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022Yh [1048189] · MS 2021 · 쪽지

2023-01-30 15:37:19
조회수 8,421

(장문) 나의 재수 생활과 N수에 대한 내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rocket.orbi.kr/00061721566

 1. 나의 재수 생활


 나는 재수(학고반수이긴 한데 이 글에서는 재수라고 하겠다)를 시대인재 재종에서 했다. 솔직히 재종 생활은 크게 별 거 없다. 그냥 공부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다 투입해서 공부만 했다. 재수하는 동안 기상시간은 주로 새벽 4시에서 늦어도 5시였다. 수면 시간은 주로 12시에서 2시 사이였다. 그 외 시간은 식사 시간과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공부만 했다. 주변에서는 그 정도로까지 공부하다가 지쳐서 무너진다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묵묵히 공부만 했다.


 4시에 일어난 후 6시 반까지는 주로 수학 문제들을 풀었다. 그 후에는 학원으로 등원하였는데 이 때 아버지께서 차로 데려다 주시곤 하였다. 이 시간에 주로 쪽잠을 자곤 하였다. 보통 학원 등원을 하면 7시 40분 정도 되었다.


 전반기 시기에는 7시 40분에 학원 독서실에 도착하면 상상 매미 같은 독서 문제지가 놓여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바로 풀었다. 그 후에는 국어 시작한 김에 재종 강사님이 주셨던 국어 과제물들을 추가로 풀었다. 중간중간 수업 시간이 있을 때를 빼면 수능 보는 순서와 똑같이 수학, 영어, 화학, 지구과학 순서로 공부했다. 공부시간은 대략 국수영화지 각각 23122 정도의 비율로 공부했다. 10시에 학원이 끝나면 아버지께서 직장 근무 시간이 끝나시면서 나를 데리러 오셨다. 그대로 집에 가면 11시 정도가 되었는데 잠시 씻은 후에 바로 이어서 공부했다. 보통 11시 반 정도에 시작했고 졸려서 자기 전까지 남았던 공부를 계속 이어서 했다.


 후반기 시기에는 서바이벌이나 브릿지, 엑셀, 숏컷 등 다양한 컨텐츠들이 쏟아져 내리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학원 등원 후 8시 반까지 수학 자료물들을 풀었다. 8시 40분부터 학원에서 나눠주던 국어 모의고사 1회차를 시간을 정확히 재면서, 오엠알과 가채점표까지 작성하면서 풀었다. 10시부터 10시 반 사이에 채점하면서 풀었을 당시의 상황을 복기한 후, 10시 반부터 수학 모의고사를 한 회분 풀었다. 마찬가지로 오엠알과 가채점표를 작성하면서 시험을 마치고 나면 12시 10분이 되고 이 때가 학원 점심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수학 모의고사 풀은 것을 채점한 뒤 마찬가지로 시험 시간 중에 있었던 것을 복기한 후 탐구 시험에 들어갔다. 이 때가 보통 1시 정도였다.


 탐구 과목은 시간이 짧기 때문에 보통 화학1 지학1을 이어서 푼 뒤 바로 이어서 각각 1회분씩 추가로 풀었다. 2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채점과 복기 과정을 마치면 3시 반 정도가 된다.


 탐구까지 마친 후 국어 수학 탐구 모의고사를 풀면서 불확실한 문제, 오래 걸린 문제, 틀린 문제 등의 해설을 전체적으로 다 확인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보통 6시 정도가 된다. 이 때가 학원 저녁 시간이다. 저녁을 먹은 뒤 잠깐 외출 시간에 친구들하고 잡담하다 7시부터 다시 공부 시간이 시작된다.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 파트만 모의고사로 만든 것과 강사 분께서 제공해 주신 자료를 풀었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8시 반에는 탐구 과목에서 학원과 강사 분들께서 나눠 주신 문제지들을 풀었다. 다 풀고 나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작년 이 시점에서 집합 제한이 풀리게 되면서 12시까지의 심야 자습이 허가되었다. 이 때 영어 과목 관련해서 학원에서 배부한 주간 학습지를 풀었다. 다 풀고 나면 12시가 되었고 아버지께서 태워주려고 오는 것을 기다리며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을 사서 마시며 기다렸다. 나중에는 얼굴이 익숙했는지 편의점 점원 분께서 재종 종강 날에 나보고 수능 잘 보고 오라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1시였고 이 때 잠이 들면서 하루 일과가 끝났다.


 토요일에는 학원에서 매주 '10주 파이널’라는 것을 응시하게 하였기 때문에 학원에 나와서 가채점표 연습을 하면서 시험을 응시하였다. 시험을 다 본 후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답 및 복기를 진행하면서 10시까지 공부하다가 집으로 가서 마저 공부하다가 잤다.



이런 식으로 가채점표를 작성했다.


 일요일에는 평일 동안 풀었던 모의고사에서 불확실한 문제, 오래 걸린 문제, 틀린 문제들을 다시 모아서 풀었다. 워낙 많은 문제가 쌓여 있기에 이것만 풀어도 시간이 다 갔다.


 다시 봐도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이렇게 공부하니까 후회감은 전혀 없었고 심지어 수능에서 가채점표를 잘못 써 왔을 때 부모님께서는 삼수시키려고 하셨지만 나는 절대 안 한다고 못 박아서 말했었다. 다행히 가채점표를 잘못 쓴 것이어서 삼수는 할 필요도 없었고 무사히 만족할 만한 대학에 입학하며 입시를 끝냈다.



2. 재수를 하는 동안 내 심리


 나도 기계는 아닌지라 종종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미래의 소소한 행복 얻자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맞는가?', '왜 내가 행복해지려고 노력까지 해야 할까?', '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고통이기만 하는게 말이 될까?'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성격이 워낙 억세고 불 같은 편이었기 때문에 정말 잘 맞는 친구들을 빼고는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들은 몇 없었다. 그걸 빼고 봐도 입시 경쟁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에 난 고등학교는 생각만 하면 환멸이 난다. 이렇기 때문에 힘들 때 의지하고 내 마음 속 응어리 진 것을 풀어낼 만한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항상 독하게 살아왔다. 나는 나를 증명해내야 하니까. 니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지껄여도 나는 빛날 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정작 그 과정에서 내 속이 썩어가는 것은 몰랐었다. ㅈ같은 세상 엿이나 먹으라고 죽어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특히 6모를 망치고 나서 내 상황은 잘 알지 못하시는 부모님이 성적 안 나오면 공부 안 한 거라고 나에게 계속 비난을 하실 때는 더더욱 그랬다. 차라리 학원 끝나고 하원할 때,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실 때 차 앞으로 달려들면 내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아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수험생 신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다고,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게 아니면 대체 뭘 하고 있을 건가 라는 생각으로 공부만 했다.


 수험 기간에 공부를 하면서 어느 길로 가야 맞는 길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뭘 어떡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너무 힘들어서 넋두리를 해도 괜히 다른 사람들도 우울하게 만들고 외면 받을 까봐 두려웠다.


 내 길을 펼치고 내 꿈을 이루고 싶은데 주변의 모든 상황이 그 길을 자꾸 무너뜨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세상의 잣대는 높아 보이기만 하고 나는 그것을 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어떻게든 숨 쉬려고 허덕이지만 결국에는 물귀신에 이끌려 다시 검은 강에 이끌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재수하느라 나 혼자 이 사회에서 낙오되어 가는 것 같아서 나 자신이 너무 싫었으면 버려진 것 같고 힘들었다.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묶여 버려서 이 검은 강을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보이지 않았고 열심히, 성실히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나보다 대충한 사람들보다 점수가 안 나올 때는 신이라는 존재가 한 번 망해보라고 결과물이 개판으로 나오게 세팅하는 것만 같았다.


 검고생이 아니라면 재수 이상의 사람들은 20대일 것이다. 나에게는 20대라는 나이 자체가 부담이었다. 10대처럼 마냥 어리다고 모든 것이 용납되고 넘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불러올 나비 효과가 너무 무섭고 부담되었고 검은 강 속에 잠겨 있는 내 미래가 너무 무력하게 여겨지고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검은 강에 가라앉아 있어봤자 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공부했다.


3. N수에 대한 내 생각

 

 이러한 중요한 순간에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인생의 선택에게 내가 무슨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못한다. 나는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본 게 아니니까.


 20대로 진입하면서 무서운 소식은 이제부터는 내가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이제 혼자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여도 지금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살아 숨 쉴 수 있을 만큼 운이 좋기만 하다면 숨을 들이 마실 것이고 또 내쉬고 깊이 들이마신 다음 내쉴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재수나 N수, 그 이상을 결정한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서 응원만 할 뿐 그 이상 그 사람의 선택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 편이다. 솔직히 내 생각은 N수는 하면 할수록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굶주린 토끼가 먹고 있는 독버섯을 먹지 못하게 강제로 빼앗는다고 하자. 그럴 때 제 전부를 잃은 듯 슬퍼하는 가엾은 토끼의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 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그저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이길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도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