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에 혼란스럽겠지만 몇 자 적고 싶네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험생 여러분에게 수고하셨다는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해마다 입시 정책이 바뀌는 건 이제 그러려니 싶은데, 올해는 영어까지 절평으로 변했더군요. 그만큼 정시 지원이 카오스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데, 이때 여러분이 한 번쯤은 읽고 고민해보셨으면 하는, 그리고 제가 대학교 가기 전에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던 내용을 몇 자 적고 싶습니다.
저도 많은 내용을 알지는 못합니다. 작년에 전역하고 올해 복학하여 학교는 이제 겨우 2년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를 무릅쓰고 여러분께 주제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과거의 제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읊조라는 식으로 말해보려 합니다.
1. 고시를 한다고 다 붙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 저는 막연히 행정고시를 보거나 외교원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간지나잖아요. 직업을 갖게 된다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그 중에서도 이왕이면 폼 나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모든 1학년들의 머릿속에는 아마 비슷한 내용으로 차있을 것입니다.
한국사 교양 첫 수업 때 교수님이 임의의 새내기 3명을 지목하여 자네 꿈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세 학생이 차례로 검사 외교관 판사라고 대답했을 때 저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 충격받았던 것은 학교 열람실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지하에 꽤 큰 규모의 열람실이 있습니다. 시험기간도 아닌데 츄리닝 차림으로 초췌한 모습을 한 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고시생들이었습니다. (CPA 준비생도 편의상 고시생으로 퉁치겠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시험 준비를 하는데도 붙어나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일례로 저희 학교에서는 매년 대략 40여명 정도가 합격합니다. 나름 소싯적에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이 시험을 준비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낙방의 쓴맛을 맛본채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전공 수업을 들으러 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말이 약간 중구난방으로 샜습니다. 요는, 막연하게 '고시나 하지 뭐'라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시형 머리를 타고나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을 하거나 3개를 한 번에 패스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납니다.
2. 전공 적성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저는 문대생입니다. 저희 과의 경우는 130학점을 들으먄 졸업할 수 있습니다. 신입생 필수 영어 교양 4학점, 글쓰기 교양 4학점, 핵심 교양 12학점, 듣지.않으면 졸업이 안 되는 전공관련교양 12학점에 그냥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수업까지 총 130학점을 들으면 졸업이 가능합니다. 그 중 전공 수업은 (전공필수와 전공선택을 합쳐서) 42학점을 듣게 됩니다.
보통 문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속된 말로 간판 보고 많이들 들어옵니다. 그래서 우선 간판을 따고, 나중에 본인이 원했던 전공을 이중/복수전공을 하는 식으로 계획합니다. 이중전공과 복수전공 선택 시에는 학점이 꽤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학점을 잘 따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 효율적으로 해야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목이 재밌고 할만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때처럼 국영수 사탐 과탐을 골고루 듣는게 아니라, 자기 전공과 관련된 것을 한 학기에 꽤 큰 비중을 두고 공부해야 합니다.
근데 자신이 공부하는 내용이 재미가 없다? 그러면 과감히 해당 과목을 던지게 됩니다. 대학교 생활에는 그 어떠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여러분의 의지의 츠이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 학점은 한 번 본 것은 모두 다 이해하는 천재가 아닌 이상 떨어지겠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신의 학과로부터 이중이나 복수전공 따위의 수단을 통해 탈출하기 위해서는 본전공에 대한 흥미가 없어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합니다.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원하지 않는 공부는 어느 정도 해야만 하는 딜레마가 생기지요.
전공이 안 맞아서 나쁜 학점을 받게 된다면 탈출이 자연히 불가능해집니다. 이 경우에는 강제 심화전공을 하게 되는데, 이는 본 전공 학점을 더 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요는, 원서질을 할 때 본인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이 전공을 공부하겠다는 일종의 각오는 하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생이 좀 꼬이게 됩니다.
3. 로스쿨?
이 글을 쓰게 된 걔기 중 하나입니다. 우연히 보게 된 오르비 게시물 중 하나에서 로스쿨 입시를 마치 학종 전형에 비유하여 수험생 여러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이에 대해 제 자신도 로스쿨 입시를 경험하지 않아 전문가임을 자처할 수는 없습니다만, 여러 지인의 조언 및 경험담을 종합하여 말씀드리곘습니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로스쿨 입시 제도는 리트 점수가 매우 큰 비중응 차지합니다. 학텝릿(학점 텝스 리트) 중애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트입니다. (리트는 법학 적성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언어 영역과 추리 논증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자새한 사항은 나무위키에..) 리트 점수 후달리면 끝입니다. 자소서나 면접으로 리트 점수를 뒤집는 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학점을 98이나 99에 수럼하게 받고 영어도 텝스 900 정도는 가볍게 넘고 거기에 제2외극어 점수까지 있어도 리트 망쳐서 입시를 망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많은 입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그러듯이 처음에는 자신이 가기에는 아깝다 생각하는 모 지방거점국립대들의 로스쿨 진학을 추천하는 댓글이 달리면 욕인 줄 알고 발끈하지만 연말에는 제발 그 학교에 붙여달라며 올해 추합이 어디까지 돌지 끊임없는 경우의 수 계산을 합니다.
말이 계속 길어집니다. 요는 다 필요없고 갓 리트 죽창 한 방이면 됩니다. 법학 수엊 안 듣고 법 관련 대회 활동을 하면 좋갰지만 그래도 리트 잘 보는게 더 중요합니다.
p.s
문대는 학점을 잘 줍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공대나 이과대는 A+을 가뭄에 콩 나듯 줍니다만 경영대 (몇먗 교수님들은 제외) 문대 (철학과 제외. 철학과 학생들에게는 X를 눌러 조의를....) 사범대의 경우는 A+을 뿌립니다. 저희 과 모 선배도 일부러 심화전공을 택한 후 리트 고득점을 받는 방식으로 고려대 로스쿨에 합격하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대에 진학하는, 특히 영문을 제외한 제2외국어 어문계열에 진학하는 학생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이 고달파집니다.
거듭 강조하여 말하지만 저도 무지한 사람입니다. 많은 것을 알지 못하며, 이것저것 주워들은 정보를 여러분이 읽기 좋게 모아놓은 것 뿐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인생에 훈장질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가 잘난 인간은 아닙니드. 드만 여러분이 4년간 공부하게 될 내용애 대해,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단 한 번만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셨으면 좋을 것 같아 졸필이지만 몇 자 적어봤습니다.
폰으로 쳐서 오탈자나 비문이 있어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전체지원자라는건 0
모의지원 설정안해놓고 정시저장소에 넣어놓은사람들 얘기하는거죠?
-
드디어 갔네 1
굿다이너
-
미래에는 어디가 좋을 것 같음?
-
자전 0
상향으로 쓸건데 가능성있나요
-
고속에선 연초 뜨는데…흠 써볼만할까요
-
SKY 체대 제외하면 분석이라 해봤자 그냥 실기만점 받으면 합격 뒤쳐지면 불합격
-
우주과학과19241.26 : 1 하루 남았는데 사람이 개많이 들어와있고요 표본분석을...
-
지구황들아 1
2단원 하는중인데 풍속은 기압에 비례하는거 아님뇨?
-
아직 2.5배수 안들어온과도잇네요
-
두개가 조금 차이가 나서 고민이 되는데 정확도는 진학사가 더 낫겠죠??
-
경희 호경 됨? 2
이거 걍 된다고 생각하면 되나요(진짜모름)
-
그러면 거의 붙는다고 보는건가요? 내가 봤을땐 좀 힘들다고 생각했어서...
-
252명 딱 3배수 들어왔는데 여기서 더 들어오겠죠? 막판에 몇 명씩 들어올려나 궁금
-
중형과에 5칸 최초합나오고 제가 5칸중 1등인데 여기 붙는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4칸 적어도 될까요?
-
마 참 내 !!! 드디어 입시인생의 끝이 보이는구나
-
인증까지 3일걸릴수도있다고??????? 아진짜제발요 오늘 원서접수해야되는데
-
한 3~4시쯤 드가면 될라나
-
살려주세요ㅜㅜㅠ 붙을 확률이 높다는 분도 계시고 이미 붙었다!하시는 분도 계서서 잘모르겠네요
-
아직 못 받으신 분 계신가요? 난 왜 안오지
-
홍대 자전가면 3
미대아님 건축가는게 정배인가
-
컴공,전전 고민 2
일단 공대 진학 목표여서 과 공대면 다 괜찮은데 가장 무난하게 스펙트럼 넓은...
-
평일엔 관독에 갇혀있어서 슬프다
-
가끔 오셔서 쓰시는 글보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
인원 많아서 컷도 딱히 안높고(시야가 인설 중위임) 성적 상관없이 원하는과 갈 수 있는게
-
ㅗㅗㅗㅗ
-
작년기준 의예과 제외하고 입결 제일 높던데 진학사에선 전전 4칸에 반도체 7칸이 뜨는데 머임?
-
ㄷㄷㄷㄷ
-
진학사랑 텔그 차이가 많이나는 경우엔 뭘 믿어야하죠? 3
진학사에선 2칸인데 텔그에선 합격률 65%에요… 진학사가 표본이 많으니까 진학사를...
-
원서영역 아닐까 해보고 안해보고 차이가 ㄹㅇ크네
-
이대 vs 외대 3
둘 다 가면 경영을 복전할 것 같은데 어디가 나을까요
-
칸수 아쉽다 이런 거 상관없이 그냥 과만 보고 어떰
-
2일 전에 6칸 추가합격이었다가 어제는 5칸 최초합격이었다가 오늘은 5칸...
-
실시간 연대 8
이 과 쓰시는 분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통학 각이 안나오네
-
동국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동국대 25][전공 및 진로]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동국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동국대생, 동대...
-
그래도 하루에 2번이나 알려주네
-
요새는 이런거 안쓰죠? 진학사나 텔그 쓰죠?
-
음
-
718/682
-
영어랑 국어에 투자를 거의 안해도 될거같은데 탐구도 걍 사탐으로 돌리고 무휴반... 해볼만하지않나
-
한양대학교 ERICA LIONS칼리지 25학번 신입생을 찾습니다! 0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LIONS칼리지 꿈터TF팀입니다.? 힘든...
-
852 1
어케 생각함요?? 나군은 4칸이었다가 저번주에 이틀정도 5칸이고 오늘 5칸 추합권되가지고..
-
검색해도 안 떠서 여쭤봅니다 죄송함다
-
슬슬 총구 조정 드가자~
-
바지 2
바지
-
1월초 개강이래서 1월 1일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언제 개강하나요?
-
진학사 4칸 4
이거 될까요??ㅠㅜ
-
여러분 고대 폭입니다 11
아무튼 폭이에요
-
전사각인가 음음음
추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내용이네요 2번은 정말 새겨들어야 할듯
새겨들을 것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이런 카더라도 있다 정도만 알아주셔도 감사할 것 같네요
맞는말이네요.
특히 2번이...저는 간판따려 한 것도아니고 순전히 어문을 전공하고싶어서 왔는데 (물론 희망진로가달라졌지만)
점수맞춰 온 동기들 언어안맞아서 피눈물흘리고, 학점안나와서 전과도 못할것같더라구요
저는 의외로 과가 정말 제 적성에 맞아서 다행이었는데 그 폭발을 뚫은 동기들도 언어 안 맞아서 고전하는 거 보면.. ㅠㅠ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도 간판만 보고 생각없이 과선택하는 친구들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어차피 각자인생 각자가 살아가는거지만...
저같은 경우는 어문계열인데 특히 남자의 경우는 복학하여 모든게 포맷된 상태에서 외국어를 접하게 되니 정말로 동기들이 괴로워하더라고요
좋은 글이에요 정말 틀린말 없습니다.
다만 이제 입시를 끝낸 수험생들에게 이 말들이 깊게 와닿지 않을 것 같은게 아쉽네요...
아무래도 합격 자체가 목적이 되니 ㅜㅜ
좋은글 감사합니다
현실성있는 조언이 필요했는데 정신이 번쩍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