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3-01-15 10:33:07
조회수 1,641

+1수 하실 분들께... 부모님 돈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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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르비에 재수글, 반수글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런 글 읽다 보면 99%의 글에서 언급되고 있지 않은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리 대단하게 잘사는 집 자제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듭니다.

대부분, 중산층이거나 조금 낫거나, 조금 아래거나...


재수하는 데 비용 많이 듭니다.

독서실도 안 다니고 인강 골라 들으며 EBS와 기출로 최소화하는,

집 독재를 하지 않고 종합반을 다니는 이상,

월 100만원은 깨진다고 봐야 합니다. 학원비 월 70만원 이상은 될 거고,

왔다갔다 교통비에 하루 2끼 밖에서 사먹는 값에...

기타 자잘한 돈들... 합치면 100만원 우습죠. 기숙학원은 더 들고...


2월부터 10월까지 한다 치면 800만원...

수능 이후엔 논술학원이다 컨설팅이다 뭐다 해서 돈 날아가고,

여러분 대학 1년 등록금이 재수비용으로 날아가는 겁니다.


요즘 등록금 내기 빠듯하죠.

부모님이 대기업 다녀서 학비의 70% 정도가 지원되는 집이 아닌 이상,

부모님이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4년 등록금 대기 무서우실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재수를 하면,

4년이 아니라 5년이 되는 겁니다.

등록금 내는 기간이요.


오르비에서는 반수 참 쉽게 얘기합니다.

뭐만 하면 "반수하세요" 소리가 나오죠.


그분들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학교 들어갈 때 등록금 누구 주머니에서 나왔느냐고.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거 아니라면,

반수 소리 그렇게 쉽게 뱉으면 안 됩니다.

반수라는 게 결국은 1년 등록금 날려 버리는 거 아닙니까?

여러분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 허공에 뿌리는 거잖습니까?


부모님 주머니에서 곶감 빼먹듯 돈 빼먹는 거,

그거 재미들리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전 여기에서 사수니 오수니 하는 글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부모님 생각 때문에요.


지금 당장 부모님한테 물어보세요.

노후 준비 얼마나 해놓으셨냐고...

여러분 재수 비용, 반수 비용, 그 후의 대학 등록금, 결혼 비용 생각하시느라 노후 준비 꿈도 못 꾸는 분들이 대다수일 겁니다.

여러분 대학 다닐 때 등록금 부모님한테 타 쓸 거 아닙니까?

결혼할 때 부모님한테 다만 얼마라도 받을 생각 아니에요?

그 돈만으로도 여러분 부모님 머릿속은 터질 듯 복잡합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르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죠.

"님 인생이잖아요. 선택은 님의 몫입니다! 화이팅!"

네, 님 인생 맞습니다.

그러니까 20살이 됐으면 인생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알면 좋겠어요.

경제적으로 말이죠.

돈은 부모님한테 타 쓰면서 내 인생이니 내 뜻대로 하겠다?

이번에 안 하면 후회가 남아 미칠 것 같다?

하세요. 대신 님이 벌어 하십시오.


재수나 삼수 결심하신 분들이 오르비에 가끔 물어봅니다.

"공부는 2월부터 하려고 하는데 지금 뭐하면 좋을까요?"

알바를 하세요.

편의점이든 롯데리아든 어디든 나가서,

시급 4천 얼마 받아가며 알바를 해보세요.

능력 되시는 분들은 과외를 하셔도 좋고요.

다만 EBS 교재값이라도 내가 벌어 대겠다.

이런 마음가짐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아버지가, 어머니가 가장 바라고 있는 게 뭔지 아십니까?

여러분의 성공? 행복? 네, 물론 그렇죠.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크게 바라고 계신 건 이걸 겁니다.

"내가 퇴직하기 전에 저 녀석이 빨리 대학 졸업하고 결혼해야 할 텐데..."

아버지 퇴직 전에 대학 졸업해서 등록금 걱정 떨쳐내고,

아버지 퇴직 전에 결혼해서 그동안 뿌린 경조사 비용 거둬들이고...


현실을 좀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부모님 부자 아닙니다.

여러분 부모님 통장은 화수분이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강사 중에,

전효진이라는 강사가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서 행정법과 헌법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여자 강사인데,

이 분이 집에 꽤 가난하셨답니다.

어머니가 이마트에서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하셨다는데,

사법시험 공부할 때 이렇게 생각했다더군요.

"내가 1년 더 공부하면 어머니가 1년 더 일한다."

서울대 다니면서 과외를 4개를 했답니다.

그래서 한 달에 30만원씩 어머니를 드렸다더군요.

그러면 어머니가 일을 안 하셔도 되니까...

그래서 사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도 과외를 도저히 그만두지 못하겠더랍니다.

그래서 과외 4개를 끝까지 붙잡고 사시 공부하다가,

결국 첫 해 1차에서 고배를 마시고,

안 되겠다 싶어서 과외 다 끊고 부모님께 1년만 도와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월 30만원 받아서 딱 1년 공부해 사시 합격했다더군요.
(그 30만원에 방값, 교통비, 식비 다 들어갔답니다)


재수, 삼수, 반수...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겁니다.

여러분 자신만 생각하지 마시고요.


부모님이 여러분 인생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부모님 인생 살아주는 거 아니거든요.

자식된 도리로 효도는 못할 망정,

피해는 주지 말아야죠.



여러분이 1년 더 공부하면, 그만큼 부모님 1년치 노후자금 까먹는 겁니다.

이거 명심하고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 제가 오르비의 '덮어놓고 +1수 추천!' 분위기를 싫어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 가장 큽니다. 많은 분들이 꿈이니 인생이니 하는 것 때문에 현실적인 걸 많이들 간과하고 계시더군요. 그만큼 돈 걱정 없이 열아홉, 스무 해를 살아오셨다는 얘기가 되는데... 여러분이 그렇게 돈 걱정 없이 자라는 데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지 잠깐이라도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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