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별들의고향"님께 다시 여쭈어봅니다.
저번 글에 이어서 정약용의 사상에 관해 다시 여쭙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나름대로 확인해본 결과
별들의고향님께서 비판하시는 금장태 교수는
오히려 다산학의 대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권위자의 대가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EBSi에도 문의해보니,
올해 한국교원대 윤리학개론을 강의하시는 현직 교사분께서
다음과 같이 답변해주셨습니다.
"정약용이 궁금하신거죠 ? 해당 내용은 이십년 전 제가 수능을 칠 때부터 꾸준히 시험에 등장하는 유명한 표현입니다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아도 시험에 등장할 수는 있으니 기억해 두시면 오히려 좋을 것으로 저는 생각되네요 최근까지도 꾸준히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
우선 알 수 있는 점은, 교과서에서 내용은 삭제되었더라도
"출제 가능성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선생님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그렇다면 별들의 고향님께서는
이 개념에 관해, 금장태 교수의 해석이 어찌해서 "졸렬한 것"인지
공부하는 분으로서 자신의 학문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별들의 고향님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저는 그 말씀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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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 교수들 정약용 왜케 파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지엽적이네요 문제가...
윤사 3번 짜증났어요
이번 6평 3번 문제의 경우, ㄱ선지가 헷갈릴 수 있었겠습니다.."영지의 기호=천리?"인가를 묻는 선지였는데, 정약용에게 있어 영지의 기호는 천리가 아닙니다. 다산은 성리학에서 인간의 본성이 천리라는 주장을 비판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정약용에게 인간 본성과 천리는 무관합니다. 나머지 선지는 제 기준에선 무난무난했습니다..
저는 형구의 기호 성이라는 말이 헷갈리더라구요...
영지=
형구=
뭐 놔누지 않나요? 전 형구는 성이 아니라, 기? 그런 걸로 기억했음
형구의 기호도 마찬가지로 성이에요. 인간과 동물 모두 공유하는 성이죠.. 다만 인간만이 가지는 본성이 영지의 기호이구요.
영지랑 형구를 뭐라고 생각해야하나요? 걍 외우시는 편인가요?
영지= 인간만 가진 거, 선을 좋아하는 본성
형구 =인간 동물 가진거, 육체적 쾌락 좋아하는 본성
이 부분은 '암기'보다는 '이해'해야 하는 기본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정약용이 본성을 '영지의 기호'와 '형구의 기호'로 본 궁극적인 이유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선을 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에요. 성리학에서는 하늘이 도덕적 이치를 인간에게 부여했다고 보았는데, 정약용은 여기에 대해 다르게 본 것이죠. 본성이 이치가 아니라 "경향성, 기호"라는 것입니다.
영지의 기호와 형구의 기호를 구분한 것은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형구의 기호는 '육체'의 경향성이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이 자연적으로 그리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에요. 하지만 영지의 기호는 정신적입니다. 그러므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정약용은 맹자 사상을 독자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에, 맹자의 '사단' 개념을 수용합니다. 영지의 기호가 현실에서 실현된 결과인 도덕적 마음을 사단으로 본 것입니다.
블루님...
본연지성과 기질기성은 어떻게 구분해야하나요...
우선 본연지성과 기질지성 둘 다 성입니다. 천리가 '기'를 통해 성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본연지성은 성의 이치만을 가리키므로 순선하지만, 기질지성은 기질이 맑고 흐린 차이가 있어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습니다(가선가악). 인간과 사물이 모두 천리로서의 본연지성을 갖추고 있지만, 인간은 기질을 맑게 변화시킬 수 있어서 특별히 천리를 실현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사물의 본연지성은 원형이정이라고 하는데 이건 그냥 참고만 해두시면 되구요) 인간의 본연지성이 바로 인의예지 사덕입니다. 그러니까 사덕을 '천리로서의 본연지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주희의 이러한 주장을 두고, 조선 성리학계에서 이황과 이이의 주장이 엇갈리게 됩니다. 이황의 주장에 따르면 본연지성은 '기를 겸하지 않은 이 그 자체'이고, 기질지성은 '기를 겸한 이로서, 이가 기의 영향을 받아 가선가악하다.'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이이는 "성은 기질지성뿐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기질지성이 본연지성을 포함한다고 본 것이죠. 다른 말로 하면, 본연지성은 기질지성 중에서 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즉 이황 : 본연지성(이) / 기질지성(이+기)
이이 : 기질지성( 본연지성(이) + 기) 이렇게 정리하시면 될 거에요!
그리고 9평 전에 제가 성리학에 대해 정리하는 글을 올릴까 합니다. 그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지도 모르겠네요. 최대한 암기가 아닌, 원리 이해를 위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블루님... 윤사 나오면 한자를 정리쭉 해주시면, 제시문 읽을 때 좋을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성기호설도 한글로 풀어놓으면 헷갈리는데 괄호로 성기호설 적어논 제시문 많
더라구요.
아...그건 저도 힘에 부칠 것 같네요 ㅠㅠ... 다만 "성기호설"이라고만 외우려고 하지 마시고, "성(본성)은 기호(경향성)이다" 이런 식으로, 한문의 뜻을 우리말 문장으로 풀어서 이해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권합니다!
단서설이라는 개념이... 그러면 정약용이 사단을 가지고, 실천하면서 사덕을 완성시키는 거 잖아요.
사단은 착한 걸 좋아하고, 나쁜 걸 싫어하는 마음인 영지의 기호랑 일맥상통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단서설'은 사단을 사덕의 단서로 보는, 즉 사단이 사덕의 존재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관점이구요. 이건 주자 성리학에 해당합니다.
정약용은 '단시설'을 주장했지요. 그 내용은 사단의 확충을 통해 사덕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단시설'의 시가 '시작할 시'이니까요.
그리고 사단과 영지의 기호는 다릅니다. 영지의 기호는 어디까지나 경향성이고, 사단은 모든 유학자들이 '도덕적 감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을 좋아하는 것'(기호)는 감정과 엄연히 다른 것이죠.
다만 정약용에 따르면, 사단은 "영지의 기호가 현실에서 실천된 결과"입니다.
지나가다가 잠깐 댓글 하나 남겨봅니다.
'혈기'라는 게 시험에 나온 건 두번정도 있었어요. 옛날 기출이긴 하지만, 2008학년도 6월 모평 2번 문항 ㄹ 선지 '우주의 기와 인간의 혈기를 엄격히 구분하여 인간을 혈기적인 존재로 보았다.', 11학년도 6월 모평 1번 선지, '사람의 혈기와 우주의 기를 하나로 보는가?'. 이렇게 두 문항에서 직접적으로 제시됐었죠.
단지, 이 '사람의 혈기와 정약용의 저서에서 직접 찾을 수 없는 말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혈기'라는 표현 자체는 유학자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거든요. 실제 논어에서 이런 문구가 있어요.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가 있으니, 젊을 때는 혈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경계가 여색에 있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한창 강하므로 경계가 싸움에 있으며, 늙어서는 혈기가 쇠했으므로 경계가 음식이나 재물 얻음에 있다.
이와 같이, 유학에서 기본적으로 '인간은 혈기적 존재다'라는데 동의하는데, 정약용만 이를 강조했다고 보기엔 문제가 있는 서술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마음[心]은 한 몸을 주재하는 것이고 뜻[意]은 마음이 발현한 것이며, 정(情)은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의지[志]는 마음이 지향하는 것으로서 뜻과 정보다 더 중요하다. 기(氣)는 나의 몸에 충만한 혈기(血氣)인데, 다른 것에 비하면 형체가 있어서 비교적 거칠다. 마음을 떠나서는 성(性)을 알 수 없고 성을 떠나서는 마음을 알 수 없다. 성은 곧 천리(天理)이며, 만물은 그것을 부여받아서 이(理)를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언제...건지 기억이 안나는데, EBS 수특 제시문이었던걸로 기억해요. 분명히 '나의 몸에 충만한 혈기'라 하고 있죠? 그런데, 이 지문은 정약용의 지문이 아니에요. '성은 곧 천리이며, 만물은 그것을 부여받아서 이를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라 설명하고 있죠. 즉, 주자도 '혈기'에 대해서 긍정한단겁니다.
결론짓자면, 정약용이 '혈기'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혈기를 그렇게까지 강조하는 논리는 사실 아니였었습니다. 유학자라면 모두 '혈기'라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어요.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수험생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울때가 많아요. 저도 윤사 조교일을 하다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중간중간에 논리가 끊겨있는 상태로 알려줘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교육과정 밖의 이야기라.
저도 깊이 파고들려다보면 교육과정 밖이라 선생님들께 질문드리기 난감한 순간이 종종 있더군요. 물론 선생님들께서 친절하게 답변은 해주시지만요.. 말씀 감사합니다!
참고로... '영지의 기호', 즉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건 감정이 아니라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논문에서 '도덕적 욕구로서의 정감'이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정약용이 본성을 설명하면서 했던 말인 好德惡汚·樂善恥惡에서, 好·惡·樂·恥가 감정이라는 점도 들 수 있구요.
이런게 문제인거에요. 사실 수능 공부할땐 크게 문제가 없는 요소인데. 이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하려면 답이 없죠. 동양사상엔 끝이 없거든요. 전 그런 측면에서 별들의 고향님이 단호하게 말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걸 제가 설명하는게 어찌보면 '전-혀' 도움이 안 될 여지가 많거든요. 오히려 오개념이 될 수도 있구요. 학자간의 논란이 될 수도 있구요. 그래서 수능 공부를 할 때 '교육과정' 내에 한정짓는 게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슬프지만요.
허어...미처 몰랐던 내용이네요..저는 철학과를 지망하는 지라 대학에 들어가면 좀더 배울 수 있겠지만...그렇군요.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