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쓰는 3인칭 관찰자 시점 이야기.
이건 제 친구 '꼬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걸 왜 썼냐고 하면 이런 친구를 두 번 다시 못사귈거라는 느낌이 들어서에요. 이런 친구가 있다면 꼭 사귀세요. 술 마실때 친구에게 해 줄수 있는 썰이 한 100개쯤 생깁니다. 이것도 그 중 하나고요.
꼬마는 문자 그대로 꼬마였습니다.
내면적으로는 너무나 하얀 아이였습니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특히 여자들에게) 그렇다고 다가가지도 못합니다. 감정을 숨기지도 못했죠. 화나면 화난게 얼굴에 보였고 좋으면 좋은게 얼굴에 보였죠. 거리 조절을 잘 못한다고 해야하나요,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굉장히 착한 아이였어요. 그렇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롤할때는 욕하더라고요.
외견적으로는, 키는 160cm인데 여드름 하나 없는 백옥같은 피부에 머리는 곱슬머리지 얼굴은 아기 분유모델처럼 생겨서 이론적으로는 여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 애였죠. '이론적으로는'. 물론 그 아이는 인기 있었습니다. 정확히 '갑자기 학교 교실에 나타난 쓰다듬고 싶은 복실복실한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 정도의 인기였죠.
진짜로요.(진지)
여자애들은 그 160cm짜리 강아지 한 마리를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이성적 매력이 아닌, 마치 학급 우리속의 햄스터 한 마리를 보고 좋아하는 그런 느낌으로요. 아마 저희 반에서 '여자아이들에게 쓰다듬받은 횟수' 1위일겁니다. 자기는 싫어했다만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꼬마와 저는 동아리 친구였고 피시방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를 꽤 잘 알았고 그렇기에 그 아이의 고충을 잘--알고 있었죠.
꼬마는 한 학년위의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만날때마다 선배와 했던 얘기들을 저에게 늘어놓고는 했죠. 그런데 가까워지질 못한다고 투덜대던 횟수도 손발가락 다 합쳐도 세지 못할 정도고요. 뭐 만나서 놀자는 얘기를 할려고 시도를 몇번이고 했는데 실패해서 둘러대고 끝났다나요. 그래서 그 아이는 항상 선배와 가까워질 기회를 노렸습니다.
때는 2학년 6월이었고 시험도 조졌겠다 기분전환 겸 동아리 선배들까지 껴서 (비록 수능은 얼마 안남았었지만) 에버랜드를 갔죠. 물론 꼬마가 좋아하는 선배님도 포함이었죠. 꼬마는 가까워지거나 고백할 기회라면서 하늘에게 감사했죠.
자 근데 여기서 비밀은, 그 선배를 좋아한다는건 롯데월드 멤버 전체가 다 알았다는거죠. 꼬마가 고백하려는 그 선배까지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꼬마는 자기만의 짝사랑을 하고있었죠. 자기만 몰랐어요. 근데 이걸 어쩌나요. 선배 옆에 있을때마다 꽈배기마냥 몸이 배배 꼬이면서 좋아 죽는게 눈에 보이는데. 적어도 싸구려 연애소설 한 편만 봤어도 밑줄긋고 짝사랑이라고 쓸 수 있을만한 뻔 한 상황인데.
'여기서 꼬마의 심정으로 올바른것은?' 이라는 5지선다 질문이 있다면 1점에 정답률이 100%에 육박했을겁니다.
하여간 일심동체로 저희들은 꼬마의 고백작전에 암묵적으로 도움을 줄 것을 다짐했습니다. 선배님도 조금 짓궃게 굴기로 다짐하셨죠. 사실 이 때 선배님은 입이 귀에 걸리고 계셨습니다. 꼬마가 정확히 선배님 취향에 맞아서 말이죠. 그동안 내색만 안했을 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을 탈 때 옆자리에 같이 앉은 그녀와 손이 스쳐서 당황했는데 그 때 하강! 내려와보니 꼭 마주잡은 손! 꺄아아아아부끄러워어어어
뭐 그런거요.
그렇게 다 끝나고 (저는 꺄아꺄아하는 그 과정을 못봤습니다. 선배님들이 둘이 그 상태로 돌아다니게 냅둬서 ㅠ) 불꽃놀이의 때가 왔죠. 솔직하게 고백합시다 우리.
마치 시빌워에서 키스하는 캡아를 보면서 아빠미소를 짓는 팔콘과 버키처럼.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보는 부모님처럼 저희들은 꼭 모아잡은 두 손에 얼굴도 못든채 간신히 말하는 꼬마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 어떤것도 견주질 못할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실 좀 무서운게 6명이서 그러고 있었어요 아무말 없이. 그 상황을 사진으로 남겼어야 했는데.
그 둘은 지금도 사귀고 있어요. 꼬마가 반수의지가 있는데 선배님은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꼬마가 기뻐 죽어나간다고 하는게 그저께 일이네요.
세줄요약: 현실쇼타 고백작전에 참여함.
귀여운 친구는 대부분 착하니 그런 친구를 사귀자.
사실 네가 얼굴이 귀여우면 하는일도 다 귀엽게 보인다.
ㅎㅎ 4시에 이게 뭐하는일이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큐티성애자? 큐티홀릭? 큐리 패티쉬? ㅎㅎㅎ
아 그 귀여운놈 또보고싶네 ㅎ
ㄷㄷ 중증이시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