/2009030700056.html
어쩌다 이런 기사를 읽었는데요
의대 준비중인 일개 수험생으로서 심란합니다.
사실 대로변으로 나가만 봐도..개원의 포화상태인거 같아보이고..
제가 괜히 쓸데없는 걱정하는거겠죠?
그냥 닥공하고 의대 들어가고나서 고민해도 안늦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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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cri · 2 · 09/04/03 23:18 · MS 2002

    해당 신문 기사는 의사~한의사들 중 소득 수준이 낮은 집단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서 그렇지,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의원 개업도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행해지는 하나의 사업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 재정적-심리적으로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큰 걱정 같으니, 적성대로 하세요 같은 말을 하기보다는 경제적인 부분에 한해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를 드려 볼게요.

    물론 의대 입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는 해결해 줄 수 있어요. 일단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병원에 취직해서 인턴-레지던트로 근무하는 5년 동안 세전 연 3천~4천만원대의 급여를 지급하는데, 취직 스트레스 없이 이 정도 수준의 급여를 정원의 95% 이상이 안정적으로 받아가는 학과는 의학계열 이외에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봉직의의 경우 안 좋은 대우로 언급된 것이 월400~500만원(연 5000~6000만원) 수준으로 30대 중반에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로는 여전히 나쁘지 않지요.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봉직의로 연 1억원 근처의 봉급은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습니다. 개업을 했을 경우가 문제가 되는데 개업은 일종의 자영업이라 본인의 수완에 따라 파산에서부터 연 20~30억원대까지 편차가 매우 큽니다. 이런 리스크가 두렵다면 봉직의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냉소적인 시선이 많지만 여전히 의사에 대해서는 국내 국외 어디에서나 어느 정도 이상의 사회적인 대우가 보장됩니다. 이런 건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체감으로 느낄 수 있어요. 아울러 크지는 않지만 역시 어느 정도의 명예도 있고, 아울러 동기만 있다면 자신의 손으로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여러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단순히 봉사 정신만 있는 것과 봉사 정신에 전문적인 능력도 있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거든요.

    다만 예전에 비해서는 의사, 특히 개원의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매우 줄어든 편입니다. 과별 편차가 크고 경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거칠게 말해서 요즈음 개원의의 세후 소득 구간은 임대 비용이 없을 경우 연 1.5~2억원 정도를 중심으로 1~4억원 정도에 주로 퍼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초기 투자 자본이 없어서 차입을 많이 끌어 왔을 때에는 부채 비용이 매년 억원 단위로 지출되기도 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면서도 순이익은 적자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부터 부자였던 의사가 아무래도 경기에 무덤덤하게 계속 부자로 남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들어와 경제 팽창 속도가 느려져서 자영업자에게 있어서 점점 더 기술이나 사업 수완보다는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한 세대 전과 비교하면 예전의 개원의들은 과를 막론하고 현재 화폐 가치로 매년 십억 단위의 돈을 만지는 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요즘에 비해서는 훨씬 낮았기 때문에 빌딩 한 층을 임대해서 개원하고 몇 년 후 그 빌딩을 사고 몇 년 후에는 옆 빌딩을 사고 하는 일들이 가능했지요.
    경제 규모는 커지고 인플레이션도 발생하고 타 직종의 평균 소득도 계속 오르는 가운데 개원의의 소득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 소득이 더욱 적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개원 비용에서 발생하는 차입 외에, 최근에는 의사고시에 합격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의대에 합격하더라도 졸업할 때까지 6000만원에 달하는 학비,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1억원을 넘어가는 학비) 학자금 대출이 있으면 그 족쇄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도 수 년이 걸립니다. 게다가 남자 의전원생의 경우 거의 서른이 될 때까지 소득이 없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손익분기점이 중년을 훌쩍 넘어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제 정리해 볼게요.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자본에서 발생하는 자본소득이 아닌, 노동 활동을 통한 사업소득+급여소득만을 기준으로 할 때,
    의-치-한의대에 입학하면 입학한 것만으로 대충 상위 3% ~ 상위 30% 정도는 보장이 된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평균적으로 상위 10% 정도에 분포하게 되겠지요. 애초부터 가진 게 없어도 입에 풀칠하며 땅값 비싼 곳의 아파트는 못 사도 어느 정도 문화생활은 하며 그런대로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는 있고, (하지만 소득 수준이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상위 30% 수준인 의사는 아마 이후에도 의사 그룹 내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거에요.)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원래부터 부자인 경우 노동으로 큰 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가지고 있는 재산을 까먹지는 않고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의학계열로 들어오면 상위 3% 이내의 초고소득 집단으로의 진입은 거의 봉쇄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의-치-한의대가 아닌 일반 대학에 진급하면 상위 0%에서부터 70%까지가 모두 열려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의학계열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받은 학생이 비슷한 점수대의 타 학과에 진학했다면 아마도 이 학생들은 대충 상위 20~30% 정도에 많이 몰려있게 되겠지요.

    더 간단히 말해 최상위권 자연계 학생이 의대에 가느냐 안 가느냐를 중년 때의 기대소득 측면에서만 본다면
    1) 평균 상위 10% 잘 되면 3% 못되면 30%
    2) 평균 상위 25% 잘 되면 0.1% 못되면 60%
    중 무엇을 택하느냐의 문제 같습니다.

  • 샤방심리 · 273208 · 09/04/05 23:15

    감사합니다. 큰 도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