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장 [72711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01-31 18:02:18
조회수 6,992

[칼럼to.새내기] 9. 미련과 만족 사이(마지막)

게시글 주소: https://rocket.orbi.kr/00015870303

안녕하세요, 연세대 총장입니다. 이제 최초합 발표도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드디어 올해 입시도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 칼럼도 오늘을 끝으로 더이상 볼 수 없을테구요.  그래서 오늘은 모든 합격생 여러분들께 하고싶은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합격과 불합격. 한 글자의 차이지만 전혀 반대되는 결과를 말하죠. 합격자가 있다면 반드시 불합격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결과가 단지 운에 의한 것이었는지, 확연한 실력 차이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하지만 어떤 전형이든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르는 선에 걸쳐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일거구요.


저는 여러분들께 이런 말을 하고싶습니다. 현재 자신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무턱대고 "나 반수할거야"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한 번 겪어보세요. 혹시 모르죠 그 학교가 여러분과 더 잘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 학기를 생활하고도 그 학교가 나랑 안맞는다, 혹은 미련이 남는다면 반수를 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한 번 다녀보지도 않고 그냥 이름을 위해 무턱대고 반수 선언을 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무조건 SKY가 답이다? 서울대가 답이다? 아니예요. 지금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맨 위에 있는 대학에 가기를 소망하고 또 그걸 원하겠죠. 하지만 맹목적으로 그것만 추종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서울대라고 하면 모든게 다 될 것 같죠? 정말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죠? 이름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죠? 아니예요. 대학교는 교육기관이예요. 취업사관학교가 아닙니다. 대학에 와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생활하고 배우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대학의 이름 하나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중경외시에서 서성한을 가기 위해 반수를 계획하시는 분들, '한 급만 높이면 될텐데'라고 생각하고 "서성한 상경에서 SKY 낮은 과라도.."라고 말하시는 분들,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만약 고대 인문을 붙고 성대 상경을 붙었다면 성대 상경을 갈 확률이 더 높았을걸요. 맹목적으로 이름만을 추종하는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죠. 이 학교를 못 간게 아쉽긴 하지만 저 학교가 자신한테 더 잘 맞고 자신을 더 잘 챙겨줄 수도 있어요. 합격생 신분인 겨우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자기가 그토록 3년내내 선망하던 학교에서 떨어졌다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한 학기는 다녀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 때도 만족이 아닌 미련이 남는다면 그 때 반수를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학벌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저 말을 하냐"라고 말을 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왜냐, 실상을 모르면 허상에 목을 매달 수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서울대가 가능한 성적이었는데 부모님이 불안하다고 해서 서울대를 안 썼었습니다. 결과는? 878 최초합 셋에 전장 둘이었죠. 딱 합격을 봤을 때는 기쁨과 동시에 '아 서울대 써볼걸'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학교를 다닌 지금, 제 생각은 제 선택에 대해 만족합니다. 학교생활과 학교가 제공하는 환경 모두 후회없이 만족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학교를 다니기도 전부터 반수를 계획했다면 이러지 못했겠죠.


미련과 아쉬움은 한 끝 차이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현재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미래에도 만족을 하지 못할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 불만족이 미련으로 계속 남는다면 어차피 반수를 하는 것이 정답일테고, 한순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그대로 열심히 살테니까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럼 제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오늘까지 아홉 개의 칼럼을 통해 새내기 분들께 조언 아닌 조언을 드리려고 했는데 큰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네요. 다들 즐거운 새내기 라이프를 즐기시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저를 보고싶으시다면 에피 오프에 지원하시면 됩니다! 2월까지는 제 임기라 탈퇴를 하진 않을거니까 따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쪽지를 보내주세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